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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의 9단 승단， 딜레마냐 현실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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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3단이 지난 8월3일 제15회 후지쯔배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다. 유창혁 9단을 반집으로 누르고. 준결승에서는 이창호 9단도 넘어섰다.
자,여기에 논의가 모아진다. 이3단을 3단에 머물게 할 것인가,추천으로 9단에 승단시킬 것인가? 사이버 공간에 드러난 애기가들의 견해를 보면 약 70%가 9단 추천을 당연시하고 있다. 승단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은 15%.
그러나 추천 9단은 적지 않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동안 이3단은 소신에 의해 2년여 동안 승단대회에 불참하고 있다. 이는 단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단위에 의미를 두지 않는 기사를 9단에 승단시킨다? 승단대회에 참여한,실력은 사실상 거의 비슷한 - 다만 세계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는 사실 외에는 - 다른 기사들과의 형평성은?
더 큰 딜레마,역사의 아픔이 엄존한다. 단위제도는 프로의 권위를 의미해왔다. 일본은 그 역사가 400년이 넘고, 우리나라도 50년이 넘는다. 그 제도를 무너뜨려야 할 것인가. 물론 단위의 권위가 퇴색한지는 이미 15년에 가깝다. 단위가 실력을 반영치 못하여 갓 입단한 초단이 9단을 이기는 시대가 현실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키워온 과거를,그 과거를 지워야 할 것인가.
사실 문제는 바로 후자인 역사의 고통에 존재한다. 바둑의 세계를 키워온 단위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그렇다. 최근의 논의는 변화의 급류에 올라탄 바둑계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제야말로 때가 온 것이다. 바둑계는 거스를 수 없는 시세를 반영해야 한다. 조만간 단위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을 단행하여야 한다. 역사적 안목에서 승단제도의 타성을 무너뜨리고, 랭킹제 등 다른 제도적 보완을 통하여 프로의 세계와 권위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당사자인 이3단은 그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기보에서 백2를 주목하자. 키워 죽이고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우변을 흑9까지 납작하게 만들었으며,하변 또한 백10으로 젖혀 흑의 공배를 메우고 있다. 흑의 응수가 고통스럽다. 명인의 실력이 분명하다. 이3단(백)은 자신만의 안목으로 현실을 넘고 있다.
( 문용직 프로4단 2002.08.13 )
○ 총보는 제15회 후지쓰배 결승전, 유창혁 9단 對 이세돌 3단의 대국이다. 관련기보를 클릭하면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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