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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함부르크 여행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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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함부르크 여행기 (1)
2013-06-03     프린트스크랩
 


바둑소식 잠시 잊고 좌충우돌 함께 즐기시라!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주시길

예정에 없던 함부르크 여행을 다녀왔다. 유럽여행이라면 2003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고 콩그레스’에 다녀온 적이 있으니 꼭 10년 만의 호사인가. 노출을 싫어하시니 누구라고 밝힐 순 없고 포럼 멤버들을 대신해 여행경비를 지원해주신 기도산업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해외 나갈 일 없는, 가난한 자에겐 출장도 휴가요 여행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일찌감치 휴가를 써먹었으니 올여름도 꼼짝없이 징그럽게 달라붙는 더위 양과 기나긴 동거하느라 고생 깨나 하겠구나. 이 글은 공식적인 바둑투어 취재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신변잡기에 더 가까운, 극히 개인적인 여행기랄까. 그래서 사변적인 감상과 유치하고 시시콜콜한 기록이 많다. 휴가내고 마음 편히 여행을 다녀온 정리 정도? 그래도 바둑행사와 관련이 있고 직업병 같은 글쓰기의 의무감, 책임감 그런 것들이 꾸물대서 쓰기로 했다. 뭐, 마음 내키는 대로 편하게 썼으니 여러분도 그렇게 읽어주시기 바란다.

소풍가는 아이처럼 들뜬 하루
5월 15일 오전 10시. 출발시간에 여유가 좀 있어 사무실 컴퓨터 앞에 있지만, 난 오늘부터 없는 사람이다. 아침부터 배낭에 옷이랑 여행 필수품 챙겨 넣고 키플링 백(베트남출장 이후 5년 만에 먼지 털었다)을 어깨에 둘렀다. 이 안에 지갑이랑 여권, 스마트폰, 선글라스 그리고 일행에게 나누어줄 여행안내자료를 챙긴다(워낙 고령의 포럼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막내라서 총무질을 하게 됐다…ㅠㅜ). 유럽에서 활동 중인 황인성 프로(그는 입단에 실패했지만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훌륭한 월드클래스의 레슨프로다)가 메일로 보내준 행사 일정표, 현지숙소 근처 약도다.

항공권을 인쇄해달라는 어르신(?)도 계셔서 여행사에 연락해 메일로 챙겨뒀다. 요즘은 그냥 보딩 카운터에서 여권만 보여줘도 되고 유사시 스마트폰에 저장된(대체로 메일이 연동돼있을 테니까) 항공권을 보여주면 되는데 그 참. 아참, 나중에 알게 된 팁 하나, 환승이 잦은 해외여행 때는 항공권 예약번호를 기억해두는 게 좋다. 기억력에 자신 없으면 스마트폰에 메모라도 저장해두시라. 해외에서 탑승절차 밟을 때, 구매한 물건, 세금 돌려받을 때 시간을 절약해준다.

카메라 백 챙기고 배터리 2개, 충전하고 스마트폰도 예비 배터리까지 충전. 현지에서 계속 사용해야 하니까 충전기도 집어넣어야지? 또 뭐 있나. 맛있는 간식 아껴먹듯 야금야금 꺼내 읽던 전영관 시인의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와 함부르크에서 읽으면 더 각별한 맛이 날 거 같아서 아껴둔 '말테의 수기'를 넣었다. '오! 브라더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연속 히트시켜 확률 100%의 흥행사가 된 김용화 감독의 인터뷰도 다시 읽고 싶어서 주간지를 접어 넣는다.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말에는 평범한 것이라도 그 사이사이에, 되새김질할 만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3D영화 '미스터 고' 진짜 기대한다고. 또 없나?? 공항서점에 가면 독일여행 가이드북이나 뒤적거려야겠다. 뉴스에서나 본 단편적인 거 말고 수박 겉핥기라도 역사도 좀 알고 인사 몇 마디쯤은 배워두면 좋잖아?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간다. 1시간 조금 더 걸린다. 사전에 문자 보내 약속한 대로 인천공항 J카운터(이곳에 루프트한자Lufthansa 보딩 카운터가 있다.)에서 일행을 만나 짐 부치고 항공권 발급받았다. 바로 탑승게이트로 갈까, 했는데 점심을 먹자고 한다. 어르신들은 끼니에 대한 집념이 강하신 거 같다. 기내에서 3시 반쯤 뭘 준다던데 굳이 점심을 드셔야겠단다. 두 분은 우동, 한 분은 커피와 내가 양보한 마늘바게트 한 조각. 그리고 파스타 좋아하는 손모 씨는 게살크림 스파게티. 음, 맛은 좋네! 해외항공사를 이용해 탑승하면 게이트까지 셔틀을 타고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제법 걸린다. 빠듯하게 시간 맞춰 움직였다간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니 해외항공사를 이용하는 초보 여행자들은 시간을 넉넉히 갖는 게 좋다.

