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사K는 히든의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과 열정 끝없는 탐욕에 혀를 내둘렀다. 이번 여행이 성공하더라도 지구에 돌아오면 우주 식민지 개척을 위해 달 주변에 개척하고 있는 식민지 알렉산더Y-09에 모자라는 물자를 싣고 가야한다는 계획이 잡혀있었다. 이러한 모든 일의 시발점은 히든개인의 욕망에 의해 좌우되었다.

“어디아파요? 안색이 별로 좋지를 않아요.”

“아니 괜찮습니다.”

“허허 우리는 비행사K만 믿어요. 우리가 우주를 개척하여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야지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네 히든님.”

 
 히든이 가고난후 비행사K는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혔다.
내가 죽으면 누가 울어줄까.
지금의 나는 가족도 없고 이름과 취미는 무엇인지 나이는 몇 살인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나는 먼지와 같이 세상에 부유하는 입자와 같은 존재다.
실험대위에 누운 그날의 기억부터 내 삶은 시작되었다.
아! 나는 누구인가?
나는 이렇게 먼지로 살아질 운명인가?
내 나이만큼 좋았던 기억이든 나빴던 기억이든 지나간 행적이 바로 나인 것을.
나는 누구인가?
어떤 학교를 나왔고 무엇을 전공 했는가?
내 친구는 누구며 세상사람 중 누가 날 사랑하는가?
내가 사랑했던 여자는 누구며 나의 성씨와 나의 조상은 누구인가?
과거가 없는 지금의 나는 모두 헛것이다. 뱀 껍질에 불과한 나.
오직 우주선을 몰 수 있고 과학에 대한 일천한 지식을 조금 알 뿐!
컴퓨터보다 나은 게 무얼까?
동물과 사람의 혼합체인 에니맨보다 나은 게 무언가?
허 허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가족이 있고 기억이 있는 하찮은 미물보다 못하구나.
하늘이여 알고 계시는가.
그저 비행사K로 불리는 나.

 주변에 놓여 진 모든 사물은 낯설고 사람들이 지껄이는 말도 낯설다.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언제부터 이 지구에 존재했는가?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누구인가?
어느 나라 땅에서 난 식물을 먹고 자랐는가?
비행사K와 가장 오래 사귄 사물은 징기스칸X-7이다. 그는 우주선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렸다. 외관상 그는 40중반이나 기억의 나이는 이제 겨우 삼 개월. 납치되어 히든의 왕국에 온 날부터 그의 기억은 온전하며 비로소 존재해왔다. 지나간 기억이 지나간 과거가 그 사람의 자취인 것을 기억을 잃어버린 처절하고 고독한 사나이.
그의 기억을 가져간 자들에게 비행사K의 소중한 기억은 그저 쓸어다 버려야 할 하찮은 것에 불과했으나, 그에게는 생명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었다.

 먼 우주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빛들이 우주선에 부딪치며 반짝인다.
지금 눈에 보이는 이 빛도 언제 지구로 출발했는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우리 눈에 보이는 빛뿐.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 우리는 오직 현재 우리의 눈에 비치는 빛만을 볼 뿐이다.
 빛들은 우주선을 쓰다듬고 스르르 주변으로 녹아든다. 사라지는 것은 빛뿐인가.
빛도 원자이며 물질인가.
빛과 금속 먼지가 섞여서 이루어진 존재인 사람도 원자의 덩어리일 뿐.
존재하는 것은 모두 고독하다.
 
 수십억광년 떨어진 까마득히 먼 곳에서 출발한 빛은 우주의 탄생이 시작된 그 날과 시간이 같았다. 그 빛은 현재 우주선에 부딪쳐 우리 눈에 들어오기 까지 얼마나 먼 거리를 여행했을까.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은 그저 신비할 뿐.
비행사K가 바둑판을 보면 가끔 옛 기억이 나는 듯 흑 돌과 백돌이 나타내는 명암에 사로잡힌다. 40중반 허 허 하고 그는 쓴 웃음을 짓는다. 겨우 40여년의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괴로워했다면 수십억 광년을 달려온 저 빛들은 그 동안 달려오면서 보았던 모든 기억을 전부다 저장하여 기억하고 있을까. 40여 년 간의 기억 때문에 자신을 괴롭힌 비행사K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뛴다.
비행사k는 징기스칸X-7의 운전석에 앉아 눈을 감더니 이내 꿈나라로 갔다.
그는 오늘밤 꿈속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