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블랙야크와 핵
 블랙야크는 요즈음 심사가 아주 사나워졌다. 2인자에서 4인자로 밀려난 것도 서러운데 자신의 분신들마저 모조리 다 죽고 말았으니 억울한 심정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며칠전만해도 마음대로 부려먹었던 예언자 탈레스마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상관이 되었으니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그기다 히든의 장남과 둘째가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형국이라 언젠가 지금의 자리도 위태롭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것은 핵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현재 히든의 왕국에서 핵개발분야에서 자신이 1인자라는 자부심은 있었다. 언젠가 핵이 자신을 지켜주고 다시 2인자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란 생각이 들었다.
‘더욱 강력한 핵을 만들자. 한 방에 어떠한 행성도 날려 버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허허’
“블랙야크님! 하늘에 이상한 물체가 떠서 우리의 기지로 날아오는 데요.”
레이다 보초병들이 영상폰으로 연락을 하며 그림도 보내왔다.
“바보 같은 녀석들 이게 무슨 물체냐? 로켓트라도 된단 말이냐. 새잖아?”
“앗 그렇구먼요. 용서해주세요.”
“으하하하 너희들 땜에 요즘 웃을 일이 생긴다. 너희들 땜시 사는 재미가 나.”
“그럼 저희들은 블랙야크님만 믿겠습니다. 우리 영공을 허락도 없이 지나가는, 무례를 범한 새때들을 통과시킬 깝쇼?”
“당근이지. 저런 녀석들은 천 마리 만 마리 통과시켜. 우리 섬에 많이 들어올수록 사냥감이 많아지거든 허허. 구워 먹으면 맛이 좋~지.”
“한 삼일 있다가 핵이나 한 방 터트려서 성능을 시험해 보자 구.”
블랙야크가 장악하고 있는 핵기지는 난공불락의 바위섬 안에 설치되어 있었다. 밖에서 보면 안이 보이지 않았다. 블랙야크는 핵탄두가 장치되어 있는 미사일을 히든의 왕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블랙야크님 목표물의 방향이 바뀌었고 절대로 겨누어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흐흐 그냥 연습으로 방향을 틀어 본거야. 어느 방향이든 우리가 목표로 삼으면 언제든지 터트릴 수 있어. 흐하하하.”
히든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곳. 에어커텐이 쳐져있지 않은 곳을 겨누었던 자신의 행동을 조소하며 그는 히스테릭한 웃음을 날리며 핵 기지 밖으로 나왔다.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었다. 무수히 많은 별 중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오늘 저녁 메시지를 보내온다면 대화를 하고 싶었다. 지금 심정이라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자신의 비참한 신세를 하소연하여 도움을 받고 싶었다. 악한 자든 선한 자든 가리고 쉽진 않았다. 어차피 색깔의 차이만 있을 뿐 히든도 악인 중에 악인이었다. 지구 여러 곳에 분란을 일삼는 무리들에게 각종화학무기를 팔아서 연구비를 충당하였고 남는 돈은 히든의 왕국을 넓히는데 사용하였다. 욕망충족을 위해서 히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블랙야크도 자신의 개인적인 힘을 가져야 히든도 자신을 어쩌지 못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힘.  

  핵 기지 주변에 도착한 소년들은 블랙야크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재빨리 몸을 언덕둔치에 숨겼다.
“우리의 목표는 핵 기지 파괴가 아니고 과학자들을 구출하는 게 목표잖아.”
로보킹이 사려 깊게 말했다.
“당연하지. 여기서부터 히든이 거주하는 어미 거북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아야해. 여기는 일종의 교두보랄까.”
코스모가 말했다.
“에어커텐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하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을 거야. 여기서 땅을 파고 은신처를 마련하자구.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소년들은 일체 밖으로 자신들이 들어나지 않도록 땅 밑에 몸을 숨겼다. 외부에는 풀이나 덩굴로 위장을 하였다. 이번에는 단단히 준비를 하여 과학자들을 구하고 싶었다.
