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명인의 묘수'
|
|
|
|
|
지난 12,14일은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제6회 LG배 세계 기왕전 본선 1,2회전이 있던 날이다.세계 최정상들의 한 판 잔치날이니 구경을 아니가고는 배기기 힘든 날.필자라고 다를까.
다만 필자에게는 어디 묘수가 없나,하고 두리번거리는 의무감이 약간 있었다.독자들께 멋진 묘수와 묘한 아이러니를 하나쯤 보여드리고,그것으로서 반상의 깊이,아름다움 뭐 그런 것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눈을 씻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16국이나 되는 세계 정상급들의 대국에서 묘수 하나 찾을 수 없다니.“뭐야,이거 묘수가 하나도 없잖아” 투덜거리는 필자였는데,마침 옆에 강훈 9단과 최규병 9단이 있었다. 하는 말이,“아,본래 고수의 바둑에서 묘수는 숨어버리는 거야”
아! 그렇다.듣는 순간,마음 속 깊이 점두(點頭)하게 되는 진실.그 진실.
명인의 바둑에서 묘수는 없다.상대의 묘수는 미리 살펴서 피하고 두기에,2500년이 넘는 역사에서 묘수라고 이름 붙여 내려오는 것은 손꼽아 헤아릴 수 있다.
세공(細工)에는 약간 무딘 칼이 필요하고,명공(名工)의 칼은 날카롭지 않은 법.명인의 바둑이 남과 다른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영역은 응수타진이라고나 할까.다음 기보를 보자.흑1 걸침에 백2,흑3의 교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유창혁 9단과 왕리청 9단과의 초반인데,백2,흑3의 교환은 오청원 선생이 창안한 수법.제자인 왕9단이 즐겨 쓰고 있다.문제는 그 교환이,수순을 바꾸어 흑3 굳혔을 때 백2로 걸친 모양과 같다는 점이다.그 경우 백2가 좋은 수가 될 것인가.대부분의 기사들은 고개를 젓는다.그러나 딱히 나쁘다고 하는 이도 없다.초점은 그 타이밍에 있다.백2,흑3의 교환은 흑의 입장을 백이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다.백2 걸침에 흑이 취할 태도는 실전,A로 받는 것,B로 협공하는 것 등인데,그 점을 먼저 묻고 백의 태도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진실로,진실로 명인들의 묘수란,과연 이 정도일까?
(2001.06.21 / 문용직 프로四단)
|
|
|
|
|
|
|
|
|
|
|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