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계에선 바둑 잘 두는 사람을 알아준다. 가장 센 사람에겐 더욱 그렇다. 이세돌의 '위엄'이 제8회 춘란배가 열렸던 중국 푸젠성 오청원 회관에서도 그대로 반영됐다. 판을 끝내고 돌아온 이세돌이 시시각각 허영호-씨에호의 대국을 평가하자 그때마다 중국 검토진이 울고 웃은 것이다. 체단주보 씨에루이 기자가 블로그에 올린 춘란배 검토실 풍경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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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춘란배 준결승 후(12월 16일), 구링이와의 대국에서 승리를 거둔 이세돌은 연이어 3차례나 기자들의 인터뷰를 흔쾌히 받았다. 똑같은 이야기를 3번이나 했을 것인데도 조금도 귀찮아하는 표정이 없었다. 한국기원 사업부 하훈희 부장은 “이세돌이 휴직 사건을 겪은 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허영호와 씨에허, 다른 한 판의 준결승 대국은 완만하게 진행 중이었다. 중국 검토팀은 씨에허의 형세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몇 명의 프로기사는 허영호가 4곳의 접전에서 이미 승기가 끊겼다고 판단했다. 씨에허의 전반전이 아주 좋았다. 일단 끝내기만 들어가면 씨에허가 더욱 상승세를 탈 것이다.
좌하귀에서 패가 끝난 후, 흑을 잡은 씨에허가 적어도 15집 정도 우세를 차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현장의 검토실에 돌았다. 인터넷 베팅에서도 한쪽으로 기우는 양상이었다. 씨에허의 배당율은 1.3, 허영호는 3.2까지 올라갔다. 같은 등급의 기사들이 두고 있는 배당율이 완전히 아닌 것이다.
씨에허의 형세가 과연 낙관적인 것일까? 승리한 이세돌이 검토실에 도착한 후 우리는 하훈희 부장의 도움을 받아 이세돌에게 이 대국의 형세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 물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우리는 너무 놀랐다. 이세돌은 “전반에 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 뒤로 우세가 조금씩 희박해졌다. 씨에허가 많이 쫓겼고 현재 국면은 아주 복잡하다. 그러나 지금은 백(허영호)이 조금 우세다”라고 말했다.
“왜 ?” 우리는 지금까지 흑이 큰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흑이 조금도 우세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
하지만 그는 이세돌이다. 그의 말은 누구도 믿지 않을 수가 없다. 중국기사들로 이뤄진 검토실은 순식간에 비관적인 정서로 가득찼다. 하훈희 부장은 “이세돌이 지금 허영호의 우하귀의 ‘한 수’를 가장 아쉬워한다. 만약 이것으로 중앙에서 막아버렸으면 괜찮았을 건데”라고 말해준다.
연구실은 싸늘했다. 이세돌은 온기가 있는 방으로 이동하여 인터넷으로 계속 관전했다. 백성호 9단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이세돌은 아예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컴퓨터로 대국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허영호가 중앙에서 흑 일단을 먹으려고 할 때 이세돌은 갑자기 “큰 손해다”라고 외쳤다. 역시나 씨에허는 (자신의 돌을) 내버려 두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더 큰 끝내기를 먼저 점했다. 허영호는 또 한 번 손해를 보았다.
“지금은 흑이 조금 우세이다. 백이 연속으로 두차례나 실수를 했다. 첫 번째 실수가 제일 크다” 이세돌이 말했다. 백성호는 “결승에 진출한 두 선수가 모두 한국기사이면 결승전은 한국에서 진행한다는 얘기가 있던데 보아하니 결승전은 아무래도 중국에 와서 해야할 것 같다”라고 얘기했다.
백성호 9단은 “두 한국기사가 결승전에서 만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바둑의 발전을 보는 각도에서 한중간의 결승 대결을 더 희망한다. 그렇게 되면 더 많은 관심을 끌수 있다”고 했다.
▲ 허영호-씨에허의 준결승 대국이 끝나자 이세돌도 복기에 참여했다.
대국은 초읽기 단계에 들어갔다. 질식할 것 같은 기다림의 와중에 씨에허는 우하귀에서 끼움수(“夹”)를 두었다. “웬? 이게 묘수인가?” 이세돌은 놀라면서 컴퓨터 모니터 앞으로 다가가 바둑판에 대고 몇 번 짚는가 싶더니 “끝났다! 완전히 끝났다” 면서 일어나 가려고 했다. 그의 행동에 중국선수들은 더 놀랐다. 하훈희 부장은 “이세돌이 허영호의 대국이 완전이 끝났다” 고 판단했다는 얘기다”라고 해석해줬다.
