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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열전 / 대구 영남일보 최규병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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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열전 / 대구 영남일보 최규병 감독
2008-08-25     프린트스크랩

이제는 물처럼 살고 싶습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의 겉모습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풀포기를 연상시키는 무성한 눈썹이 그렇고 착용한 안경 덕에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긴 하지만 엷은 쌍꺼풀 아래 형형한 두 눈, 얼굴 전체에서 풍기는 강인한 이미지도 예전과 흡사하다.

 

‘2007 KB한국바둑리그’에서 전년도 최하위 팀을 단숨에 1위로 끌어올리면서 스스로 ‘감독의 발견’을 연출한 풍운아. ‘2008 KB한국바둑리그’ 개막전부터 곤두박질, 예측불허의 안개리그 바닥까지 추락했다가 후기로 접어들자마자 전혀 새로운 팀이라도 된 듯 승승장구하며 디펜딩챔피언의 위용을 되찾고 있는 영남일보 최규병 감독을 만나본다.

 

손종수(이하 손)- 전기리그에서 바닥을 헤매다가 드디어 공동3위까지 올라섰습니다. 지난해 챔피언으로서는 크게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승세로 돌아섰으니 전환점의 소회 정도는 있을 것 같은데요.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시작한 최규병 감독의 목소리가 변성기 소년 같다. 바둑도장과 협력 바둑교실 학생, 학부모들 200여명을 이끌고 6박7일의 여름캠프를 다녀왔다더니 수련장에서 얼마나 고함을 쳐댔으면 목이 다 쉬었을까(내면과 일치하지 않는, 그의 겉모습은 '군기반장'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감기 얼차려'를 전에 없이 호되게 치른 후유증이라고 한다.

 

최규병(이하 최)- 하하하. 뭐, (영남일보의 추락이)이상한 것만은 아닙니다. 한국바둑리그가 해를 거듭하면서 각 팀의 전력 평준화가 이루어져 어느 한 팀의 독주가 어려워졌어요. 예년에 비해 아슬아슬한 3승2패 승부가 많아졌는데 우리가 전기리그 초반부터 곤두박질한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개막전부터 2승 먼저 올리고 3연패하는, 최악의 역전패를 연속해서 당했거든요.

 

거기다가 ‘중국리그 사건’이 터졌습니다. 저도 선수들도 상처가 컸죠. 전후사정에 관계없이, 저는 원칙도 모르는 무책임한 감독이 됐고 중국리그에 출전한 선수들은 나이 어린 프로가 돈만 밝힌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미 지난 일 다시 길게 거론하고 싶진 않습니다만 모든 일의 진행에는 탄력적인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바둑리그 운영본부(한국기원 사무국, 바둑TV, 프로기사의 협의체)가 세운 원칙은 존중하지만 상황에 따라 팀(후원사)과 선수 나아가 팬들까지 배려하는 최선의 길이 무엇인가를 고려하는 좀더 섬세한 운영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악재가 겹쳐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죠. 특히, 중국리그 사건에 얽힌 ‘투톱(김지석 4단, 윤준상 7단)’의 부진이 두드러졌습니다. 그나마 전기리그를 마치면서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고 중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죠.

 

손- 말씀대로 ‘투톱’의 성적이 부진한데도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이제는 공동3위까지 뛰어올랐는데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입니까?

 

최- 대체효과죠. 1, 2장의 부진을 다른 선수들이 잘 커버해준 겁니다. 전기에는 허영호 6단(현재 6승 3패, 전기 5승 2패)이 사실상 에이스의 역할을 대신했고 김형우 3단(현재 4승 4패, 전기 3승 3패), 강유택 2단(현재 6승 3패, 전기 4승 3패)도 제몫 이상을 해냈습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우리 팀은 바닥에서 일어서지 못했을 겁니다.

 

손- 후기리그로 들어서자마자 2연승을 거두며 단숨에 공동3위로 뛰어올랐습니다. 이제는 우승도 가시권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팀이 설정한 목표라든지, 감독 개인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시죠.

