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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의 위작 여부, 전문가는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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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얻은 유쾌한 사실. 물론 이 추론에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솔직히 그것까지는 하기 싫다.
술 마신 늦은 밤에 일본 불교사를 읽다보니, 가마쿠라(鎌倉) 불교의 대표자로서 굴곡 많은 인생을 보낸 니치렌 쇼닌(日蓮上人, 1222-1282)이 눈에 뜨였다. 생년이 1222라고? 머리에 뭔가 퍼뜩 떠올랐다. 그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 스님의 나이를 조사해보자. 보니까 1253년엔 32살. 야! 이거 뭔가 있나보다. 흥분되고 즐거웠다. 그러나 술 깬 다음날 아침에 생각해 보니, 당장 의심.
일본 중세 1253년 정월 송엽곡(松葉谷) 초암(草庵)에서 두어졌다는 대국보는 일본 최고(最古)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을 잡은 사람은 니치렌(日蓮). 흑은 그의 제자 요시죠 마루(吉祥丸). 대국 당시의 나이는 32살과 9살. 1828년 발간된 10쪽짜리 목판본 '고기(古棋)'에 처음 등장하는 기보.
니치렌이 누구인가? 일본의 혼인보(本因坊)와 이노우에(井上)는 일련종(日蓮宗)의 승적(僧籍)에 연원을 둔 바둑 가문인데, 그 일련종의 종조(宗祖)가 바로 니치렌이다. 바로 이 때문에 그 기보가 이노우에 가문에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설도 진작부터 나돌았었다.
대국자의 나이가 정확하게 기록된 것은 그럴 듯한데, 9살 소년이 두었다는 점과 575년이나 지난 뒤에 기보가 등장한 점 등도 수상쩍기 짝이 없다. 좋다. 그거야 그렇다 하자. 그러나 니치렌은 12살에 절에 들어가서 16살에 출가한 사람이다. 그리고 바로 문제의 1253년, 포교를 위해 그가 던진 첫마디는, 법화경이야말로 말법에 있어서 절대적인 구원이라는 확신에 찬 정토교 비판이었다. 하하하. 그 만큼 극단적인 포교와 배타성이 강했던 그가 바둑 배울 시간이나 있었을까? 내용을 훑어보니 실력이 적어도 아마 6단은 되겠다. 아니다. 그 이상이면 이상이다.
증거 하나. 흑1, 3이 절묘한 수순이다. 다음 흑A 백B 흑C를 남겨둔다. 흑1을 3에 먼저 끊으면 백은 백C 흑1 백a로 양보할 것이다. 놀랍게도 두 사람의 실력 또한 차이가 없다.
프로의 안목을 자부해야겠다. 그 바둑은 분명히 후세의 위작(僞作)이다.
(2003-09-19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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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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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斯文亂賊 |
｜ 2003-09-19 오후 12:3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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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오~ 그렇군요. 법화경=나무묘법연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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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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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부처는 물을 건너지 않는다... 야심한 밤에 왠지 끌리는 말이네요...관련비화 메냐 게시판에 올려주실수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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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동안 불경공부하느라 바둑공부는 못했을 거란 것인가요?.이해부족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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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부처라도 흙이 물을 만나면 흩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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