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죄는 포도청 단속조항이면서 대명률에 장 90도로 규정할 정도로 조선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죄였다. 그러나 조선의 현실은 도박의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선의 도박의 대유행은 허다한 문인들이 기록해 놓고 있기에 소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조선의 도박은 한 집에 모여 집중적으로 벌이는 경향이 있었다. '박희' '박국' '노름방'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개설자, 후원자, 지킴이, 노름꾼 등으로 역할이 분담되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조정의 근심사항일 정도였다. 보통 노름방이 개설되면 수십 명이 한 집에 모여 여러 종류의 노름을 한꺼번에 벌이는 형식이었다. 그중 가장 인기였던 종목은 골패다. 강이천(姜彛天, ?-1801)은 '한경사'에서 골패하는 장면을 묘사한다.

네 사람 마주앉아 도박판을 열고서/ 골패 여덟 짝 나누어 쥐었네./ 그중 한놈 좌중 향해 제 끗발 자랑하며/ 1전으로 10전을 한꺼번에 따오네.

(四人相對戱場開, 牙骨分持共八枚.獨向坐中誇牌格, 一錢賭取十錢來.)

 
1전으로 10전을 딸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이 만드는 도박의 마약성은 조선사람들을 부나방처럼 노름방으로 끌어들인다. 춘향전의 이본인 '남원고사(南原古詞)'에 도박장의 풍경이 극적으로 묘사된다.

<투전을 한다.

한편에서는 네 대갈수야 오구일성(五九一星)이다. 어렵다. 조장(鳥將)원 맞추기 반(半)씩 하자. 석류 먹든 씨나 그만 있나. 척척 쳐서 섞어 쥐어라. 석조(夕鳥)는 하공정(下空庭)이로다. 바닥 둘째 잎을 내라. 어데 갈까? 이 애 하자는 대로 반이나 하자.

또 한편에서는 골패를 한다. 삼십삼천(三十三天) 바로 쳤다. 민둥이를 들여라. 당당홍의(堂堂紅衣) 증초립에 건양재(建陽峴)를 넘는구나. 벌볼일 없다. 이사칠(二四七) 들여라.

다른 한편에서는 바둑을 둔다.
소상강 가랑비 속에 바둑알 떨어지는 소리 덩덩 난다.
축으로 몰려 이 말이 죽는구랴.
흑대마는 오궁도화 십사수로 죽는가 했더니 전마(戰馬)로 온판에 번졌구나.
여기 한구멍 있다.
그렇다.

또 옆판으로 쌍륙을 한다.>

큰 방안에서 골패 투전 바둑 쌍륙 등으로 벌이고 있는  도박장의 모습이 오늘날의 하우스나 카지노를 방불케 한다. 그중에서 바둑의 묘사가 주목된다. 오궁도화 14수를 운운하며 죽어있던 흑대마가 백대마와 뒤엉켜 수상전이 되어 바둑판 전판으로 싸움이 전개된 모습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춘향전에도 바둑의 모습이 몇번 나오지만 '남원고사'만큼 극적이지는 않다.

승정원일기에 포도청 부장이 한양 내에 도박장을 개장하고 도박꾼들을 모아 비호하다 40여명이 처벌당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할 정도로 조선의 도박은 통제불능이었다. 일본 '내각' 정탐자료에 보면 바둑의 승패와 심지어 집의 차이를 놓고 내기를 걸 정도로 조선의 도박은 유명했다.

김이 도박판에서 체포되어 장 30도를 선고받고 속량금 90냥에 석방된 것은 김에게는 다행이랄 수 있다. 만약 지남규가 찾아와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장 30도를 맞고 아마 반병신(?)될 가능성이 농후했다. 돈 없는 죄인에게는 사정을 두지 않던 조선의 형리들의 심보(?)로 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