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남규는 나름 한가하고 태평한 삶을 살지만 한가지 고민이 있다. 그것은 아내의 병증 때문이다. 지남규는 수시로 한약방에서 약을 처방받아 아내에게 복용시키지만 차도가 없다. 지남규는 아내의 병치료를 위해 아내를 대동하고 한양길에 나선다. 지남규가 한양에 도착한 날이 9일이니 시간상으로 7일, 8일 양일을 노상에서 보낸다.

지남규는 오빈역. 봉인역,쌍수역,구곡역을거쳐 한양에 들어 간다.  지남규가 이용한 길은 한양 춘천을 잇는 평구도(平丘道)라 불리던 경기팔로(八路)다.  지남규는 그 도로의 중간쯤에 살고 있었다.

6월8일. 맑음.
제중원에서 처방을 받고 약을 구입했다. 약값이 20냥이 된다. 치료를 잘한다 소문이 나 비싸지만 효과를 기대한다.

여관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담배와 종이, 붓 등을 사고 밤에 한양 동대문에 사는 사촌 (지)남식을 만나 술과 밥을 함께 먹고 열 냥을 쥐어주었다. 밤을 새워 그동안의 회포를 풀었다.

6월9일. 맑음.
진고개 박국에 갔다. 일본인들 여럿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조선인들도 와 바둑을 구경하고 또 두기도 했다. 일본인들의 바둑이 세다는 것을 알겠다. 기보를 한권 사서 여관으로 돌아왔다. 사일간 백 냥 남짓을 썼다.

(일성록 1895년 6월. 제중원에 대한 이윤용의 보고가 보인다)

지남규는 한양에 도착해 제중원에서 아내의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는다. 제중원은 갑신정변 이후 생겨 1894년에는 한양 경기 일대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의 성가를 얻고 있었다.

지남규는 한양에 온 김에 벼르고 있었던 진고개 기원(碁院)을 찾는다. 잔고개의 박국(博局)은 1891년 '하재일기'에도 보이는 곳으로 1884년 일본 영사관이 진고개에 자리를 잡은 후 생긴 것으로 보인다. 1884년에서 1891년 사이에 이 땅의 수도에 기원이 있었던 것이다.

진고개는 일본 영사관과 공사관을 중심으로 일본 거류민과 상인들이 집결하여 하나의 상권을 이루게 되는데 이 공간 안에 기원이 생긴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닐 것이다. 진고개에는 한국 최초의 당구장인 '파주정'과 '지하(志賀)구락부' 등이 생겨나 바둑 당구 등의 오락류가 생업(生業)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어쨌든 이 당시 진고개를 주름잡던 바둑고수가 있었다. 그 이름은 하원사차량(阿原捨次郞)이었다. 한국바둑사는 1930년대의 조선기원과 40년대의 한성기원을 이 땅의 최초의 기원으로 쓰고 있으나 이 땅에는 이미 1880년대에 기원이 있었음을 복수의 기록이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