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이 대한체육회로부터 스포츠로 공인을 받았고, 스포츠로서의 바둑에서 한국기원이 그 대표성을 인정받는 인정단체가 된 게 2002년 1월25일. 그동안 각 시도지부가 속속 창립대회를 갖는 등 대한체육회의 승인 요건을 충족해가며 2003년부터 전국체전 전시종목으로 입성해 대회를 치러 오다가 마침내 2006년 6월 대한체육회 준가맹단체로 인정되었다.

이 사이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2007년 5월28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연 제50차 집행위원회에서 바둑을 롤러스케이팅, 정구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추가하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올해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후 10월3일부터 17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는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가 벌어진다. 바둑, 체스, 브리지, 체커, 중국장기 등 5개 종목에 총 35개의 금메달을 놓고 펼치게 될 이 대회에서 바둑은 남녀개인전, 남녀단체전, 혼성페어전 및 오픈개인전 등 총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룰에 의해 경기가 진행되는 게임을 스포츠로 보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며, 이미 카드게임인 브리지나 서양장기인 체스는 90년대 후반 IOC로부터 스포츠로 인정을 받았다고 하니 바둑의 경우엔 오히려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한중일 세 나라가 힘을 합쳐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바둑이 올림픽 정식종목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바둑강국인 우리나라가 메달 효자종목을 또하나 갖게 될 수도 있겠다.

자, 여기까지만 진지했다.

이 다음부터는 재미로 하는 얘기니 한번 읽고 그냥 흘려버리시라.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을 보면 항상 안타까운 게 있다.

바로 떼거지 스포츠인데, 이름하야 단체게임 되겠다.

축구를 예로 들자면, 11명이 뭉쳐서 정말 뭐빠지게 뛰어서 우승해야 금메달 하나 목에 거는 셈이니 맥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뭐 빠지게 뛰어서 맥 빠진다? 손해보는 장사다).

심권호가 빠떼루로 상대를 한번 뒤집어 따낸 메달과 그 개수로는 도찐개찐이니 축구선수들 어찌 억울하지 않을쏘냐?

게다가 심권호네 레슬링 동네는 자유형이니 그레코로만형이니 두 가지로 나눠먹고, 그것도 모자라 두 가지가 다 체급별로 쪼개져 있으니 축구 선수들 뛸 맛 나는 게 이상하다! (그래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그동안 올림픽 우승을 안했나?)

서론이 길었다. 이렇게 긴 서론을 든 것은 앞으로 분명히 있을 바둑의 올림픽 정석종목 입성에서, 그 자체로만 만족하지 말고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 철저하게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바둑도 세분화해야 한다.

고작 올림픽에서 메달 하나 가지곤 바둑에 대한 모독이다.

잘근잘근 요모조모 은근슬쩍 두루뭉수리 철두철미하게 메달의 개수를 늘리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2008년 10월 베이징에서 열릴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대회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들.

자, 지금부터 금메달 개수를 늘려보자. 은메달이나 동메달은 금메달이 늘어나면 자연히 따라오는 것이니 너무 서운해 하진 말구.

가장 먼저 나눠야 할 게 여류와 남류(남류는 좀 이상하군! 항상 여성 쪽에만 특별(?)하게 단어를 붙여주니.)를 구분해야 한다.

최소한 금메달 2개가 나온다.

또 나누어야 할 게 단식과 복식이다. 복식도 남남 여여 복식뿐만 아니라, 동양의 음양사상에 입각하여 혼합복식도 당근 넣어야 한다.

서양넘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페어바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자.

그럼 금메달이 몇개가 되나. 어디보자 남녀단식 2개에 복식 2개, 혼합복식 1개. 합이 5개 되겠다.

5개로는 우리나라가 싹쓸이해도 올림픽 우승 못한다.

고스톱판도 아니니 자뻑에 싹쓸해도 피3장씩, 아니 메달 3개씩 못가져 온다.

