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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에 또하나의 눈을 넣고 싶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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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직업은 흔히 말하는 바둑의 전문기사. 관전기와 칼럼을 써서 살아가고 있으니 프리랜서라고 해도 좋겠다. 이 생활도 어언 3년인데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이 글과 같은 칼럼은 필자를 꽤 강박으로 몰아넣는다. 강박이라고? 힘든가? 그렇다. 힘들다. 기보를 넣어야 하고 동시에 바둑의 세계도 보여주어야 하는 것에 힘들어한다. 그 두 가지가 연결되면 주제가 꽤 한정되기 때문이다.
기보 없는 칼럼이라 하자. 그러면 기보의 한계에 제한 받지 않는다. 소재는 흔하디 흔하다. 누가 이겼다고? 바둑계에 어떤 변화가 있다고? 그러면 그 뉴스를 전해주면 그만이다. 그 뉴스의 의미를 찾는 것은 - 이걸 해설이라고 하던가? - 그리 어렵지 않다. 기보에만 의지하는 글이라면? 그 또한 어렵지 않다. 묘수나 특정 대국의 하이라이트에 대한 해설 등 소재는 널려 있다.
그러나 본 칼럼은 다르다. 칼럼의 내용은 다음 두 조건에 의해 제한된다. 어떤 바둑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 하자. 그러면 그에 걸맞는 기보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어떤 기보가 있다 하자. 이 경우엔 기보가 바둑의 어떤 세계를 드러낼 수 있어야 비로소 그 기보는 쓸모가 있고 글도 나온다.
독자 여러분은 지금 필자를 힐난하실지 모르겠다. 분명 필자는 투덜거리고 있으니까. 그러나 약간만 참아주시라. 다음 기보는 어느날 인터넷에서 본 아마추어의 대국. 상변은 실전이고 하변은 문제이다. 실전을 볼 때 필자는 무의식적으로 뭔가를 생각한다. 저 속에 숨겨진 바둑의 이면이 있을까 하고. 그 숨겨진 세계가 바둑의 어떤 문제라고 가정하자. 필자는 그것을 찾아 자신도 모르게 문제를 만든다. 하변이 필자가 만든 - 또는 찾은 - 그 문제. 흑1이 묘수. 다음 백A,흑B로 오른쪽 백을 자충으로 잡는다. 흑1에 백a는 흑b로 잡는다. 흑1을 B에 먼저 젖히면 백c,흑1,백d,흑a,백A까지 흑이 죽는다.
독자께서는 고소(苦笑)를 금치 못할 것이다. 칼럼의 부담감이 칼럼의 주제가 되다니 하고. 얼마나 주제에 막히면 투정으로 칼럼을 메울까! 그러나 필자는 절박하다. 사활 문제나 보여드리면 얼마나 편할까.
문용직 프로4단 2002-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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