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를 사랑하는 한 젊은이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일심(一心)이다.
일심은 반드시 풀어야 할 수수께끼 같은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그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급기야, 달마산에서 참선 중인 멋대로 선사를 찾아뵙기로 한다.

일심이 달마산에 도착했을 때 '멋대로 선사'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가부좌로 참선을
하고 있었다. 달마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빨아들여 눈이 부실 정도로 '번쩍번쩍' 빛나는
그의 몸은 분명 보통 사람의 풍채는 아니었다. 일심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멋대로 선사님, 전 오로라는 곳에서 수담을 즐기고 있습니다. 불가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기우를 오로에서 스치듯 지나칩니다. 스
쳐가는 순간의 만남일지라도 소중한 인연일 텐데 기우들의 대화명이 가진 의미를 자세히 안
다면 그 인연이 더욱더 깊어질 것이옵니다. 부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선사님."

" ...... 그것을 알려고 이곳까지 왔느냐?"

"네. 그렇사옵니다."

" ...... 대화명을 풀이하려면 나도 한번 오로라는 곳에 가봐야겠구나."

"감사합니다, 선사님. 이곳은 인터넷이 안 되오니, 일단 피시방으로 가셔야 합니다."

둘은 피시방에 갔다가 반나절을 보내고 돌아왔다.

"이제 가르침을 주십시오 선사님."

"알았다, 대화명을 말해 보거라."

"먼저 '별천지'님의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별천지(別天地)'는 이상향인 유토피아, 도원경을 의미한다. 현실에 지친 몸과 마음이 오로
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면 오로가 바로 유토피아요 도원경이 아니겠느냐? 오로가 그런 역할
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을 것이다. '별천지'의 뜻
이 이대로 끝난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다.

너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을 알고 있느냐?

"네, 알고 있습니다."

"그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루

프란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암울한 일제시기, 식민지 청년으로서 방황해야만 했던 윤동주에게 이상향은 어디였겠느냐?
그곳은 바로, 그리운 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곳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 그리운 이들을 별 하
나하나에 가슴에 새겼던 윤동주...

식민지 청년 윤동주에게 아름다운 별이 반짝이는 하늘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토피아
요 낙원이었다. 나는 별천지에서 '별'의 의미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로 해석하고 싶구나.
그러면 '별천지님'의 의미는 별이 빛나는 천지가 되는 것이다."

"아~그렇게 해석하니 의미가 새로운데요~ 선사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요즘에는 별을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으니..."

"기우들의 글에 좋은 댓글을 많이 달아 주셨던 우공이산(愚公^^移山) 님의 뜻은 무
엇인지요?

"우공이산이란 중국의 유명한 고사에서 유래한다. 옛날 우공이란 사람이 통행의 불편으로 산
을 옮기겠다고 하자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비웃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지.

"비록 내가 산을 다 옮기지 못한다 해도 나의 후손들이 있지 않으냐?"

그리하여 결국은 산을 옮기고야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중국은 학교에서 정식으로 우공이산의 정신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 우공이산의
정신이 바로 중국사람들이 말하는 '바보정신'이다. 그들은 바보정신을 사랑하기까지 한다.

우공이산 님의 뜻은 자신의 기력을 우공처럼 꾸준한 노력으로 향상 시키겠다는 의미일 수
있고 또한 바보처럼 우직하게 인생을 살아나가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선사님 그렇다면 대국실 대화창에서 자주 뵐 수 있는 '바보' 님도 이러한 의미와 맥락을 같
이한다고 할 수 있습니까?"

"바로 그거다, 하나를 가르쳐 주면 두 개는 아는구나~."

"그럼 봉숭아 학당의 맹구는요?"

"글쎄다, 맹구는 진짜 바보가 아니더냐?"

"흐미~맹구 이창훈씨가 들으면 디게 서운해 하시겠네요~."

                 중국 최고의 근대화가 쉬베이홍의 '우공이산'입니다.
                     2006년도에 중국경매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포크레인도 없이 참 대단하십니다^^


'라면에 찬밥'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라면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냐? 86 아시안게임 육상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임춘애'를
보아라. 우유먹고 연습하는 다른 선수들이 정말 부러웠다고 하지 않았느냐?"

"선사님, 운동선수들은 보통 우유먹고 운동하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땀 흘리고 나서는 스포
츠 음료를 마십니다~ 왜 부러웠을까요?"

