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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棋盜) 조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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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棋盜) 조세영
2008-02-04 조회 7426    프린트스크랩
▲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

 

기도(棋盜) 조세영(67세)

그가 또 잡혔다.


환갑이 지난, 아니 칠순을 눈앞에 둔 그가 도곡동 서모씨 집에 있는 바둑판을 훔치려다 붙잡혀 구속수감 되었다는 뉴스가 신문 사회면 한쪽 모서리를 장식했던 것이다.


"그 나이 먹도록 아직도 도둑질을? 쯧쯧쯧...근데 웬 바둑판을?"
일반인들은 지나가는 황당뉴스 정도로 넘겨버릴 일이겠지만, 바둑인들에게 조세영이란 이름 석 자는 그 자체로도 엄청난 뉴스가 되기에 충분했는데...


조세영 그는 과연 누구인가?


어려서부터 아버님의 어깨너머로 바둑알을 훔쳐낼 때 이미 하늘이 내린 도재(盜才) 소리를 들었던 그는, 불과 약관의 나이에 서울과 경기일대 기원 361곳의 바둑판과 바둑돌을 삭쓸이~ 하며 바둑계의 이단아로 성장하였다.


하지만, 그가 바둑인들에게 기도(棋盜)란 호칭을 이름자 앞에 부여 받은 것은 지난 70~80년대 저질렀던 일에 있었다.

대낮에 버젓이 방구깨나 뀐다는 고관대작의 집만 골라 들어가 그들이 소장하고 있던 명품 바둑판과 바둑알만을 훔쳐내 바둑계를 깜짝 놀라게 했기 때문이었는데, 특히 모 장관의 집에서 들고 나왔다는 물방울 다이아 바둑알은 바둑인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일로 조세영은 절도죄에 괘씸죄를 더하여 15년 징역형에 보호감호 7년 등 도합 22년을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고, 그 흔하디흔한 석탄일 성탄절 하물며 광복절특사에도 끼지 못한 채 지난 2002년 만기출소를 알린 짤막한 뉴스로 잠깐 바둑계의 인구에 회자되기도 하였으나 점차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질 무렵 이번 일이 터진 것이다.


조세영 절도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출소 후 하릴없이 동가식서가숙하던 그가, 과거 알고 지낸 모 기원 원장에게서 풍문으로 떠돌던 '황금바둑판 3종세트'를 도곡동 서모씨가 가지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조세영의 잠재된 도욕(盜慾)을 자극시켜 버렸던 것이다.


조세영은 이야기를 들은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하고 서씨 집 담장을 넘고야 말았다.

생각보다 허술한 사설경보망을 뚫고 안방으로 잠입한 그는 자고 있는 서모씨 머리맡에 놓여 있는 황금바둑판의 광채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과연~ 과연~명품이로세'

마지막 초읽기 '아홉~에 놀라듯 초조한 가슴을 진정시키며 황금바둑판을 싸들고 튀려는 찰나...바둑판 위에 놓인 사활문제를 본 것이 그의 불행이라면 불행이었다.


'그래 이 문제만 풀고 튀자~'


바둑판을 훔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조세영의 기력도 짱짱한 기원1급 실력이었기에 사활문제는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이다.


'움. 이렇게 놓으면 저렇게 받아서 죽고, 여차하면 저차로 죽고...생각보다 어려운 걸...가만있자 그럼 일단 내려서서 궁도를 넓히면...아...치중이 있군. 빅이라도 나면...아 그것도 힘든가?'


주섬주섬 명품바둑돌을 이리 놓고 저리 놓고 땀을 흘리며 사활을 고민하던 그때. 그의 등 뒤에서 들리는 한마디.


"그건 손을 빼야 살 수 있어요."

바둑돌 딸그락 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집주인 서씨의 목소리였다.


과연 그러했다. 발상의 전환. 건드리면 죽고 손을 빼야 살 수 있다니.

