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복잡다난 하다보니 자칭타칭 전문가들이 득세를 한다. 전문가는 적어도 한 분야의 독보적 존재로 실력과 함께 독창성까지 있어 그 분야에 큰 기여를 해야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비출판과 자비전시 등으로 위장을 화려하게 꾸민 속빈 강정들이 판을 치는 전문(?)의 세계가 기능하기에 '국새(國璽) 사건' 같은 삼류 코미디가 발생하여 보는 사람들의 입맛을 쓰게 한다. 겨우 나까마 도장방 주인에 불과한 인간에게 행정, 민속, 문화재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기 좋게 나가떨어진 것을 보면 보기가 딱하다.

8월13일. (11일, 12일은 건너뜀)
아우네 식구들이 왔다. 집안이 가족으로 넘쳐난다. 사람 사는 것 같다. 아우가 매를 선물했다. 사냥을 좋아하는 아우인지라 매 자랑에 여념이 없다. 매는 아우가 장인이다.

추석을 보내기 위해 지남규의 집에 가족이 모인다. 그런데 아우 중에 매사냥을 좋아하는 아우가 있었던 모양이다. 지남규는 매를 한마리 선물 받고 아우가 매의 전문가라 한다.

필자는 얼마전 문화자료 다큐멘터리에서 '매사냥 기능보유자'의 시연편을 보고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능보유자가 전방에 출현한 꿩을 보고 매를 풀어주자, 비상한 매가 꿩을 공격하여 땅에 떨구고 꿩의 목털과 살을 찢는 장면이었다. 기능보유자가 달려들어 매를 떼어놓지 않았다면 꿩은 고스란히 매의 식사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기능보유자는 자신이 유일한 '매사냥 기능전수자'라 했다. 그의 말을 존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이 남는다. 1772년 성대중(成大中, 1732-1809)은 '운악산'으로 매사냥을 떠난다. 매와 개를 각기  4마리를 대동한 호사(?)다.

개는 교만하고 매는 기가 있다. 사람의 뜻에 따라 진퇴를 한다. 앞에 꿩이 출현하자 꺽지(가죽보호대) 위를 떠난 매가 순식간에 하늘을 맴돌다 높은 곳에서 가볍게 내리꽂혀 꿩을 낚아챈다. (그리고) 날개를 접고 발톱을 오무려 (원자리로) 돌아와 앉아 사방을 돌아보며 숨을 크게 쉰다. (狗意驕鷹氣專 惟人意之前 却焉 雉起于前 擊而直出 瞥而上淚 揖而反眄 折而下旋 高集而反經凉而捷懼 劍翊縮瓜 返其鞲焉 竦身四顧 颺而後息)

-운악산기(雲岳山記)

그렇다 조선의 전통매 사냥은 출격한 매가 꿩을 공격하여 스스로 시식(?)하는 것이 아니라, 잡은 꿩을 보존하여 주인에게 돌아오는 과정까지가 종결인 것이다. 공격을 한 후 귀환하는 과정에 좋은 매의 덕목이 있어 보인다. 그저 꿩만 보면 공격하는 매의 본능만을 이용한 시연만으로 '기능보유자'로 인정한다는 것은 약간(?) 문제가 있다고 본다.

국내에는 '응골방'이란 '안정복'의 필사본이 전한다. 매의 채집과 조련 그리고 건강관리에 대한 완전한 매를 위한 책이다. 그 책 속에 '면천거한진사소(狀)'가 첨부되어 있는데 책을 빌려가 돌려주지 않는다며 소를 제기한 1600년대 작으로, 당시 매사냥의 유행을 고스란히 전한다.

면천 한진사가 뜨악하다. 명색이 진사라는 사람이 빌려간 책을 돌려주지 않는다고 관에 소송을 하고 있다. 책 한권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응골방이란 '매책'이 귀했던 탓일 것이다.

무엇이 전통이고 기능전수인가.

전통과 기능은 전수자와 감식을 할 수 있는 안목이 공존할 때 발전한다. 기능인은 각고의 실력을 닦고 그 기능과 실력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 안목이 공존할 때 전통과 기능은 보존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작동이 없다면 공동체의 발전은 무망할 것이다. 지남규가 선물 받은 매를 보면서 해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