"허허, 그때는 스포츠음료가 없었느니라! 왜 말길을 못 알아듣느냐!"

"선사님, 제가 아직 어려서..."

"임춘애는 라면을 밥 먹듯 하며 고된 훈련을 참아내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 자료 화면은 임춘애 씨가

드셨던 라면과는 무관합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건 바로 헝그리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면은 바로
헝그리 정신을 상징한다. 라면에 찬밥님이 실제로 라면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헝그리
정신으로 바둑의 승부에 임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이 대화명에서 풍기는구나~."

"야 하~그런 심오한 뜻이~ 그런데 찬밥은 무슨 의미이온지요?"

"음 ......... 그건 아무래도 지금은 헝그리 정신만으로는 승부가 안되는 시대니까 라면에다가
약간의 사치를 더 했다고나 할까....."

"오잉! 그런 의미가....."

"미국에 거주하시는 '달빛학춤'님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달빛과 학이 의미하는 바를 안다면 답은 쉽게 나온다. 먼저 학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이더냐
? 우리네 선비들의 그림에 왜 학이 자주 등장하느냐? 학은 순백의 깨끗한 모습에서 고고한
성품과 지조를 나타내게 되었다.

'달빛 학춤'이란 달빛이 비치는 고즈넉한 밤에 고고한 학춤을 추듯 고고하고 깨끗한 행마를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달빛에 초점을 둔다면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의 한시를 잘 살펴보면 유독 '달'이 자주 등장한다. 이태백의 시를 감상해 보자.

"한시에서는 보름달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둥근달은 가족의 단란함을 나타내기 때문
이다. 단란이라는 말 자체도 둥글다는 의미가 아니더냐?     團둥글단 欒둥글란(나무이름란)
단란주점이라는 곳이 있다. 단란하게 술을 마시는 좋은 곳이지 않으냐?"

"선사님, 그건 아닌데요~ 단란주점은 그 단란함하고는 거리가 있는데요~."

"어디서 꼬투리를 잡느냐! 그러면 그런 줄 알 것이지."

"... 네, 알겠사옵니다." -_-

"나그네는 둥근 달을 보면서 가족과의 단란함을 꿈꾸며 타향에서의 외로움을 달랬느니라~.
그리고 달은 인공위성의 역할도 한다고 볼 수 있다. '달'은 고향의 가족, 친지들도 볼 것이고
자신 또한 그들과 동시에 '달'을 볼 수 있지 않으냐?

타향살이의 향수를 달래려고 중국의 시인들은 한시에 '달'을 등장시켰던 것이다. 미국에 사시는
'달빛학춤' 님은 향수를 달래려고 달빛 아래에서 학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선사님의 말씀은 맞는 듯 하오나, 달빛학춤님이 정말 그런 뜻일까요? 아무래도 확대하여
해석하시는 듯 하옵니다."

"어험~ 내가 누구더냐? 멋대로 선사가 아니더냐? 확대 해석을 하든 말든 내 맴이다."

"참나~ 여하간에 선사님은 못 말리십니다. 그건 그렇고 다른 분을 여쭈어 보겠습니다.

달빛님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거주하시는 "술익는 향기님"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박목월 시인의 시중에 '나그네'라는 시가 있다. 감상해 보자꾸나~."

술익는 향기님은 외국에 거주하신다. 향기 님의 심정이 바로 나그네의 심정일 것이다.
외로운 나그네가 술 익은 마을의 '술 향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향기님은 오로를 술로
삼아서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선사님, 여쭈어 볼 대화명이 많사오나 배가 고프옵니다. 선사님, 밥먹고 합시다!"

도시락을 사가지고 선사에게 돌아 오겠다던 일심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도시락만을
기다리던 '멋대로 선사'는 그날 저녁을 굶어야 했다.


덧붙이는 말
이 글에 등장하는 대화명은 실제로 존재하는 오로기우들의 대화명입니다.
기우님들의 허락도 받지않고 대화명을 올리게 된 점 양해를 구합니다.
이곳에 등장하는 기우들은 저와 특별한 친분관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로의 모든 기우께서는 자신의 대화명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반드시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많은 대화명 중에서 설명하기 좋은 대화명을 선정하여 재미나게 이야기로
꾸며 보았을 뿐입니다.
대화명의 풀이는 어디까지나 저의 자의적인 해석이오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