<7라운드 3경기> 충북 제일화재 vs 울산 디아채
<제5국> 김주호 7단(백) vs 고근태 5단 - 202수 끝, 백불계승
<7라운드 4경기> 경북 월드 메르디앙 vs 대구 영남일보
<제1국> 최철한 9단(백) vs 이영구 6단 - 223수 끝, 백2집반승
제일화재가 2위 자리를 지켜내며 전반기 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마지막 라운드를 승리를 이끈 주인공은 김주호 선수.
얼마 전 바둑리그 사상 초유의 시간패로 팀에 패배를 안긴 김주호 선수가 이번에 팀 승리를 얻어냄으로써 잠시나마 쌓아두었을 지 모를 마음의 빚을 갚았다.
울산 디아채와 전반기 최종 라운드를 벌인 제일화재. 첫날 경기에서 제일화재가 2승을 챙겨 쉽게 마무리짓는가 싶던 승부는 이튿날 울산 디아채의 반격으로 막판까지 가며 혼란의 수렁에 빠져 버렸다.
결국 7월 27일 예정된 마지막 5국에서 승부를 가려야 했고, 운명의 시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여기서 제일화재 4지명 김주호 선수는 울산 디아채 3지명 고근태 선수를 맞아 백으로 불계승을 거두고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종합전적 3 : 2로 승리를 낚은 것이다.
초반에는 흑을 잡은 고근태 선수의 페이스였다. 김주호 선수가 유리해진 시점은 중반이 무르익을 무렵이었다. 좌변 약한 흑돌을 이용해 중앙에 거대한 백 세력을 형성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백 우세는 이어졌고 상변에서 또 다시 결정타를 날려 고근태의 항서를 받아냈다.
다만, 내용상 김주호의 승리가 거의 확실한 데도 제일화재 팀은 돌을 거두는 순간까지 가슴을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지난날 시간패를 당한 악몽이 또 다시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전보다 훨씬 나아졌지만, 몇 차례 위험한 착수를 보며 순간순간 팀원들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다행히 김주호는 귀중한 승리를 팀에 바쳤다.
▲ 승리를 차지한 제일화재 진영. 새로 들어온 진동규 선수도 함께 응원했다.
이홍열 제일화재 감독은 "이번 라운드 승리는 2승에 가까운 의미를 지녔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원활하게 이루기 위해서는 꼭 이겨야 했던 경기였다."며 김주호의 선전에 크게 기뻐했다. 또 "운이 많이 따라 전반기 경기에서 네 번이나 3 : 2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후반기에서는 좋은 성적을 낸 안달훈 선수가 빠진 가운데 치러야 하지만, 마지막 경기를 이겨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제일화재는 리그 성적을 5승2패로 갈아치우며 단독2위 자리를 확실하게 굳혔다. 반면 울산 디아채는 2승5패를 기록, 중위권 진입에 실패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상당히 어려워졌다.
이날 경기까지 제일화재는 3 : 2 승부에서 4전 전승을 거두는 놀라운 힘을 보여주었다. 전승을 달리는 영남일보를 제외하고는 3 : 2 승부에서 모두 이긴 팀은 제일화재가 유일하다. 후반기 경기에서 그 기록을 유지할 지도 지켜볼 일이다.
▲ 최철한 선수(왼쪽)와 이영구 선수가 국후 의견을 나누고 있는 장면.
한편 7라운드 최종 경기인 4경기 첫 대국도 이날 함께 열렸다. 전승으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영남일보와 3승3패로 중위권에 포진한 월드 메르디앙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 포문은 양팀 1지명 선수들이 열었다.
앞서 열린 경기까지 1지명끼리 대결한 주장전에서 이긴 팀이 경기를 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 주장전이 7번 벌어졌는데, 주장전을 이긴 팀에서 최종 승리를 거둔 횟수가 무려 6번이었다.
월드 메르디앙 1지명 최철한 선수도 영남일보 1지명 이영구 선수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터. 이처럼 비중이 큰 대결에서 결국 승리를 거머쥔 쪽은 최철한이었다.
초중반까지는 최철한 선수가 이영구 선수의 기세에 밀리는 양상이었다. 최근 4연패를 당하는 등 부진한 성적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최철한 선수가 이날 경기도 힘들어 보였다. 허나 낙관파 이영구 선수가 조금씩 물러서는 틈을 타 최철한 선수는 조금씩 차이를 좁혀나갔다. 끝내기에 접어들어서는 미세하나마 최철한의 승리로 굳어져 있었다. 승패를 떠나 좌상귀 일대를 둘러싼 두 선수의 두뇌플레이는 가히 정상 선수들의 대결임을 실감나게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기선 제압에 성공한 월드 메르디앙이 유리해진 가운데 28일 이튿날 대국이 두판 벌어진다. 월드 메르디앙에서는 조혜연과 윤준상을 전진 배치한 상태이고, 영남일보에서는 손근기와 김지석을 대항마로 내 보냈다.
월드 메르디앙으로서는 스트레이트 승리까지 기대할 수 있는 처지다. 물론 영남일보 선수들은 완패를 막아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할 것이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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