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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회/ 귀거래사(歸去來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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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회/ 귀거래사(歸去來辭)
2010-12-27 조회 5397    프린트스크랩


한동안 지남규 곁에 머물던 을동이 떠나자 지남규는 허전하다. 돈 5냥을 주어 보낸 것으로 보아 만남의 기쁨이 컸던 모양이다. 추운 겨울이고 정치적 상황이 수상하다 보니 장사도 부실하다. 한양에서 시골로 피난(?)을 내려오는 사람들까지 있다.


10월12일, 맑음.
일이 없었다. 종일 바둑을 두었다.
(晴 日休 終日圍碁)

10월13일, 맑음.
을동이 돌아갔다. 돈 5냥을 주어 보냈다. 수일간 기뻤다. 장사는 불황이다. 근자에 한양에서 낙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귀거래사인가? 아닐 것이다. 시절이 그렇기 때문이다.
(晴 乙童歸家 金五兩送也 數日喜而店不況 近來京人落鄕多數也 曰歸去來兮 訶訶 時節同然耶)


지남규는 한양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귀거래사'를 욕보이는 인사들이라 말한다. 귀거래사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입으로 귀거래사를 운운할 사람이라면 '이현보(李賢輔, 1467-1555)'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귀거래사는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것. 고향으로 물러나 천명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조선시대 지성들의 마음 속에는 이 귀거래사의 낭만이 있었다. 귀거래사의 낭만은 조선초기부터 말기까지 지성들의 마음 속에 소박하고 담담하게 견지된다.



 

이현보가 은퇴하여 살던 가송계곡






이현보의 은퇴지 안동 가송계곡이 경상북도의 노력으로 문화 콘텍츠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인생을 살면서 은퇴는 인간에게 주어진 숙명이자 통과의례임을 일찍이 깨닫고, 때가 되면 스스로 은퇴의 자리를 찾아 귀거래사를 읊던 조선의 지성들은 부지기수다. 중종실록에 보이는 조선초기 사람 '이현보'의 퇴거는 아침 이슬처럼 맑고 아름답다.


이현보는 일찍이 늙은 어버이를 위해 외직(外職)을 요청하여 여덟 군현(郡縣)을 다스렸는데 모든 곳에서 명성과 치적이 있었다. 늙어서 부모의 상을 당해 예를 다했고, 상을 마치자 다시 조정에 들어와 여러 벼슬을 거쳐서 참판에 이르렀다.
하루아침에 호연히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자, 사람들이 다투어 말렸으나 소매를 뿌리치고
하직하고는 배를 타고 자유로이 떠났다. 배 안에는 오직 화분(花盆) 몇 개와 바둑판 하나뿐이었다.

집에 있으면서는 담담하게 지냈고, 틈이 있으면 이웃을 찾아가 도보(徒步)로 상종하면서 촌늙은이를 자처(自處)하였다. 집 앞에 큰 시내가 있어 배를 띄울만했는데, 가끔 손님과 더불어 중류(中流)에서 노(枻)를 두드리며 두건(頭巾)을 뒤로 높이 제쳐 쓰고 서성거리니, 사람들이 바라보기에 마치 신선과 같았다


(賢輔嘗爲親老, 丐養補外, 莅八郡縣, 皆有聲績。 白髮遭艱, 克禮終喪。 還入朝, 屢轉爲參判。 一朝浩然有歸志, 人雖挽而止之, 拂袖陛辭, 乘舟放意而去。 舟中惟有花㽅數坐, 奕棊一局而已。 居家澹然, 乘閑訪隣, 徒步相從, 自許爲田舍翁。 家前有大川, 可以容舟。 時與客中流皷枻, 岸幘夷猶, 人望之若神仙 . 중종실록)



일세의 문장으로 관직에 나가 생도지망을 꾸리다가 자신의 능력이 한계에 왔다고 느끼는 순간 업을 접고 산수간(山水間)을 찾아 은퇴하는 이현보의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한편의 영화의 엔딩 장면이다. 수십년 간을 벼슬을 살았으면서도 떠나는 이삿짐이 단출하기 그지없다. 청령한 생황의 반영이겠다. 그런데 이삿짐 속에 바둑판이 한 점 끼어 있다.

이현보는 은퇴지에서 강상(江上)에 배를 띄우고 시골 사람들과 어울려 고기를 잡고 어떤 때는 배위에서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서 신선의 모습을 연상한다. 살림살이가 풍족하고 여유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니다. 마음이 풍족한 이현보의 자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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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山靈 |  2010-12-27 오전 9:58:3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림이 이상하게 보인당 나만 그런가요 ㅠㅠ  
운영자55 이젠 잘 보이지유? ^^;;
靈山靈 |  2010-12-27 오전 9:59:2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지남규옹 ㅎㅎ 회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유  
여현 |  2010-12-27 오후 2:11: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멋지게 은퇴하고 싶었는데 시절인연이 강퇴시켜주었습니다.
이유야 여하튼 가꾸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선생께서 전달하고자 한 귀거래사의 뜻을 새겨봅니다.  
은행정 |  2010-12-27 오후 6:58:1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귀거래사...굳이 시골...아니 웬 전원 생활을 한답시고...낙향이 아닌...외로운 귀양살이를 하는 ...말 마따나...먹물이들이...요즘...자연을 훼손하고 있다...에이...인간 구제역이나 걸려 걸려질 군상들이다...  
전등사박새 |  2010-12-27 오후 10:34:03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대강은 강마을에 살던 분들 돌아갈곳 없이 만들지요. 금강 낙동강 시멘트로 삭 발라 놨더군요 ㅠㅠ  
전등사박새 가송계곡 처음 듣는데 안동근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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