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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철의 바둑에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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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철의 바둑에 살다]棋道報國
-바둑에 살다.
한국 바둑계에서는 프로기사를 부르는 명칭으로, 또는 바둑을 아주 잘두는 사람들을 높여 부를 때 '사범'이라는 호칭을 쓴다. 때로는 프로기전 타이틀의 명칭을 따서, 국수(國手), 명인(名人),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언제나 선생(先生)의 호칭을 듣고 계신분이 있는데 바로 (재)한국기원의 토대를 세운 조남철 九단이다. 조남철 선생 개인의 기록과 역사가 바로 한국 현대바둑의 태동과 사실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선생이 보고 들은 바를 기록하였다면그 자체가 한국현대바둑의 '뿌리'를 기록한 역사서일 것이다.
이러한 책이 다행히 있다. 조남철 선생 본인이 직접 저술한 '바둑에 살다'라는 저서가 그것이다. 이 책은 처음에 78년 중앙일보에 연재된것을 중심으로 78년 이상사에서 초판을 낸후 이후 절판되었으나, (재)한국기원 출판팀에서 97년 개정판을 내놓게 되었다. 당시 출판팀에 근무하던 '박정호'주임은 일을 추진하면서, 도서출판에 의한 이익보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한 작업으로써 개정판을 추진하게 되었다고 말했었는데. 한국기원의 본산인 (재)한국기원에서 조남철 선생의 기록을 출간하게 된 것은 앞으로는 절판된 일이 없을 것이므로 잘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바둑에 관한 해설 , 혹은 어떤 사건이나 인물, 에피소드, 소주제대한 설명으로 칼럼이나 수필식으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주제나 연대기순으로 꽉 짜여있지는 않다. 하지만 천천히 책을 넘기다 보면, 일제시대부터 바둑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어떤 과정을 밟아 왔는 지 쉽게 머리속에 그리며 상상해 볼 수 있다. 문체는 약간 옛스럽지만, 현란하거나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을 위주로 하고 사실중심으로 서술을 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개인의 기록과 일이니 다소 감정이 섞일 수도 있겠으나 약간의 감상을 제외하고는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선생의 기보(총보)는 딱 한 보가 맨뒤에 소개되어 있다. 일본의 후지사와 九단과 정선으로 겨루어 이긴 것으로, 62년 일본에서 일본정상이었던 후지사와 그리고 사카다와 둔 바둑중 승전보를 놓은 것이다. 지금과 달리 당시는 한국바둑을 낮게 보았으므로 정선으로 둔 것이며, 선생은 한판을 지고 한판을 이겼다. 지금보면 별 것 아니지만 당시로서는 한국바둑이 꿀릴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한판이었다고 한다.
-바둑을 왜 두는가?
조남철 선생께서 바둑을 시작하며, 바둑보급에 젊음과 정열을 모두 바친 것은 바둑으로 나라에 기여하겠다는 기도보국(棋道報國)의 신념에 의해서였다. 일제치하의 식민지시절에 바둑을 접하게 되었으므로 젊은 청년으로써, 당당하게 일본에 맞서 실력으로 넘어서고자 하는 극일(克日)의 의지가 그 원초가 되었을 것이다. 아무튼 선생은 지금 한국의 바둑인구가 일천만이며, 선생이 세운 (재)한국기원의 프로기사들이 세계정상을 구가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바둑을 두는 목적은 모두 제각각이다. 바둑두는 모든 이들이 숭고한 이상을 품어야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선생처럼 신념을 가진 선각자는 항상 필요한 법이며 적어도 현재의 상황에선 선생이 품었던 신념과 인생은 성공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바둑의 아버지
살아있는 기성(棋聖)으로 추앙받는 일본의 우칭위엔 선생이 있다. 중국에서 출생해 일본에 바둑유학을 온 후, 바둑에 정진해 현대바둑의 발전을 이끌어온 분이다. 현대바둑의 기예를 논하자면 항상 거론되는 분이다. 때론 비교대상이 되기도 하는 개척자가 우리에게는 있다. 바로 자기희생을 통해 한국의 바둑발전을 이끌어 온, 하나의 문화로 바둑을 정착시킨 조남철 선생인 것이다.
조남철 선생은 현재도 현역으로 프로기사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모든 기사들은 한국근대바둑의 여명기에 천하무적으로 군림했던 이 노령의 기사를 시합에서 부딪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생이 걸어왔던 세월에 대한 존경의 감정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아직도 존재한다. 선생이 예선대국장에 나타나면 상대 대국자는 물론, 대부분의 기사는 모두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선생이 착석하기를 기다린다. 황망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반기는 기사들도 적지않다. 고령의 원로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한국바둑의 대부이기 때문이다.
'한국바둑의 아버지' 조남철 선생의 젊은 모습과 열정을 '바둑에 살다'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badukdol drago@baduk.or.kr]
(재)한국기원 출간 가격 8,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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