그럼 더 나누어야 한다. 또 뭐가 있겠나? 어디보자.

단체전이 있다.
남녀별 단체전은 당연하고 남녀혼합단체전까지 더 나누고는 싶지만, 급하게 먹는 밥 체하는 법이고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그냥 남녀별 단체전으로 일단 만족하자.

아까까지 금메달 5개에 2개가 추가되니 이제 7개 된다.

아직도 올림픽 우승엔 어림없다. 7개 싹쓸이해도 모자른 판인데 중국과 일본도 하나씩은 줘야 되지 않은가? 더 나누어야 한다.

콩 한쪽도 나눠 먹는 게 우리네 인심이지만, 메달을 위해선 사소한 정쯤은 과감히 뿌리쳐야 한다. 공과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자 그럼 뭐가 또 있을까?

연령별로 나누면 되겠다.

0대(0세~9세)부터 100대(100세이상)까지 11단계로 죄다 나누고는 싶지만, 짜고치는 고스톱엔 호구들 올 리 없고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없다. 딱 5연령만 나누자. 10대~50대까지 말이다.

딱하나 더 나누자면 경로우대 사상이 투철한 우리민족이니 60대 이상은 무제한급으로 하나 더 하자. 그럼 6단계가 되겠다.

금메달 6개 늘어난다고? 천만에! 당연히 또 남녀로 나누고 음양의 조화상 혼합해야 한다.

6+6+6=18개 늘어나게 된다. 아까까지 7개였으니 합이 25개 맞다.

만족하지 말자. 지난해 월드컵처럼 4강에 자족하지 말자. 싸움에서도 다시는 재기하지 못하게 혼쭐을 내줘야 더이상 후환이 없다(반역의 집안은 구족을 멸한다. 명심하자. 기회 있을 때 뽕빨내야 한다).

이번엔 예상대로 체중별로? 노우! 그건 좀 심하다.

아무리 급해도 바둑이랑 체중이랑 뭔 상관이랴? 체중까지 나누면 서양넘들 이럴 거다. "그냥 네들끼리 올림픽하고 종목은 바둑만 넣거라. 빠빠이~"

체중은 아쉽지만 접자.

주변의 스포츠 종목을 잘 살펴보자. 어느 종목은 제한시간 안에서 승부를 겨루고 또 다른 종목은 제한 점수에 누가 먼저 도달하느냐로 승패를 나눈다.

그렇다면 바둑은 어떠한가?

사석을 제아무리 많이 잡아도 상대가 안 던지면 썩은 공배까지 메워야 끝이 나고 시간제한은 대회마다 들쑥날쑥이다.

감잡으셨을 줄로 믿는다. 시간으로 나눠보자.

초읽기 30초1회바둑, 5분바둑에 초읽기, 20분, 1시간, 2시간, 7시간, 이틀걸이, 혹은 개막식에 시작해서 폐막식에 끝나는 바둑까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너무 많이 나누면 욕먹기 십상이니 시간도 연령처럼 딱 6개만 하자!

18개 늘어난다. 좀전까지 25개였으니 합이 43개...오케이?

과유불급을 잠시 접고 주마가편을 더한다면,

바둑은 예술의 게임이니 '모양상'도 제정하고(미학의 오오다께! 당신 좋겠다), 시범종목으로 '최소/최다수순상', '최소/최다수순 반집상', '최다대마잡이상' 등등...마구마구 집어넣자.

참, 삼패나 장생 순환패라는 판빅이 결승에서 나오면 금메달이 두개가 되는 것은 덤이다. 이렇게 글쓰는 음모자도 덤덤(?!)할 따름이다.

한국기원에게 바란다.

중국과 일본 관계자와 머리를 맞대던지, 허리를 맞대던지, 하여간 뭐든 맞대며 차분하게, 하지만 신중하고도 세심하게 미래를 준비하길 요구한다.

우리도 올림픽 우승 한번 해보자구!

2003-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