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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친을 적으로 만나면 이기는 수밖에 없다. 강유택 5단(오른쪽)이 같은 나이이고 같은 해 입단한 친구 김진훈 3단을 천원전 16강전에서 꺾고 앞으로 나아갔다. |
강유택 5단과 김진훈 3단은 1991년생 동갑내기인데 입단연도도 2007년으로 같다. 둘은 절친이다. 그런데 프로기사로서 지금까지 이뤄놓은 것을 보면 차이가 난다.
강유택은 세계대회인 LG배, 삼성화재배, 비씨카드배, 후지쓰배, 농심신라면배 본선을 두루 경험했고 2011년 6기 십단전 결승에선 이세돌 9단과 겨뤄 1-2로 패퇴하며 준우승했다. 바둑리그를 포함해 국내기전 본선을 누빈 것은 물론이다.
이에 반해 김진훈은 국내기전 본선 수차례 진출에 그친다. 중량감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이 두 사람이 9일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 본선 16강에서 만났다.
강유택은 대국 전 “2008년 4강 기록을 넘어서겠다”고 했다. 결승을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여 2011년 원익배 준우승 이후 별볼일 없었던 자신의 성적을 일신하고 재도약하는 계기를 천원전에서 만들겠다는 심산이었다. 필연적으로 절친 김진훈을 제물로 삼아야 했다.
▲ 절친 기사 강유택(오른쪽)과 김진훈. 혹자는 외모의 특징을 들어 모범생과 미소년이라고 한다.
김진훈은 천원전 본선에는 두 번째 올라와 보는 것이었는데, 한 기전에 두 번 이상 올라와 보긴 처음이었다. 이 기전과 인연이 각별하다고 봤을 것이다. 역대 상대전적에서 강유택에겐 2패를 당하고 있었다.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었다. 그럼에도 일방적인 대국이 되지 않으리란 것은 한국랭킹 100위 바깥의 김진훈이 예선에서 한국랭킹 14위 이지현 3단을 제압하고 올라왔다는 점에서였다. 실리 위주의 작전을 쓰며 ‘기다리는 바둑’인 김진훈과 역시 실리 스타일의 강유택의 대국은 장기전이 예고 되고 있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K-바둑스튜디오에서 강유택과 김진훈이 마주앉았다. 강유택은 돌을 가려 흑을 들었는데, 아주 빠른 템포로 실리를 차지해 나가기 시작했다. 강유택은 아주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실리를 넉넉히 차지한 뒤 달려드는 상대에게 날카롭게 역습을 가하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번이 딱 그랬다.
정상급 기사 박영훈 9단을 상대로 5승 1패의 우세를 보이는 것도 그런 식이다. 같은 실리 스타일이지만 예리하게 뒤를 쳐 굴복을 받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포석에서 바둑이 거의 결정됐다. 김진훈이 이른 시기에 좌변 2선 침투를 감행했는데 강유택은 이것을 공격해 가두어 놓고 중앙을 호령하면서 주도권을 쥐었다. 이후 강유택은 역전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알기 쉽게 정리하는 수로 일관하면서 우세를 굳혔고 그대로 바둑도 끝이 났다. 중반 말미에 대마 사활이 복잡해진 장면이 있었으나 타개 수단이 풍부해 승패와는 무관했다. 초반 한 차례의 완착이 대국 전체를 좌우한 일국이었다(231수 흑불계승).
8강에 진출한 강유택은, 김지석 9단과 윤준상 9단 간 승자와 대결하게 됐다. 국후 강유택은“천원전은 꼭 우승하고 싶은 기전이다. 김지석 9단이든 윤준상 9단이든 무조건 이기고 넘어가야 한다. 김 9단과는 공식대국을 해 본 적이 없지만 굉장한 상승세이고, 윤 9단과는 공식전적 1승 1패를 기록 중인데 군인 정신으로 무장돼 있어 역시 만만치 않은 것 같지만 내가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8강은 선착한 신진서 초단까지 두 자리의 주인이 나왔다.
제18기 박카스배 천원전 본선대국은 사이버오로에서 온라인 수순 중계하며, K-바둑에서도 방영한다. 결승은 3번기로 진행된다. 우승 상금은 2,500만원, 준우승 상금은 1,200만원. 제한시간은 1시간(초읽기 40초 3회)를 준다. 전기우승자는 박영훈 9단.
▲ 천원전 기록을 맡은 전상수 양. 교양을 목적으로 충암바둑도장에서 바둑을 배우는 아가씨다.
▲ 박카스배 천원전은 이 기전 우승자들이 정상권으로 줄줄이 진출하면서 신예들의 등용문으로 유명한데 근래 우승자들은 신예가 아닌 그냥 정상급 기사들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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