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라운드 1경기> 전남 대방 노블랜드 vs 서울 신성건설
<제5국> 윤성현 9단 vs 홍성지 5단(백) - 210수 끝, 백불계승
<6라운드 2경기> 경기 한게임 vs 대구 영남일보
<제1국> 온소진 3단 vs 허영호 6단(흑) - 275수 끝, 흑15집반승
서울 신성건설이 광주 Kixx처럼 '2연패 후 3연승'으로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피날레를 장식한 주인공은 신성건설 3지명 홍성지 선수.
홍성지는 7월 6일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저녁7시에 열린 KB국민은행 2007한국바둑리그 6라운드 1경기 5국에서 전남 대방 노블랜드 윤성현 선수를 맞아 210수만에 백불계승을 거두고 팀에 귀중한 1승을 보탰다.
이로써 신성건설은 리그 성적을 3승3패로 바꾸며 팀 순위를 7위에서 5위로 두 단계 끌어올렸다. 대방 노블랜드는 2:0으로 앞선 절대 유리한 상황에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역전패, 리그 성적 6전 전패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풀세트까지 간 상황에서 맞는 경기라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회 규정에 따라 5국에서 다시 돌을 가린 결과 홍성지 선수의 흑번이 결정되었다. 묘하게도 '흑이 조금 편하다'는 윤성현 선수는 백을 들었고, '승률은 어느쪽이 좋은지 잘 모르겠지만 백이 낫다'고 생각하던 홍성지 선수는 흑을 잡았던 것.
반상은 시작하자마자 치열한 전쟁터를 연상시킬 정도로 '격렬' 그 자체였다. 먼저 시비를 건 쪽은 홍성지. 우하귀 정석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홍성지 선수는 신수 백28·30을 내놓으면서 기싸움에서 앞서나갔다. 평소 연구를 해 둔 수를 실전에서 써먹은 것이다.
이에 윤성현 선수도 좌하귀에서 특이한 변화구를 던져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중반이 저물어가도록 좀처럼 집으로 백(홍성지)을 따라잡기가 어려워지자 윤성현은 최강으로 중앙에서 버텼다.
홍성지 선수로서도 더는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대마사냥에 나섰다. 그리고 좀처럼 '죽지 않는다'는 프로의 대마를 다운 일보 직전까지 몰아갔다. 지난해처럼 '대마상'이 있다면 수상 0순위에 오를 만한 대마였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돌을 던지기 전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둬 본 듯한 흑195에 백은 어이없게도 손을 빼버렸다. 국후 홍성지 선수는 '초읽기에 몰려 당황한 나머지 백196을 뒀다'고 털어놓았다. 수상전을 벌이더라도 이길 수 있는 길이 보였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다된 밥에 코를 빠뜨리는 해프닝이 벌어질 뻔했다.
▲ 온소진 선수(왼쪽)가 승부처에서 강하게 두지 못한 걸 아쉬워하며 허영호 선수와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한편 6라운드 1경기가 끝난 직후 밤9시부터는 2경기가 이어졌다. 패배를 모르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대구 영남일보와 공동3위를 달리고 있는 경기 한게임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 두 팀은 온소진(한게임)과 허영호(영남일보)를 이번 경기 선봉장으로 내보냈다.
상대전적에서 허영호가 온소진을 앞선 상태(4승1패)이나 LG배에서 돌풍을 일으킨 온소진의 기세를 헤아릴 때 결코 만만치 않은 승부로 내다봤다.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모두 팀에서 5지명으로 기용한 점마저 같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전망은 바둑 내용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초반에는 허영호 선수가 좌상귀에서 흑21이라는 적극적인 수로 포인트를 올렸지만, 우중앙과 하변으로 이어진 전투에서 온소진 선수가 반격에 나서면서 승부의 저울추를 돌려놓았다.
결국 승부는 좌하귀 백 일단을 잡는 과정에서 갈렸다. 온소진의 백 대마의 목숨이 걸린 사활패가 발생, 사실상 바둑은 여기서 끝이 났다. 돌을 던질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상당히 큰 차이인데도 계가까지 갔다. 흑이 반면 22집을 남겨, 15집반 차이로 이겼다.
첫판을 먼저 승리한 영남일보는 내일 2국에 주장 이영구 선수를 배치한 상황이라 2승 고지까지 쉽게 달려갈 전망이다. 상대전적에서 2패로 밀리고 있는 김성룡 선수가 아무래도 이영구 선수를 상대하기는 벅찰 거라는 게 대다수의 예상.
그렇다면 3국에 나설 한게임 주장 원성진 선수의 경기가 관건이다. 홍민표 선수를 이겨줘야 영봉패를 막아내고 승부를 다음 날로 미룰 수 있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사이버오로는 7시부터 열리는 경기를 대국실에서 수순중계한다.
▲ 활기차게 검토를 하고 있는 프로기사들.
말말말
"2 : 2 상황인데, 오늘도 합방(?)이야." (이영구 선수)
- 신성건설과 대방 노블랜드가 어제처럼 한 자리에서 사이좋게(?) 검토를 하는 광경을 보고 던진 한마디.
"심장이 벌렁벌렁 거렸어. 수명이 몇 년은 준 느낌이야. (목진석 선수)
- 동료 홍성지 선수가 다 이긴 바둑에서 갑자기 큰 실수를 범하자, 안절부절못하며 내뱉은 말. 다행히 역전은 없었지만, 목진석을 비롯한 팀원들은 잠시나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마음 상하는데…." (홍성지 선수)
"이길 줄 알고 안 나오셨지." (목진석 선수)
"이럴 때는 져야 하는데…. (응원하러) 안와서 졌다고 하면 되잖아. 하하하." (유창혁 선수)
- 신성건설의 3승을 결정지은 홍성지 선수가 양재호 감독님이 보이지 않자 살짝 마음이 상했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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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준명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