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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다하는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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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은 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기전이 열린 날.한국기원 2층은 프로들로 만원이다.중국과 일본,대만에서 건너온 프로들과 한국 기사들이 모두 합하여 154명.언어도 영어까지 합해 4개이니 시끌법석할 만도 하다.
그러나 점심이 끝나고,오후 3∼4시가 될 때까지는 돌 소리와,서걱거리는 초시계 초침소리만이 들릴 뿐,다른 소리는 대국장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그러나가만히관찰해보니,옷차림은천차만별이다.양복정장,개량한복, 가벼운캐주얼차림등.신발도제각각.구두에,운동화에,조리슬리퍼까지.여류들도 눈에 많이 띠어 반상의 변화를 실감시킨다.나이는? 나이도 대부분 10대부터 30대.40대는 매우 드물다.젊어진 바둑의 세계를 알 만하다.
오후 5시경이 되니 승부가 끝난 판이 드문드문 나타나고,대회장은 약간씩 술렁거린다.승부를 끝낸 프로들은 대부분 대국장 밖으로 나가지만,언어가 제 각각 다르니,술렁거림은 파도처럼 밀려든다.입회인 임선근 9단이 밖으로 나가 조용히 하라고 입술에 손을 댈 정도이다.여럿이 모인 자리니 프로의 세계라 할지라도 어쩔 도리가 없다.
6시가 되니 대부분의 대국은 끝이 났다.아쉬움에 약간씩의 소란이 있었던 국후 소감과 검토도 거의 끝난 상태.그러자,어느 한 판으로 모두들 시선이 몰리는데,약 30명 정도나 되는 기사들이 주변을 에워싼다.모두들 침만 삼키며 시선을 반상에만 모으는데,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다음 기보는 마지막으로 남은 중국의 랭킹 9위 딩웨이 8단과 일본의 신예 고노린 4단(흑)의 대국.흑1,3이 멋진 수.다음 A와 B를 맞보아 승부가 끝났다.백 돌이 던져졌다.특히 흑3은 침착한 수로 보통은 흑A,백3,흑B,백C,흑D로 패를 만들기 쉬운 자리.그러나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고노린 4단은 냉정하였다.
인상깊게 남는 것은 고노린 4단의 자세.허리를 꼿꼿이 하여 조금도 허트러짐 없이 한 수 한 수를 두어갔다.승부는 이미 자세에서 결정나는 것일까.그럴 것이다.아니 그럴 리가 있겠는가.맘과 몸을 다하는 승부,그렇지 아니 하겠는가.
(2001.8.2 / 문용직 프로四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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