루프트한자 타고 하늘 위로
드디어 LH 713편 기내. 좌측 창 복도 쪽 좌석 31C. 미소가 예쁜 보딩 카운터의 미녀가 ‘편한 자리로 드렸다’고 했는데 맘에 든다. 일행이 뿔뿔이 흩어지긴 했어도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복도 쪽 좌석을 받았다. 내가 앉은 좌석은, 창 쪽에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만큼 덩치 큰 독일친구가 선착했다. 좌석이 나뉘어있고 내가 상대적으로 편한 복도 쪽이었는데도 그 친구의 살덩어리들이 내 좌석으로 밀려 넘쳐올 것 같은 압박감이 실로 가공했다.

뭔가 앞길에 서광이 비칠 것 같은 예감은 약 10분 뒤에 발생했다. 옆의 친구가 excuse me..를 속삭이더니(자기는 예의바르게 속삭인다는 표정이 분명했는데 내 귀엔 천둥소리로 들렸다.) 벌떡 일어섰다. ⊙⊙ 아니, 이 친구 왜이래? 화장실이 급한가, 하고 비켜줬는데 오! 알고 보니 뒤쪽에 있던 여자 친구가 자기 옆자리가 비었다고 부른다는 거였다. 그것도 자리바꾸기가 아니고 그냥 떠나주시기만 하는 거라고. 이런, 이런. 야호!! 이런 독립만세가 있나. 창 쪽으로 붙은 두 좌석 독점, 퍼스트 클래스가 됐다! 쪽방에서 웅크리고 글 쓰다가 거실과 서재를 동시에 가진 기분이라고! 신문 뒤적거리다가 책 좀 보려는데 누가 내 눈꺼풀에 돌을 올려놓은 거 같다. 아, 졸리다…zzzzzZ

오후 4시 18분. 조금 늦은 점심으로 기내식을 먹는다. 여긴 어떻게 나오려나. 기대, 기대. 국내항공사를 통해 베이징, 상하이는 수십 차례를 다녔지만 같은 아시아권이라 그런지 처음 두, 세 차례를 제외하곤 별 감흥이 없었는데 유럽은 10년 전 딱 한번 가보고 지금이 두 번째니까 뭐든 설렌다. 심지어는 별 거 없을 게 빤한 기내식까지도 말이지. 음…. 맘에 들어. 쇠고기와 채소를 섞은 고추장비빔밥. 연어, 채소 샐러드와 김치도 준다. 어이, LH식당 괜찮구먼! 식음료는 생수만 2잔. 술은 현지에 도착할 때까지 마시지 않기로 했다. 에딩거의 진한 풍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배는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맛있게 다 해치웠다. 사과, 배, 포도 디저트도 깔끔하다. Americano 한잔은 마셔야겠다 다시 책을 뒤적거린다. 전영관 시인의 '그대가 생각날 때마다 길을 잃는다' 158쪽을 펴면 이런 문장을 만난다.

고객님, 먼저 갔군요. 몰디브 해변의 레모네이드가 짜릿한가요. 바텐더의 비키니 끈만 바라보고 있나요. 아무리 눈에 힘을 준대도 그건 끊어지지 않아요. 양쪽 골반과 치골을 언결하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상상의 몸부림에 빠졌나요. 거긴 한번 들어가면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곳이죠. 몸을 돌려 노을을 보세요.

⊙⊙ 아아…. 윤모 창중님…. 이 분은 ‘몸을 돌려 노을을 보라’는 시인의 충고를 무시한 것이었어. 끝내 버뮤다 삼각지대로 뛰어든 것이었어. ‘몸부림은 상상으로 끝나야 한다’는 시인의 조언을 외면하면 이런 사고가 난다는 이 잠언 같은 글의 제목은 '공항과 공상'이다. 전영관 시인님, 아주 제대로 저주를 내리셨군요. 에잇, 아놀드 할아버지 나오는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입봉영화나 한편 감상하련다. LAST STAND!! 영화 보고 책 몇 쪽 넘기다가 또 끄덕끄덕 존다. 졸다가 깜빡 잠까지 들었나보다. 공기가 소란스러워서…. 손모 씨, 원래 민감하다. 잠든 옆에 얇은 종이 한 장만 떨어져도 반짝, 눈 뜬다. 못 믿겠으면 내기해도 좋다, 당장! 오만 원짜리 한 장만 떨궈보시라. 하여간, 시끄러워서 눈 떴더니 이번엔 컵라면을 준다. 헐~~ LH식당, 간식도 챙겨주나.

