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말처럼 희미하게 돔 건물 사이에 농장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한 번 이 벽을 뚫고 들어 가보자구.”
코스모가 자신 있게 말했다.

로보킹이 손으로 드릴을 만들어 벽을 뚫었다. 그러나 드릴도 더 이상 안으로 파고들 수가 없었다.

“에어 커텐을 쳤구먼. 강한 압력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
에톰이 실망스런 어조로 말하였다.

드릴이 만든 구멍으로 안을 보았다.
돔 공장이 여러 채 있었다. 투명한 벽안에 인큐베이터처럼 생긴 장치에 사람 아이 같은 형상의 물체가 들어있었다.

“아기 만드는 공장인가?”
에톰이 말하자 하나가 입으로 손을 갖다 대었다.
건물 사이로 총을 든 로봇병사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얼굴은 사람처럼 매끈한 피부를 가졌는데 팔과 다리와 몸통은 기계처럼 보였다.

“에어 커텐의 압력이 몇 Kg중일까?”
하나가 말하자.
로보킹이 에어 커텐에 손을 갖다 대었다. 로보킹의 몸통에 있는 모니터에 압력이 나타났다.
‘300Kg중’
소년들은 고민에 빠졌다.

“방법은 있어.”
에톰이 해결 방법을 찾은 듯 얼굴이 환해졌다.

“무슨 방법.”
소년들이 동시에 말하였다.

“공기는 산소 21%와 질소79%로 구성되어 있어. 이것들을 따로 분리하여 로보킹이 갖고 있는 수소에너지원을 잠시 사용하는 거지.
에톰이 수소를 담은 용기를 에어커텐에 갖다 대고 주문을 외었다.

“공기들아 잠시 산소와 질소로 떨어지고, 산소는 수소와 친구가 되려무나.”
에톰이 주문을 외우자 수소와 결합한 산소가 물방울로 변하며 길이 열렸다.

 투명망토를 입은 소년들이 발자국을 죽이며 살금살금 생명이 자라는 인큐베이터로 다가갔다. 보초를 서고 있는 로봇병사가 소년들이 다가 오는데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인간배아공장7이란 명패를 달고 생명은 플라스틱 통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
엄마의 뱃속에 들어있어야 할 아이들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었다.
소년들은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우량한 종족 번식을 위해 게놈이 악용된다면 세상은 불 보듯 그 끝이 절망적이었다.
 
 이 때 하늘에서 G선상의 아리아가 들려왔다. 정오를 알리는 음악소리였다.
로봇들은 걸어 다니면서 자신들이 식량으로 사용하는 전기가 충전되었다. 로봇병사들은 손목시계를 통하여 충전된 전기량을 확인하였다.
소년들도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코스모가 손으로 먹는 시늉을 하였다.
소년들은 비상식량으로 지급된 우주식을 먹었다.
 음악은 소화를 잘 시킬 수 있도록 배려했는지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바뀌었다. 이 공장의 책임자 급이나 아니면 히든의 취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한 무리의 로봇군사를 거느린 대장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오른쪽과 왼쪽이 약간 달랐다. 피카소의 그림에 나오는 악인과 선인의 얼굴인지 아니면 사고로 다쳤는지 알 수 없었다.
로봇보초들이 대장의 앞에 서서 집총자세를 취한다.

“필승, 근무 중 이상무.”

“보초들 잘 서. 오늘 한 시간 전에 우리 지역을 침범하려던 자들이 있었다. 무중력 방에 갖혔다가 땅속으로 꺼졌는데, 죽었는지 살았는지 흔적도 없어. 놈들 때문에 우리 측 피해가 커. 무서운 녀석들이야!”
그 소리는 소년들을 땅속으로 빠뜨렸던 얼굴 없는 사나이였다.

“이 7번 공장은 특별해. 나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복제품이 생산되고 있거든. 히든님이 우주개척에 데리고 갈 핵 과학의 미래들이야.”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그는 미로 같은 돔의 끝으로 걸어갔다.
소년들은 숨소리도 죽인 채 얼굴 없는 사나이가 사라질 때까지 지면에 못박혀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