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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의 오늘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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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29일 유성에서는 제6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대회가 열렸다.32강전.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일본,대만에서 몰려온 세계 강자들의 한 판 잔치.
분위기는 두 가지.하나는 머리카락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듯한 대국실의 엄숙함.다른 하나는 검토실.이 곳은 한 마디로 어수선하고 시끄럽다.영어,일어,중국어,우리말이 섞이는 데다가 바둑돌 놓는 소리,기사를 신문사에 전송하는 소리,전화를 주고 받는 소리 등등.
3시간 바둑이니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검토실의 소음은 더하다. 아니,소음이라고 하기는 정당치 않다.모두가 다같이 관심있는 대국이니까.다만,자연스럽게 짝을 지어 대화가 될 수 밖에 없다.소음 수치가 85dB 이상이면 6명 이상씩 모여 대화하려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16개의 모니터에 나타나는 시시각각의 한 수 한 수들.
점심 이후 시간은 자신의 흐름을 묵묵히 드러낸다.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대국은 하나 둘 끝나가고.오후 6시경이 되면 거의 대부분의 대국이 끝난다.그런 와중의 풍경 하나.
루이 9단(백)과 조치훈 9단의 바둑도 끝났다.234수만에 끝난 조9단의 불계패.이들의 대국은 다른 대국과 거의 비슷한 조명을 받았다.약간은 허무한 일.3년 전만 하더라도 조9단 하면,일본 제1 아니던가.그러나 이제는 뉴스가 되지 않는다.국제대회에서 조9단이 성적을 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지난 10여년 전 조9단이 일본의 명인을 따고 귀국했을 무렵,그에 대한 대접은 아주 융숭했고 한국의 바둑 붐도 그에게 크게 힘입었었다.
승부의 세계란 이런 것인가.성적만이 전부이던가.루이(백)의 백1, 3이 최근의 새로운 수법.단순히 3에 갈라치면 흑이 A까지 다가올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백3 다음 흑B이면 백C,흑D,백E로 3의 벌림이 알맞다.백1, 흑2가 있기에 흑의 다음 수는 C 아니면 D 정도이다.미풍(微風)같은 백1,3의 수법.그저 감상이나 하자.
(2001.9.13 / 문용직 프로四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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