 

최- 허영호 6단, 김형우 3단, 강유택 2단이 계속해서 잘 해주고 요즘은 윤준상 7단(현재 5승 4패, 전기 3승 4패)도 살아나고 있습니다. 이제, 김지석 4단(현재 3승 6패, 전기리그 2승 5패)만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면 영남일보는 예전의 ‘만만치 않은 팀’으로 돌아갈 겁니다. 제 목표는 정규시즌 2위입니다. 물론, 선수들의 목표는 우승이겠지만요. 일단, 4강이 겨루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 우승도 노려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손- 팀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지난해 챔피언이었지만 개막전부터 연속해서 역전패하고 선수들의 중국리그 진출로 곤욕도 치르고 해서…. 후원사(영남일보)와 선수들과의 관계는 어떤지 팬들의 우려와 관심도 그만큼 큽니다.

 

최- 팀 분위기는 좋습니다. 후원사와의 관계도 이상적입니다. 바둑을 좋아하는 경영자(영남일보 배성노 대표)와 팀의 실무책임자(이정환 팀장)가 항상 깊은 관심을 보여주면서도 꼭 필요한 부분 이외의 일이나 감독, 선수들의 의견에는 개입하지 않습니다. 승패에 부담을 주지 않고 항상 선수들이 최선의 컨디션으로 대국에 임할 수 있도록 배려해줍니다. 선수들도 만족하고 있죠. 영남일보는 후원사, 감독, 선수들이 혼연일체를 이룬 꽤 괜찮은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손- 보통, 팀을 이끌어가는 선수들은 1, 2장입니다만 그 이외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려 감독이 특별히 아끼는 선수가 있습니다. 영남일보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만….

 

최-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는데 선수선발 때 보호선수로 지명해 사실상 1지명과 다름없는 허영호 6단이 전기리그에서 부진했던 팀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기둥역할을 해줬죠. 기대에 부응했다고 할까요. 믿음직합니다.

 

그리고 강유택 2단은 3지명으로 선발했지만 당장 크게 기대했던 건 아닌데(개막식 때 최 감독은 강유택 선발을 두고 ‘팀의 미래를 보고 뽑았다’고 했다)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팀의 버팀목이 돼주었습니다. 영남일보가 현재의 순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수훈 갑’이죠.

 

또 김형우 3단 역시 기여가 큽니다. 승률 50%의 리그성적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지만 그 1승, 1승의 가치는 작지 않습니다. 팀이 꼭 필요할 때 승리를 가져다주는 해결사 같은 역할이죠. 전기리그는 사실상 이 세 선수가 팀을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손- 김형우 3단은 프로바둑에 관한한 불모지로 꼽히는 대구의 귀중한 ‘프렌차이즈 스타’입니다. 한국바둑리그의 성공과 지속적인 발전의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지역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프렌차이즈 스타’의 양산이라는 점에서 김형우 3단의 역할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런 기회에 김형우 3단의 특징이나 장점을 팬들에게 전해드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 기풍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끈질긴 스타일이죠. 초반보다 중, 종반이 강합니다. 그것은 곧 초반이 약하다는 얘기도 됩니다. 특히, 속기에서 초반을 그르쳐 승부를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각별히 명심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겠지요. 침착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잘 극복하리라 믿습니다.

 

승부결과에 부담을 크게 갖는 성격인데 그것은 승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강하다는 뜻도 있기 때문에 일장일단이 있죠. 아무쪼록 김형우 3단이 대성할 수 있도록 대구지역 팬들께서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손- 팀 이야기는 이쯤하고 최 감독 개인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유창혁 9단과 함께 바둑도장을 개설한지 몇 년 된 것 같고 최근에는 바둑리그 감독까지 맡았습니다. 이제는 승부를 업으로 하는 토너먼트 프로의 길에서 약간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한때 타이틀을 목표로 공부에 매진했던 시절도 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건 없습니까?