조세영과 서씨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오묘한 바둑세계를 잠시 음미하다가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다다다다당신~~ 누누누누누구요!!!"


서씨의 놀란 외침에 조세영은 사태를 파악하고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빌 수밖에...

자신이 바로 왕년의 기도(棋盜) 조세영이며, 황금바둑판이 있다는 소리에 눈이 멀어 이렇게 또 일을 저지르게 되었다며 눈물을 짜냈다.


서씨 역시 1급 기력 30년에 조세영의 명성(?)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며 칠순이 다된 나이에 머리를 땅에 묻고 용서를 구걸하는 그의 초라한 모습에 측은함을 느꼈다.


"저도 당신 이야기를 기원에서 많이 들었소. 하지만 이제 인생을 마무리할 때인데 아직도 그 버릇을 못 버려서야 되겠소. 같은 바둑인으로 생각해 한번은 눈감아 주리다. 이 바둑판이 그리도 탐이 나셨다니 저랑 수담 한판 나누는 걸로 그 아쉬움을 털어 버리시구려"


서씨의 너그러운 마음에 조세영은 크게 감사하며 이 바둑 한판을 끝으로 영원히 도계(盜界)를 떠나겠다 다짐하고 좌정하여 앉았다.


반전무인(盤前無人). 바둑판을 앞에 두곤 도둑이며 주인이냐가 필요 없었다. 오직 상대의 마음을 읽고 호흡을 공유하면서도 그 상대를 깡그리 잊고 둘은 판에만 몰입했다.


기원1급 실력도 천차만별이라지만, 둘은 용호상박 난형난제 백중지세에 막상막하 대동소이 오십보백보의 호적수였다.


종반에 이르기까지 서로 일진일퇴의 공방 끝에 바둑은 끝내기에 접어들어 반집을 다투는 국면. 귀에 젖혀져 있는 단 한곳의 패가 승패의 향방을 말해주고 있었다.

남아있는 팻감은 백을 잡은 서씨가 하나 더 많았고, 승부는 조세영의 반집패로 굳어지고...

그 순간, 서씨의 떡패가 나왔다.

맛만 나쁘지 수는 안나는 패를 무심코 서씨가 쓰고 만 것. 머리를 쥐어뜯던 서씨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한수만 물려주시오~"


"일수불퇴! 낙장불입! 바둑 어디서 배우셨소? 못 물려주오~"


물려달라 못한다..옥신각신 끝에 서씨는 화가치민 나머지 바둑판을 뒤엎어 버렸다. 그리고 번개같이 조세영의 두 손을 테이프로 감아버린 후 허리춤을 잡고 112로 다이얼을 돌렸다.


그렇게 조세영은 또다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얼마 후 1심재판. 5년을 선고받은 조세영은 최후진술을 하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제가 비록 바둑 한수 안 물려줘서 다시 감옥에 가게 생겼지만, 또다시 그때의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일수불퇴 소신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존경하는 재판장님! 바둑은 바둑이고 어떻게 이번 도둑질은 한번만 물려주시면 안될까요?"

200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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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돼지 |  2008-02-04 오전 5:34: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감사 합니다.  
음모자 ^^*~
斯文亂賊 |  2008-02-04 오전 8:41: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훔... 그 사활문제는 권오민 사범의 작품인 듯... =3=3=3  
음모자 어..마자요 난적님. 전에 문용직 사범님의 칼럼(?)내용에서 얼핏 본적이 있었거든요..하여간 귀신이셔^^
ㅊㅊㅍㅍ |  2008-02-04 오전 9:08:1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할아버지 아버지께도 양보 할수엄는거.....담배독대.일수불퇴........  
음모자 낙장불입 ㅡㅡ;;
추락한구름 |  2008-02-04 오후 1:07:1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대도에 기도라 득도 까지 하면 좋으련만.....잘 읽고 갑니다.  
음모자 지금쯤은 아마 득도하지 않았을까요^^*
풍진객 |  2008-02-04 오후 1:09: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흠 진정한 바둑인 이로고 ~  
음모자 풍진객님도 만만찮아욤~~튀잣==3=3=33333
노을강 |  2008-02-04 오후 2:10: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조세형?? 말하는 거 가토...  
음모자 눼~~조세형이 일본가서 도둑질하다 걸렸다는 당시 뉴스를 보구욤 ^^
체리통 |  2008-02-04 오후 5:26: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허 그래서 이건 2005년도 작품이구려.. 근데 그 서씨 승질이 고약하네요 ㅎㅎ  
음모자 그러게요^^ 함 물려주면 덧나나~~~~!! 서씨 나빠효!!
꾹리가아 |  2008-02-04 오후 5:27:3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옥신각신 끝에 서씨는 화가치민 나머지 바둑판을 뒤엎어 버렸다. ...>

