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라운드 3경기> 경북 월드 메르디앙 vs 울산 디아채
<제3국> 유창혁 9단(흑) vs 나종훈 6단 - 273수 끝, 흑10집반승
<제4국> 최철한 9단 vs 백홍석 5단(흑) - 203수 끝, 흑불계승
결국 마지막 주자 조혜연과 고근태의 단판 승부에서 운명을 갈라야 한다.
‘3위 자리’와 ‘7승 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쫓는 월드 메르디앙과 울산 디아채는 12라운드 3경기 이튿날 대회에서도 시소게임이 이어져 중간 스코어 2 : 2로 무승부를 기록, 19일 최종국에서 승부를 가리게 됐다.
월드 메르디앙 유창혁 선수는 ‘바둑리그 사나이’답게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10월 18일 저녁7시에 열린 KB국민은행 2007한국바둑리그(KB 바둑리그) 12라운드 3경기 3국에서 유창혁 선수는 울산 디아채 나종훈 선수를 맞아 흑으로 10집반 차이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팀에 1승을 보탰다.
경기를 치른 유창혁과 나종훈은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다. 이름값이나 상대전적(유창혁을 기준으로 3승), 바둑리그 성적 등을 고려할 때 유창혁 선수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종훈 선수가 포석을 잘 짜서 경기 초반에는 ‘혹시’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어느새 불혹을 훌쩍 넘긴 유창혁은 '화려한 공격' 바둑에서‘부드러운 공격’으로 기풍 변화를 꽤한 지 오래다. 우상귀 접전이 고비였다. 나종훈은 알토란같은 우상귀를 휘저으면서 유창혁을 괴롭혔다. 그러나 유창혁은 침입한 백돌을 살려주는 대신 하변에서 길게 뻗어 나온 백 대마를 공격하며 이득을 보는 등 손해 본 이상의 보상을 얻어냈다.
끝내기 단계에 들어서서는 이미 차이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나종훈 역시 자신의 패배를 알았지만 돌 던질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백홍석 선수(오른쪽)가 손을 쭉 뻗어 착점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른 기전에 비해 월등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유창혁 선수는 이날 승리로 9승1패를 기록, 다승1위 강동윤(10승)을 턱밑까지 쫓아갔다. 그럼에도 유창혁은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 개인 다승왕은 그 다음이다.”고 승자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2 : 1로 월드 메르디앙이 앞선 가운데 밤9시에 이어진 4국. 월드 메르디앙에서는 최철한이, 울산 디아채에서는 백홍석이 각각 팀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길목에서 마주 앉았다. 양팀 1지명 선수들끼리 대결인 데다가 통산전적(1승1패)에서 팽팽해 승부를 쉽게 가늠하기 힘들었다.
다만 바둑리그 성적에서는 백홍석이 훨씬 낫다. 후기리그에서 1승3패로 부진한 최철한과 달리 백홍석은 후기리그에서 팀과 함께 4전 전승을 달리고 있다. 4승을 거둔 상대 중에 이세돌 선수가 포함되어 있어 백홍석은 최소한 바둑리그에서만큼은 물이 오를 대로 올라 있는 상태다.
경기 시작과 함께 바둑은 초반부터 상변을 중심으로 큰 전운이 감돌았다. 이후 종국까지 전판을 휘감으며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졌다. 마치 ‘이것이 전투다’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두 선수는 치열하게 싸웠다. 그 바람에 팀원들은 한수 한수가 진행될 때마다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아야 했다. 반면 관전자들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를 지켜보느라 즐거운 비병을 질렀다.
평소에는 각팀에서 응원했으나, 이날은 한 자리에 모였다.
승부수를 날린 쪽은 최철한. 그는 상변 미생마를 내 버려 둔 채 백90으로 하변을 챙기고 보았다. 그것으로 집 균형은 무너졌다. 선택할 여지가 없는 백홍석은 방치한 대마 사냥에 나섰다. 갈기를 세운 백홍석 앞에서 ‘대마불사’라는 격언은 무용지물이었다. 어마어마한 대마는 웅장한 흑 진영 속에서 힘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위기에서 팀을 건져 올린 백홍석 덕분에 울산 디아채는 후기리그 5연승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4국에서 승부를 결정지으려던 월드 메르디앙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19일 벌어지는 최종국 대비에 들어갔다.
과연 최종 승자는 월드 메르디앙의 여전사 조혜연일까, 아니면 울산 디아채의 고근태일까? 19일 저녁7시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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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니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