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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의 초반 5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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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의 초반 50수
포석에 관한 한 조훈현은 '신(神)의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신포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우 칭위엔(吳淸源)이 한 스승을 모신 사형이요, '초반30수만큼은 내가 세계 최고'라 호언하던 감각파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는 그의 실전스승이었다.
조훈현의 포석감각 역시 명불허전, 선배들에 비해 한 점 처지는 구석이 없다. 사실 접근전 부문도 세계 제일을 다투지만 그만의 독문절기(獨門絶技) '속력행마'를 베이스로 한 초반 판짜기 실력은 지금까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조훈현의 포석 강좌는 그래서 늘 신선하고 짜릿한 즐거움을 준다. 바람처럼 빠른 보법, 경쾌한 행마, 표범 처럼 날렵한 침입과 타개.
삼호미디어에서 펴낸 조훈현 실전바둑 시리즈 중 하나인 「초반50수」는 중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포석 강좌물이다. 따라서 조훈현 특유의 포석감각을 테마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조훈현의 체취가 감지된다.
조훈현의 「초반50수」는 모두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권은 이론편이요, 제2권은 실전편. 따라서 제대로 수순을 밟으려면 1권을 통해 기초골격을 튼튼히 한 뒤 2권으로 들어가는 것이 옳다.
제1권 이론편은 크게 3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1장에는 포석의 지침이 될만한 수칙과 금기 사항을 담은 22개의 격언이 담겨 있다. 이름하여 '초반 22계명'. '부분에 치우치면 대세를 잃는다', '한 수로 큰 집 되는 곳은 서둘러라', '일방가, 자작가를 피하라' 등의 주옥같은 초반격언·상식을 실전예를 들어가며 상술해 놓았다.
제2장은 정석의 올바른 활용법에 대한 설명이다. 무작정 외워놓은 정석.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정석이라고 해서 주위 배경에 대한 고려없이 무턱대고 늘어놓는 것은 전형적인 '정석 소화불량' 증상이다. 이 장에서는 특히 현대바둑의 특성을 감안, 화점정석의 올바른 활용법에 중점을 두어 설명하고 있다.
제2권 실전편은 1권에 비해 좀 더 깊숙이 진도가 나간다. 1권을 통해 탄탄히 다진 이론을 무기로 이번엔 직접 반상으로 뛰어들어가 보자. 모든 장면도를 100% 실전대국에서 채록해 페이지마다 현장감이 넘쳐흐른다. 그저 '내 바둑이려니'하는 마음으로 부담없이 책장을 훌훌 넘기다보면 어느새 한권이 뚝딱 떼어진다.
제2권 역시 3개의 장으로 나누어진다. 제1장은 아마추어들이 범하기 쉬운 포석의 맹점을 중고급자들의 실전보를 통해 짚어 놓았다. 수읽기라면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데 포석이 영 시원찮아 고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집중적인 일독을 권한다. 분명 눈이 반짝 뜨일만한 소득이 있을 것이다.
제2장은 조훈현 九단의 실전보에서 장면을 택해 일류 프로들의 포석감각을 마음껏 흠향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부분이야말로 「초반50수」의 하이라이트이자 클라이맥스. 조훈현류의 섬광같은 속력행마가 매 장마다 현란하게 펼쳐진다. 사실 지금껏 이론을 쌓고 맹점을 다잡는 등 하드트레이닝을 계속해 온 것은 이 장을 제대로 읽기 위함이었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 대세감각과 능률적인 초반운석을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임에 분명하다.
「초반50수」는 출간 당시 기존의 바둑출판물에서 볼 수 없었던 뛰어난 편집과 표지 디자인으로 출판계로부터 호평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특히 승부사로서의 조훈현 九단의 이미지를 멋지게 살린 표지 디자인 덕에 대형서점 전시대에 내노라 하는 베스트셀러들과 나란히 전시가 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초반50수」의 엔딩은 자신의 포석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문제이다. 총 10문항을 풀어 그 동안 갈고 닦은 포석감각을 스스로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꾸몄다. 불꽃같은 속력과 화차의 박력으로 코디를 향해 치닫던 대 교향곡의 마무리를 상큼한 스케르초로 처리한 느낌.
「초반50수」는 확실히 단순한 강좌물을 읽는 이상의 주술적인 마력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그것은 분명
조훈현의 또 다른 힘이다.
<양형모 기자/ryuhon@badu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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