OH yeah! ——그제서야 중국선수들은 떠들썩하였다.
검토실을 빠져나온 이세돌은 대국실에 들어가 허영호의 실수를 일일이 짚어주었다. 허영호는 머리만 저었다. 씨에허도 무섭게 느껴졌을 것이다. 복기20분 후 이세돌은 허영호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호텔로 돌아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허영호는 금방 바둑판을 정리하고 이세돌과 함께 사라졌다
▲ 1도
그림1(변화도). 씨에허7단이 흑1로 중앙의 큰 덩어리를 살렸다. 이때 허영호는 응당 2로 둬서 흑의 출로를 막아야 한다. 이것은 이세돌 9단이 적극 추천한 한 수이다. 또한 백이 승리할 수 있는 한 수이기도 하다.
실전에서 백2대신 A에 둔 수는 끝내기로서 아주 좋은 수이다. 그러나 흑이 B로. 백을 먹은 후 형세가 복잡해졌다. 백2는 확실히 이 국면에서는 두기 어려운 수이다. 중앙을 둘러싸고 나중에 흑이 좌하귀의 백을 먹은 후의 후속수단이기도 하다 . 1석2조인것이다.
▲ 2도
그림2. 흑1일때 백2, 초읽기에 들어간 허영호는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두었다. 15집의 가치라고 여긴다. 그러나 사실은 그곳에 둘 여유가 없었다.
씨에허가 흑3 으로 기민하게 먼저 단수를 친다. 백이 흑돌7 개를 먹기를 기다리면서 흑은 또 A로 두거나 B의 강수를 노린다. 설령 백이 C로 방어를 하더라도 소용없다. 흑이 D로 움직여 먹혔던 흑이 기사회생하다. 백의 참패다. 씨에허 7단은 대국후 만약 백이 2를 두지 않고 3을 자리를 먼저 두었으면 승패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승리하여 우리들에게 며칠간의 활력소와 엔돌핀을 주더니만 관전하면서까지 이렇게 기쁨을 주는 당신은 정말 멋쟁이십니다 이세돌이란 타이틀을 보고 기사를 읽는 한 사람으로서 그냥 좋네요 한국사람으로서 자존이 느껴저서 좋고요 결승전에서 만날 상대를 얼게 만들어 좋고요
수탉
｜ 2010-12-23 오후 9:14:00 [동감0]
과연! 이세돌 9단이다, 대단한 실력자입니다 그런데 뉴스의 제목을 잘못 정한것 같네요 만일 어느 중국 일류 프로기사가 우리나라 기사들이 발견치 못한 수를 지적했는데 그래서 다들 아무소리 못하고 그런 수가 !! 라고 감탄만 했다면 -그 일을 두고 중국 뉴스에서 중국 아무개 기사가 한국 프로들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라고 썼다면 우리가 기분좋을까요? 서로 서로 상대의 기분을 배려하는 너그러움이 아쉽네요
서민생활
바둑은 조화의 예술이라고까지 말한 바둑 기성이 있었읍니다. 조화라는 것은 각국을 아우르는 세계의 조화까지 포함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수탉"님이 참으로 옳은 지적을 하셨읍니다. 경쟁도 조화지만 경쟁이 남을 비하하는 식의 표현은 삼가해야 본다고 믿습니다.
보고싶은뚱
너무 팍팍하게 살지 맙시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위주로 적당히 기분좋게 표현하는 게 그렇게 민감하게 따지고 들어야 할 일은 아닌 듯 싶습니다. 설사 위 타이틀을 중국인들이 본다 해도 기분 나빠할 일도 아니고, 기분 나빠해도 그 사람이 오버하는 것일 뿐입니다. 님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느 정도의 자긍심을 표출하는 것을 보고 일일이 감정 상해가며 사시나요? 그러려니 하면 될 일 아닙니까. 그게 맞고요. 세상 모든 일에 겸양이니, 배려니 하는 잣대를 들이대면 통할 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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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호-씨에허의 준결승 대국이 끝나자 이세돌도 복기에 참여했다. 
▲ 1도
▲ 2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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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123
수탉
서민생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