아이들 주변에 진을 치고 있던 매 무리 중에서 흑매가 날아왔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우리가 할일이 결정되면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들어서 신호를 보내줘. 그동안 우리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겠어.”
“그래, 정말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어.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연락할게.”
에톰이 흑매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땅속에 구덩이를 파고 에어메트를 바닥에 깔고 누웠으나 에톰은 좀처럼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옆에 누운 코스모는 코를 드르릉 거리며 자고 있었다. 로보킹은 잠을 자지 않아도 되므로 외부의 침입자를 감시하기위해 말뚝보초를 세웠다.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이어 만든 천장의 틈 사이로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아빠도 창문을 통하여 저 별빛을 보고 있을까. 오늘은 유달리 아빠가 가엽고 보고 싶었다. 과학과 바둑에 소질을 보여 바둑학교에 뽑혔던 날 아빠는 무척 기뻐하셨다. 장래에 훌륭한 과학자가 되라며 격려해주셨고 바둑도 한 판 두어주셨다. 방학이 되면 들로 산으로 아빠와 곤충을 채집하여 이들의 생태를 연구하며 아빠의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놀았다.
“에톰! 코스모! 무언가 이상한 놈들이 땅바닥을 기어오고 있는데 사방에 쫙 깔렸어. 벌레 같기도 하고..”
로보킹이 소년들에게 다급하게 말하였다.
그것들은 거름 같기도 하고 폐수처리장에서 나오는 슬러지 같기도 하였다. 얼굴도 꼬리도 없는 흉측한 생물이었다.
“아 악! 큰일 났어. 퇴로가 막혔어.”
코스모가 소리쳤다.
이미 로보킹의 몸에 매달려 공중으로 날아서 도망가기엔 소년들과 로보킹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손바닥 크기의 괴물들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소년들을 꼼짝달싹도 못하게 만들었다. 옆에 있는 고목등걸을 괴물들이 순식간에 먹어 치우기도 했다. 그러한 행위는 공포 그 자체였다.
“너희들은 도대체 누구냐?”
“우리들은 어스몬 그러니까 땅 괴물이지.”
“어스몬? 처음 듣는 이름이야. 대지를 이루고 있는 흙이란 말이지?”
에톰이 말했다.
“비슷해. 우리의 몸을 통해 만물은 소생하고 태어나.”
“그렇게 숭고한 일을 하는 너희들이 이 밤중에 왠 행차를?”
“우리는 핵폐기물의 부산물이며 사람들이 버린 중금속의 덩어리야. 우리의 몸을 빼내야 흙들은 고유하고 숭고한 일을 할 수가 있어.”
“아 그래서 너희들끼리 돌아다니는 구나. 비록 너희들의 생김새는 험악해도 마음은 그렇지 않구나.”
“외관에 비해서 마음은 비단이지. 근데 너희 같이 어린 녀석들이 핵 기지 주변에서 무얼 하는 거냐?”
“우리는 과학자들을 구하기 위해 파견된 용사들이야.”
“그 과학자들이 어디에 있길 래?”
“어미거북섬 히든의 왕국에 갇혀있어.”
“그러면 그곳으로 바로가지 여기서 뭘 하려고?”
“그곳은 함부로 들어 갈 수 없는 곳이야. 에어커텐이 쳐져있거든. 심지어 폭탄 세레를 받고도 꺼덕 없는 곳이야.”
“좋은 일이긴 하지만 너희같이 어린 녀석들이 감당하기엔 역 부족인 것 같구나.”
“그래, 하지만 무언가 방법이 있을 거야. 우리는 그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도움이 된다면 우리가 도와줄까?”
“아 그래준다면 정말 고맙겠어. 너희들의 능력은 정말 대단해.”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군. 그동안 땅속에 몸을 숨기고 있겠어. 지상에서 1미터 지하를 파고 네 번 땅을 굴러 그러면 우리가 달려올게.”
어스몬들은 안개처럼 서서히 어둠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