 

최- 글쎄요. 전체기사가 출전하는 공식기전의 타이틀무대에는 딱 두 차례 올라가봤습니다(9단에 오른 99년 입신연승최강전에서 우승한 기록이 있는데 최 감독은 언급하지 않았다. 기억을 못해서가 아니다. 우승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전체기사가 출전한 기전이 아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94년 박카스배와 99년 기성전입니다.

 

기성전에선 절정기의 이창호 9단에게 도전한 것이기 때문에 이겨서 타이틀을 따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본다는 정도였죠. 유창혁 9단과 겨룬 94년 박카스배는 결승1국을 이기고 결승2, 3국을 연패해 타이틀을 놓쳤는데 결승2국의 패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패배는 정말 아팠어요.

 

만일, 그때 결승2국을 이겨서 타이틀을 획득했다면 좀더 분발해서 공부했을 것이고 제 승부인생도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손- 유창혁 9단과 함께 도장을 개설한지도 꽤 됐죠?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바둑도장은 현재 어떤 상황인지, 또 향후 전망은 어떻습니까? 최근에는 바둑도장과 바둑교실의 합종연횡이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떠오르고 ‘유창혁 바둑도장’도 그런 변화에 부응한 것으로 압니다만….

 

최- 연구실을 거쳐 바둑도장을 개설한지가 벌써 5년이나 됐네요. 나름대로 도장운영의 원칙은 지키고 있지만 최고만이 살아남는 시장경쟁의 논리에는 무심할 수 없죠. 교육사업으로써의 바둑도장 운영은 한마디로 전쟁입니다. 어려워요. 다른 도장 아이들의 전입을 허용하지 않고 자체로 프로수련생을 키우는 정도(正道)를 지키면서 흑자운영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다행히 다른 바둑도장, 교실과의 병합운영이 긍정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분당의 유창혁도장을 중심으로 평촌, 안산, 순천을 거쳐 각 지역의 협력바둑교실로 확장해나가고 있는데 반응이 좋아요.

 

현재 유창혁 바둑도장 수련생 25명(남자 22명, 여자 3명)이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등록돼있습니다. 바둑도장의 발전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단자급 초등학생이 2년 뒤에는 5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최규병 9단과 유창혁 9단이 함께 개설한 ‘유창혁 바둑도장’은 여러 가지 새로운 시스템으로 바둑교육사업을 선도하고 있는데 특히, 김만수 7단이 총괄하는 온라인 강의시스템은 오프라인 수업의 단점을 보완하는 ‘유창혁 바둑도장’만의 경쟁력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병합 바둑도장뿐 아니라 희망하는, 지역의 바둑교실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어린이바둑캠프를 열어 지역바둑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수도권과 각 지역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수준 높은 바둑교육으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높여야 바둑의 저변도 넓어지고 시장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최 감독의 생각이다.

 

손- 최 감독은 바둑리그 발전은 물론, 바둑계 전반의 개혁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바둑리그 또는 바둑계 전반에 걸쳐 어떤 바람이나 제언이 있다면 한마디 해주시죠.

 

최-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한국바둑리그도 마찬가지죠. 원칙은 고수하되 각 팀과 선수, 나아가 팬들까지 배려하는 운영의 신축성이 갖춰지길 바랍니다. 그것은 한국기원과 바둑TV 그리고 리그 운영에 참여한 프로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마음으로 노력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바둑리그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봅니다. 발전이 멈춰지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겠죠. 최근에는 다른 프로스포츠 같은 구단제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런 논의의 배경을 이해하고 일정부분 공감하지만 직접 찬, 반의 의견을 내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저도 구단제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대책 없이 당장 시행하는 건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구단제 시행은 바둑계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구단제가 과연, 옳은 것인지, 바둑계에 긍정적인 결과만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구단제가 한국기원이나 바둑TV, 인터넷바둑사이트 등의 바둑유관업체, 프로 각 개인까지 끼칠 영향과 변수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예측하고 점검한 뒤에 점진적으로 시행해도 늦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기업의 후원을 유치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재 바둑에 애정을 가지고 후원하고 있는 기업들의 관심이 멀어지게 해서는 곤란합니다. 시류에 따른, 대기업의 일시적 후원보다는 바둑에 열의와 애정을 가진 중소기업의 지속적 후원이 더 바람직합니다. 그런 숨은 보석들을 찾는 일에 좀더 노력해야겠지요.

