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기사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등용문처럼 되어버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올해 입단 10년째를 맞는 원성진 7단은 이번이 우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입단한지 만 10년 이내에 있는 기사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 규정에 걸려 내년부터는 참가할 자격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원7단은 2001년과 2006년에도 결승에 올랐으나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한다. 올해 세 번째 정상 정복에 도전하는 원성진은 처녀 결승 진출한 백홍석 5단에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10년 만에 한을 풀려고 한다.
제17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결승2국
백 : 원성진 7단
흑 : 백홍석 5단
장소 : 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
날짜 : 2007. 04. 26
결과 : 253수 끝, 흑불계승
장면 (전투로 시작)
아무래도 신인왕전처럼 속기전은 실수가 좀더 나오기 마련. 이 바둑 역시 막판까지 서로 실수를 주고받아 승부가 엎치락뒤치락 해 사이버오로에서 생중계를 관전하는 팬들의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
허나 특정 선수를 응원하지 않는 관전자에게는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었을 터. 초반부터 종반 불계로 끝나는 순간까지 짜릿한 전투들이 이어진 덕분이다. 첫 번째 싸움터는 상변. 흑7을 얻어맞은 백(원성진)이 곤란해 보이는데...
참고도1 (혼자만의 수읽기)
기력이 약한 아마추어 분들이 눈여겨볼 그림. 우선 백1은 악수다. 백3 날일자 건너붙임을 염두에 둔 작전이라고 생각하면 큰 일 난다. 흑6으로 뻗는 순간, 백 일단은 퇴로가 차단된다. 안에서 살기도 어려우려니와 설령 산다고 해도 흑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국면임엔 틀림없다.
참고도2 (흑 유망)
밭전자를 째고 나오는 탈출은 어떨까? 물론 이 길밖에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백3에 이어 흑A로 젖혀 잡으러가는 강수는 흑한테도 조금 모험이다. 이는 흑도 왼쪽이 다소 약점을 안고 있는 탓이다.
그런데 흑으로서는 B로 늦춰 받아 유연하게 대처하더라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공격의 강약을 흑이 일방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므로 흑이 유망한 출발이다.
참고도3 (끝장나는 변화)
백1이 기발한 묘수다. 프로들은 이런 맥점을 쉽게 읽어낸다. 여기서 흑2로 받았다간 바둑이 그대로 끝나버린다. 프로바둑에서 이런 진행이 나올 리는 만무하겠지만, 백3 젖힘 한방에 흑 대마가 그대로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흑A가 자충이라 반격 수단이 없음을 참고하시라.
실전진행1 (백, 수습)
과연 ‘원펀치’답게 원성진 7단은 백1로 잽 한방을 날렸다. 흑2로 물러나야 하는 사연은 위의 참고도3에서 충분히 설명한 바 있다. 덕분에 백은 3, 5로 나와끊어 활로를 만들었다. 백11까지 이제 이 대마는 쉽게 공격을 당할 모습이 아니다.
갑갑해 보이던 백돌이 순식간에 활개를 치기 시작한다. 오히려 가운데 흑돌을 공격하며 반격의 나발을 불 기회마저 생겼다. 좌상귀 정석 진행에 대해 원성진 7단은 평소 연구를 많이 했던 것으로 보인다.
참고도4 (흑1 무리수)
흑1 차단은 무리수다. 백2로 젖히면서 역습을 받으면 곤란한 쪽은 거꾸로 흑이다. 흑A를 둘 수 없는 탓에 흑이 위와 끊겨 결국 백돌과 수상전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그 전투는 흑보다는 백에게 훨씬 유리하게 작용할 게 뻔하다. 실전에서 백한테 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는 사연이 여기에 있었다.
실전진행2 (백홍석의 반격)
왼쪽에서 원성진이 원펀치를 날려 한건 올리자 백홍석도 질세라 핵주먹을 날린다. 흑1이 짜릿한 일침. 마치 ‘일방적으로 쫓길 수는 없다. 곤마 동행.’을 외치려는 듯, 이쪽 백을 건드려 능률적으로 이 일대를 수습하려는 의도였던 것.
백2는 기세. 그 바람에 흑3으로 나와 끊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왼쪽에서의 포성이 멈추기가 무섭게 또 다른 전투가 반상을 흔들어 놓는다.
참고도5 (흑 바람)
흑1은 아마추어 분들이 꼭 기억해야 할 좋은 맥점이다. 실전처럼 끊기지 않으려면 백2로 물러서야 한다. 하지만 귀를 흑한테 몽땅 내주면서 근거를 내릴 뿌리마저 없어진다. 이는 흑이 바라는 바이다. 아무리 두터운 기풍의 원성진도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참고도6 (무난한 변화)
흑▲로 끊긴 이상 복잡한 전투는 불가피하다. 백5까지가 가장 평범하게 예상할 수 있는 변화다. 서로 둘만한 그림. 이후 중앙 처리를 누가 더 잘 하느냐가 관건이다.
실전진행3 (의문의 선택)
원성진 7단은 백 석점을 버리는 작전을 펼쳤다. 안쪽 흑돌을 취하면 충분히 ‘버린 만큼 얻는다’고 생각한 것인데, 오판이었다. 송두리째 백집으로 굳어진다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바꿔치기이지만 흑6에 붙이는 맥점이 있어 그대로 잡힐 돌은 아니다.
실제로 이후 이곳에서 패가 발생하며 수가 난다. 백은 상변을 취하는 대가로 좌상귀를 흑한테 바치게 된다. 형세가 흑한테 확실하게 기울어진 시점이 바로 그때부터였다.
.gif){kind=logo}
;)
본국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