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돌)의 규격은 직경이 백돌은 21.810mm, 흑돌은 22.119mm로 흑돌이 조금 크다. 이는 까만색이 하얀색에 비해 시각적으로 축소돼 보이는 점을 헤아린 것이다. 제작하기에 따라 0.1mm 정도의 오차는 있을 수 있다.
바둑알의 개수는 흑돌이 181개, 백돌이 180개 이상이면 한판을 둘 수 있다.
바둑알을 담는 바둑통은 뽕나무, 느티나무로 만든 것을 최상급으로 치며 규격은 돌을 담아서 3분의 2 정도 차면 적당하고 통의 두께는 얇은 것일수록 가치가 높다. 바둑을 둘 때 두껑은 뒤집어 놓아서 거기에 내가 잡은 상대의 바둑알을 담아두는 용도로 활용한다.
▲ 바둑알은 이처럼 까만 자연석이나 큰 조개껍데기에서 채취해 동그랗게 가공하여 만든다. (사진/육형제바둑)
바둑알은 흑돌은 오석(烏石) 같은 자연석이나 큰 조개껍데기에서 백돌을 채취하는데 이런 재질로 만든 것은 고급품으로 값이 제법 나간다. 조개바둑알의 재료인 왕대합은 무게가 1톤 이상 나가는 것도 있어 이것 하나로 동네잔치를 벌인다고 할 정도다. 100년도 넘게 산다는 이러한 조개는 작은 조개에 비해 강도가 달라 인기다. 일본 규슈(九州) 지방에서 나는 태평양 연안의 히우가(日向)이라는 고장의 대합이 색상과 탄도가 좋아 제일로 쳤는데 구하기가 힘들어 멕시코 연안 것으로 대체해 왔거니와 일본산 조개는 오래 지나면 변색될 우려가 있어 화공약품을 써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 이춘오 장인이 평생 연구 끝에 규석(硅石) 광산에서 100% 순도의 규석 원석을 캐내어 만든 천연돌 ‘신석 바둑알’을 선보였고 이를 최고급으로 쳐주는 추세다. 한 벌에 3,000만원을 호가하는 신석 바둑알은 2014년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방한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나전칠기와 함께 선물해 화제에 올랐다.
이 외에도 옥석, 세라스톤, 세라믹스 등으로 만든 바둑알도 있으나 시중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바둑알은 장석, 규석, 초석, 영석 등을 원료로 고온도에서 녹여 만든 유리 바둑알이다.
우리나라 바둑알과 중국 바둑알은 모양이 다르다
바둑알은 어느 나라나 모양이 다 똑같은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아래위가 다 둥그스름한 원형이지만 중국 바둑알은 위쪽만 둥그스름할 뿐 바둑판에 맞닿는 아랫면은 납작하다. 아마 바둑판이 흔들렸을 때 돌들이 쉬 휩쓸리지 않도록 안정적인 면을 고려해 그리 만든 듯한데 대신 착점할 때 위아래를 잘 구분해서 놓아야 하니 불편하다. 어쩌면 둥그런 바둑알의 윗면은 하늘이요 평평한 아랫면은 땅을 상징한 것일 수도 있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중국에서는 상대에게 ‘기권(항복) 의사’를 굳이 말로 하지 않고 이 바둑알로 전달할 수 있다. 평평한 아랫면을 위로 뒤집어 착점하면 된다.
▲ 왜 컬러바둑알은 사용하지 않을까? 울긋불긋, 알록달록 다양한 바둑알을 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바둑알은 왜 흑백의 색깔만 고집할까?
근래에는 어린아이들이 바둑을 많이 배우면서 호기심과 재미를 불러일으키려고 알록달록한 컬러바둑알을 내놓기도 하지만, 바둑알의 흑과 백 기본색상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장시간 들여다보며 집중력을 최대한 가동하여 수를 읽어야 하는 바둑에서 흑백만큼 피로감을 덜하고 명도(明度)가 분명한 색은 없다. 옅은 노란색상의 나무바둑판과 가장 뛰어난 조화를 이루는 색이 흑백이거니와 흑과 백은 동양화의 기본색채이자 동양문화의 기저가 스며 있는 색깔이기 때문이다. 낮과 밤, 음과 양, 어둠과 밝음의 양면은 인간 삶과 사상의 바탕이다. 바둑을 일컬어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말은 그냥 지어낸 수사(修辭)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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