근데 너무 미지근한 물을 부어줘 좀처럼 익질 않는다. 마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Django Unchained)'를 보고 있었는데 바둑에선 오래 생각하는 걸 '장고(長考)'라고 한다. 이렇게 절묘한 짝짓기라니! 이것은 '장고라면'입니다. 참고 기다려줘야 합니다. 결국, 익혀 먹은 게 아니라 불려 먹었다. 그래도 난, 물이 미지근하다거나 라면이 덜 익었다거나 또는 불었다거나 하는 이유로 스튜어디스님을 디스하지 않겠다. 스튜…님이 내 책에 뺨을 부딪치시지 않도록 잘 피하겠다. 절대, 다시 끓여와! 이런 무례한 짓도 하지 않겠다.

기내에선 그러고도 한 끼를 더 먹었다. 내 좋아하는 파스타..라고 하기에 엄청 기대했는데 토마토소스에 파르마산 치즈를 섞은 이 마카로니 파스타는 불어터져 탄력을 잃은 데다 맛도 그다지…. 도대체 뭘 기대한 거냐. 인천공항에서 먹은 게살 크림 스파게티랑 비교하는 건 좀 무리지. 어쨌거나 기내에서 세 끼니를 먹긴 생전 처음. 그렇게 먹기만 하다가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아마도 여기가 세계에서 제일 큰 공항일걸? 애틀란타와 호선이란 말도 있긴 한데 잘 모르겠다.

여기서 2시간 대기하다가 LH 032편을 타고 함부르크로 날아왔다. 약 1시간 거리다. 백야의 영향을 받아 어지간한 밤도 부연 초저녁 같은 이곳에서 온통 까맣게 내려앉은 사위를 보니 꽤 깊은 밤이다. 궂은 비 내리는 함부르크공항까지 마중 나온 윤영선 프로,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는데도 고단함이 역력한 얼굴이다.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한결같은 바둑 열정으로 뿌리내린 7년. 스스로 좋아서 선택했다고 해도 여성대통령시대에 상을 줘야 마땅한 국위선양이다. 똑같은 성씨를 쓰는데 이렇게 다르다. 어떤 남자 인간은 글로벌하게 국가망신을 시키고 자빠졌는데…. 참 너무 비교된다. 이참에 푸른기와집 스태프를 모조리 여성으로 바꿔줘야 되나? 에이, 신발!!

함부르크의 첫인상
숙소 아틀란틱(Atlantic) 호텔 도착. 방 열쇠를 받자마자 올라와 겨우 이 닦고 고양이 세수나 하고 침대에 무너지듯 잠들었는데 눈 뜨니 고작 3시간을 잤다. 시차적응에 시간이 걸릴 거 같다. 몸은 소금 저린 배추처럼 흐물흐물 노곤한데 정신은 날카롭게 벼른 칼날이다. 적막한 방안을 둘러본다. 어둠 속에서 하나씩, 둘씩 윤곽이 잡힌다.

함부르크의 첫인상은 견고함, 두터움, 반듯한, 묵직함, 깊은, 흔들리지 않는, 쉽지 않은 그러나 믿을 수 있는…이다. 중후한 고딕양식의 건물 외양과 고풍스러운 내부 인테리어가 그렇고 받아든 묵직한 열쇠가 그렇고 들어선 방안의 모든 집기가 그렇다. 심지어는 침대 테이블에 놓인, 샴페인 병의 포스를 뿜던 생수병도 그런데 두툼하고 네모반듯한 욕실의 비누조차 그렇다. 무뚝뚝한 것 같지만 진심을 나누면 먼 훗날까지 믿을 수 있는 친구. 함부르크가 그렇고 독일이란 나라가 그럴 거 같다. 언젠가 회장님께 비슷한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이런 느낌이었나. 그래서 그 많은 세계의 지성이 이 나라를 애모한 걸까. 그렇지만 단정하진 말자. 내가 아는 건 많지 않고 고작 하루 아침나절의 느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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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뿡뿡 |  2013-09-24 오전 11:36: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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