 

손- 마지막으로, 프로를 떠난 인간의 목표랄까요? ‘앞으로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든지 ‘이게 인간 최규병이 지향하는 길이다’ 뭐, 그런 말을 듣고 싶습니다.

 

이 질문에는 이유가 있다. 오래 전 문용직 5단에게 물었다. ‘최규병 사범은 어떤 사람이야?’ 생각해보면 스스로도 뜬금없는 질문인데 우문현답이랄까, 문 5단은 그 넓은 행간을 순식간에 더듬어 기자가 원하는 답을 줬다.

 

“칼을 대면 쫙, 하고 갈라질 친구지!”

 

기자는 그 이후로, 어떤 한 사람에 대한 그처럼 간결하고 뚜렷한 표현을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렇게 강렬하게 묘사된 사람의 중년과 노년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 삶을 미리 엿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마지막 질문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 젊었을 때는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겠다’는 게 신조였죠. 그런데 나이 40을 넘어서면서 사람이 말랑말랑해졌어요. 뭐, 생각이 넓어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세상의 때가 묻었다고 할 수도 있겠죠. 하하하. 요즘에는, 이거 만든 말입니다만 ‘응형무착(應形無着)’이란 말을 가슴에 담고 삽니다.

 

응형무착? 그게 뭘까. 손자병법 중에 '전승불복(戰勝不復) 응형무궁(應形無窮)'이란 구절이 있다. '전쟁에서 같은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 끊임없는 변화에 적응하라'는 뜻인데 끝의 한 글자를 '집착(執着)'의 '착'자로 바꿔놓은 최 감독의 해석은 이렇다.

 

최- 집착을 버리면 만사에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 되나요? 물처럼 살고 싶다고나 할까요. 거 왜, 물은 정해진 형상이 없잖아요. 담기는 그릇이 곧 물의 형상이 되듯 어느 하나의 형상에 집착하지 않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최 감독은 10년 전 ‘생이불유(生而不有)’란 좌우명을 가지고 있었다. 그 앞에 ‘만물작언이불사(萬物作焉而不辭)’란 구절을 붙여주면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겠다. 즉,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랑삼아 떠들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뜻인데 그 10년 뒤에 또 물처럼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노자의 도덕경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란 구절도 있다. 으뜸가는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인데 10년 전의 물과 10년 후의 물을 통해 드러낸 최 감독의 마음가짐은 결국 노자가 지향한 '무위자연(無爲自然)'에 이를 것 같다. 꾸밈없는 자연의 삶, 그 순수한 정신이 후학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란다.

 

최규병의 여름친구- 어떤 일면에서 최 감독은 조선시대의 선비가 21세기로 툭, 떨어진 것과 같은 사람이다. 프로들은 승부와 관련된 많은 잡기에 능하고 또 그만큼 즐기는 편인데 최 감독은 동료들이 즐기는 어떤 게임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유일한(확인해보진 않았으니까 장담할 순 없다) 취미는 진부(?)하게도 독서다. 최근 읽은 책을 물었더니 대뜸 소설 ‘백범(김별아 저 / 이룸 출판)’을 입에 올린다.

 

소설 ‘미실’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별아 씨가 백범 김구 선생의 생애를 ‘10가지의 슬픔’으로 구성한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기자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백범일지’를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니 믿음이 간다.

 

좋은 역사소설은, 허구를 조합하되 중심이 되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시키지 않고 생각의 여백을 많이 둔다.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관한 판단과 평가를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다는 뜻이다. 사견임을 전제로 한 기자의 독서체험으로는, 중심이 되는 인물을 쉽게 영웅화하거나 이념에 관한 호오(好惡)를 강하게 서술하는 역사소설은, 대체로 저급한 목적을 가진 파시즘을 숨기고 있다. 독서에도 지혜로운 선택의 눈이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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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산 |  2008-08-27 오전 11:01: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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