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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서상기 읽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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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서상기 읽는 밤
2010-04-12 조회 7071    프린트스크랩

 

'서상기'는 원대의 희곡으로 명-청대를 거치며 중국에 대유행을 한 작품으로 조선에서도 인기가 대단했다. 조선후기 상업 출판물 중 '서상기'와 '계몽편'은 베스트셀러 중의 베스트셀러였던 듯하다. 서상기의 내용은 '장생'과 '앵앵'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재회의 스토리인데 지남규는 뜬금없이 측천무후(則天武后)를 언급한다.

측천무후는 곧잘 중국 성애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한다. 명대에 출간되어 큰 인기를 끈 '여의군전(如意君傳)'은 측천무후와 설오조(薛傲曺)의 노골적인 성관계를 그린 도색소설이다. 또 다른 작품인 '청천무후록'은 측천의 정부가 궁녀를 꼬시며 바둑을 두고 지는 사람이 옷을 하나씩 벗는 장면도 나온다. 내용은 청량리 가판 소설을 방불케 한다.

지남규의 독서는 서상기와 삼국지류의 대중(大衆)소설에 머문다. 그렇다고 경서류를 등한시한 그의 독서행위에 불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5월5일. 맑음 늣게 비.
몸이 좋지 않다. 약국에서 약을 한 첩 지어왔다. 종일 누워 있었다. 서상기를 몇 쪽 읽다가 머리가 아파 그만 두었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을 맞았다.

새벽에 잠깐 꿈을 꾸었는데 검은뱀이 이리저리 길을 헤메고 바닷가에서 죽어 칙넝쿨처럼 엉켜있는 교룡의 뼈를 보았다. 이상한 꿈이다.

5월6일. 비.
리사람 몇이 왔다가 갔다. 식은 땀이 나고 뼛골이 쑤신다. 약방 처방대로 약을 먹고 자다 깨다 했다.

5월7일. 봄비가 넉넉하게 내렸다(春雨足).
몸이 좋지 않았다. 누워 '기보'를 보았다. 바둑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본다. 바둑의 덕목은 즐거움이다. '혁추(맹자에 나오는 바둑 명인)' 이래로 수천년 그랬다. 많은 놀이들이 그동안 생겼다가 사라졌어도 바둑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아직도 계속되어 왔다. 그것은 바둑이 하늘의 이치를 담아낸 탓이다.

(碁之爲用要於樂人.奕秋以後累千餘歲之間. 業興亡耶正感.碁之德乎性樂不變. 發於天機則一也)

 

   (조선문인의 일기. 호남에서 한양을 다녀온 일정이 묘사되어 있다. '이재난고'의 한 페이지.)

 

지남규는 여러날을 앓는다. 심한 감기몸살인 듯하다. 지남규는 꿈을 꾸고 그 꿈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다. 검은 뱀과 뼈만 남은 바닷가의 용골(龍骨)은 길몽인지 흉몽인지 분간이 안된다. 문장이 상당한 수준이다. 사실 문언문(文言文)으로 저런 표현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지남규는 투병중에도 '기보'를 본다. 그러다가 바둑에 대해 한마디를 한다. 지남규는 바둑이 하늘의 이치를 담아내고 있다고 말한다. 바둑이 하늘의 이치를 담아내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필자는수년전 한 유명 필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조선의 순장식(?) 바둑이 성리학과 일정부분 통한다는 논지의 글이었다. 그런데 얼마후 그 필자는 바둑에 주역 없고 주역 안에 바둑 없다는 논지의 글을 또 쓰고 있었다. 성리학과 주역이 하나는 아니지만 또한 둘도 아닌 것을 안다면 그 필자의 논지는 허전(?)할 수밖에 없다.

20세기 광명한 과학의 세계에서 [주역]이란 텍스트가 과학일 수 없고 과학일 수 없는 텍스트로 말해져온 그동안의 수많은 '논지'들도 과학적 학문의 평가에서 홀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바둑이 주역과 과학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믿었던 수천년의 역사마저 일거에 내칠 수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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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pan |  2010-04-12 오전 1:44:4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수수년전에..동지재좌선..운운하는 바둑고전이 바둑생활에 소개된 적이 있죠..바둑은 10^762성 정도의 변화와 또 패가 있으니 일반인의 두뇌로는 다 상량할 수 없습니다..정말 입신에 이르면 모르겠지만요..  
유마행열차 |  2010-04-12 오전 6:59:2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본다. 바둑의 덕목은 즐거움이다. '혁추(맹자에 나오는 바둑 명인)'이래로 수천년 그랬다.  
유마행열차 |  2010-04-12 오전 7:00:2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많은 놀이들이 그동안 생겼다가 사라졌어도 바둑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아직도 계속되어 왔다. 그것은 바둑이 하늘의 이치를 담아낸 탓이다.
주인공 지규남 씀.  
추억속의책 |  2010-04-12 오후 2:32:1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읽고 갑니다.고맙습니다.  
알프스소년 |  2010-04-12 오후 4:11: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주역과 관련된 단상은 좋군요. ^^*  
자객행 心正則易正也. 易者古之言歷之聲也.
明心寶鑑 |  2010-05-04 오후 2:23:0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본다. 바둑의 패단은 괴로움이다. 지고나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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