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시훈(柳時熏․35) 9단이 지난 2월말 괌에서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부는 일본 가마쿠라(鎌倉) 시에 거주하는 피아니스트 다카하시 사유리(高橋砂由里․30) 씨로 두 사람은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나 처음부터 마음이 잘 맞았다고 한다.

다카하시 사유리 씨는 지난해 9월 이천의 지산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전자랜드배 2006 한일프로기사 골프대회에 동행했던 바로 그 여성이다. 당시 훤칠한 키에 모델 같은  미모로 시선을 끌었던 이 여성과 류시훈 9단은 이미 약혼한 사이였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류9단이 취재에 나섰던 월간바둑 기자에게 “결혼 전까지 보도를 미루어주었으면 좋겠다”고 강력히 요청해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

류시훈 9단이 원생시절 이창호 9단과 라이벌로 경쟁하다 이창호 9단이 조훈현 9단의 내제자가 되자 1986년 일본으로 건너가 바둑공부를 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1988년 일본기원에 입단했으며 1990년 24연승을 포함해 42승 6패의 성적으로 기도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1994년 NEC준영전에서 우승했고 그해 20기 천원전에서 린 하이펑 9단을 꺾고 첫 빅 타이틀을 획득한 뒤 3연패했다.
1996년 왕 리청 9단을 꺾고 왕좌를 차지했으며 51기 본인방전 도전자로 나서 조치훈 9단과 형제대결을 벌여(4:2로 패) 바둑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 고바야시 고이치 9단을 3:0으로 물리치고 천원에 복귀했는데 이때 이긴 세 판이 모두 반집승이어서 화제에 올랐다.

기가 막힌 일도 있었다. 2002년 랭킹1위 기전인 기성전에 도전하여 왕 리청 9단과 2:2의 팽팽한 대결을 벌이던 중 승부의 분수령인 도전5국에서 3집반을 남기는 바둑을 마지막 공배를 메우는 과정에서 실수해 거꾸로 불계패를 당한 일화는 지금도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결국 4:2로 타이틀 사냥에 실패한 류9단은 2003년 NEC배에서 다카오 신지 9단을 이기고 한차례 우승했을 뿐 이전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통산 600승을 올렸다.

결혼을 계기로 류시훈 9단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길 한국팬들과 함께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