서씨는 엄청난 장사인가부당...

물의 밀도는 1, 금의 밀도는 19.3

물의 19.3배나 무거운 저리두 두꺼운 황금 바둑판을 순식간에?...

혹시 도금? 티잣!!!! 후다닥!!#$%^&*()_+% ^^*  
음모자 꾹님을 쪽집게로 임명헙니다!! 너무 날카로우셔서 제가 베었어욤 ㅠㅠ
꾹리가아 지송... ^^*
이쁜바둑돌 |  2008-02-04 오후 7:49: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모자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정말 기발하신 생각은 발군이셨습니다 최고~최고~
(제가 잘몰라서요...)그런데 위의 글은 정말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글인가요?  
음모자 ^^* 바둑돌님 방가욤~! 실화는 아니고요^^ 설 연휴 잘 보내세요!!
소라네 |  2008-02-05 오전 8:50: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글도 물론 항상 광채나는 놀라움이지만 이번엔 저 위의 삽화가 제 마음속을 한펀치 쾅 하고 치는것 같습니다. 삽화를 옮겨가서(도벽^^)저 혼자 몰래 보아가며 음미하고 싶군요^^ 음모자 님의 글을 뵐때마다 이런것이 글인데 싶어 절필 을 해야하는 하수들의 고통을 느끼데 되는군요^^  
음모자 아이구 소라네님 별말씀을요..소라네님 한해 늘 건강하세요^^
별天地 |  2008-02-05 오전 9:35:0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때 여름에 보고 휴가 갈 생각도 잊었다던 그 글아닙니까 ?
기도 조세영, 이만한 패러디는 금메달 감 아닌가요 ?
계속 물음표로 끝나다 ,, 마침 감탄사 부호로 ! 꽝 (이건 추천(?) 찍는소리) ~  
음모자 고맙습니다 지망님^^ 전 아직도 지망님 아디가 먼저 떠올라서^^ 새해 행복하세요
한솔몽스 |  2008-02-05 오전 9:41:1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소라네 고수님의 말씀에 아주 심하게 동감~!!!!!!!! (오로에서도 모자님이 혹시라도 타사이트에 기웃거리실까봐 전전긍긍 하고 있다는 소문이...^^)  
음모자 몽쓰님 저 오로에서 뼈와 살을 태울꺼예욤.아히힛~~ 몽스님!! 새해 복 만땅이예요~!!
풍진객 |  2008-02-05 오후 1:37:4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림 원 작자가 뉘신지요?  
음모자 저도 그림이 참 맘에 들었는데^^ 함 알아볼께욤 !!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늘 건강하세요!!
풍진객 꼭 알아봐 주세요. 아우놈이 동양화가라 좋은 그림 보면 관심이 가서리 .. ^^ 모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운영자55 풍진객님...예전 70년대 월간바둑 표지로 실렸던 그림인데....
선비만석 |  2008-02-10 오후 9:24:4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크하하 음모자의 글솜씨는 녹쓸지 않아서 내 몹시 기쁘이......  
홍따 |  2008-02-29 오후 10:38: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근데 그문제가 어떤 것인지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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