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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의 제자와 류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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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의 제자와 류시훈
2010-05-11 조회 14727    프린트스크랩
▲ 마쓰모토 7단


목진석 9단과 박정상 9단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근래 엘지배 예선 중 류싱 7단과 마쓰모토 7단 사이에서 발생한 흥미로운 일화를 발견했다. 종국을 서두르며 서로 공배를 메우는 과정에서 류싱 7단이 그만 자충수를 두었는데, 이를 본 마쓰모토 7단이 수를 내지 않고 류싱 7단으로 하여금 가일수하도록 한 것. 결과는 류싱 7단의 승리.

이 일화를 접하면 웬만한 바둑팬 누구나, 일본바둑의 패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뤘던 류시훈 9단과 왕리청 9단의 기성전 5국을 연상할 것이다.

 

2002년 기성전(棋聖戰) 도전기 5국

류시훈  왕리청

흑의 류시훈 9단이 승리를 눈앞에 둔 상황. 그런데 공배를 메우는 과정에서 백의 왕리청 9단이 백▲(298수째)로 단수쳤을 때 류시훈 9단이 놀랍게도 흑6점을 잇지 않고 다른 곳을 두었다.

왕리청 9단은 입회인 '이시다 9단'에게 따내도 되는지 물었고 이시다 9단은 바로 답변하지 못했다.

 

흑을 쥔 류시훈 9단은 "흑(293수째)를 둔 시점에서 종국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며 흑6점을 따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왕리청 9단은 자신은 종국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팽팽하게 맞섰는데, 이시다 9단이 비디오 판독까지 하고 나서 쌍방이 종국에 합의하지 않은 것으로 판정이 내려졌다. 결국, 이 바둑은 왕리청 9단이 흑6점을 따내어 왕9단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왕9단이 바로 따내지 않고 입회인에게 따내도 되는지 물어본 것 자체가 왕9단도 암묵적으로 흑의 시점에서 종국에 동의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지만, 어쨌든 비디오 판독까지 한 결과 종국에 합의하지 않았다는 판결은 내려졌다.

이 해프닝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도 의견이 분분했고 대체로 두 의견으로 갈렸다. 한쪽에선 "규칙으로 따지자면 왕리청 9단의 행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와 도를 강조하는 바둑에서 비신사적인 행위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에선 "공배를 메우는 과정도 대국의 연장선에 있다. 나라도 당연히 따냈을 것이다."라는 주장이 맞섰다.

어느 쪽 의견이 맞을까? 그리고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사실, 공배메움이 대국의 과정이라는 의식이 강하지 않은 아마추어 입장에서는 왕리청 9단의 행위가 바둑규칙에는 어긋나지 않을지 모르나 치졸한 행위로 보일 수 있다. 필자 또한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 그러나 공배를 메우는 행위 또한 대국의 연장선이고 왕리청 9단은 대국 과정에서 충실하게 최선의 수를 두었을 뿐이라는 항변도 틀리지 않다.

한국바둑룰에 '공배를 메우는 행위도 대국의 과정이고 서로 번갈아 공배를 다 메워야 비로소 종국(終局)이다'라는 규정이 명확하게 자리 잡게 된 유래는 공배를 메우는 과정에서 가일수하지 않는 바람에 수가 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불분명했던 규정을 2004년도에 확실하게 바둑룰로 정했다. 일본 또한 류시훈 사건을 거치면서 한국과 비슷한 규정을 확실하게 명문화했다.

·일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물론 공배메움을 대국의 중요한 연장선으로 본다. 하지만 이런 인식의 뿌리에는 한·일과 중국이 차이가 있다. 한·일은 공배를 메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국분쟁을 없애기 위한 필요에서 이런 인식이 굳어졌지만, 중국은 바둑돌과 집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한·일과 차이가 나는 데서 비롯한다.

아래 그림을 보자.




바둑은 기본적으로 흑 병사와 백 병사의 영토전쟁이다. 1도를 보면 도넛 모양으로 빙 둘러싼 병사는 바둑돌로 비유할 수 있고 '가' 부분은 바둑돌에 둘러싸인 집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일은 '가'의 곳만을 집으로 치지만 중국은 '가' 주위를 둘러싼 병사 한 명 한 명을 한 집으로 간주한다. 이런 개념은 병사가 발을 디딘 바로 그 자리, 그 자리 또한 영토라는 당연한 인식에서 비롯한다.

2도에서는 1도의 '가' 부분을 중심지로 인식하고 병사들이 위치한 곳을 변경으로 보는 중국식을 설명한다. 변경 지역 또한 당연히 영토라는 인식이다.

이런 원리로 중국은 돌 하나를 한 집으로 치기 때문에(즉 공배를 메우는 돌도 한집이다) 공배메움도 당연히 대국의 연장이다. 중국의 이러한 개념은 공배를 메우는 행위 또한 대국의 중요한 과정이란 사실을 근원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중국룰이 한·일 바둑룰보다 바둑의 원리에 충실하고 합리적이라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한다. 단지 실용성이라는 측면에서 한·일 바둑룰은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

다시 류시훈 사건으로 돌아가 보면, 공배를 메우는 도중이 아니라 중반전에서 류시훈 9단이 단수를 깜박해서 왕리청 9단이 돌을 따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항이 공배를 메우는 과정에서 발생해 뭔가 꺼림칙해진 것이다. 공배를 메우는 행위도 대국의 중요한 과정이란 사실을 깊이 인식한다면 왕리청 9단의 행위는 문젯거리가 없다.

그렇다면 왕리청 9단은 무죄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 할까? 그런데…, 이대로 결론짓기에는 무언가 남는다. 머릿속에선 ‘왕리청 9단은 잘못이 없다. 류시훈 9단의 잘못이다.’라고 주문을 외지만 가슴 한구석에 진한 아쉬움이 계속해서 남는 건 무슨 연유일까?

류시훈 9단이 도일할 때만 하더라도 제2의 조치훈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고 실제로 그는 일본에서 일취월장했다. 1999년 대삼관을 차지하고 있었던 조치훈 본인방을 류시훈이 아닌 재일기사 조선진 프로가 극복하고 본인방을 움켜쥐었을 때도 '조선진 프로'의 징검다리 역할 후 류시훈 프로가 일본바둑을 평정하리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2002년 기성전 도전기에서 왕리청 9단에게 패하고 나서, 류시훈 9단은 승부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중국인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섭위평 9단이 응씨배에서 조훈현 9단에게 쓰라린 패배를 당하고서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났던 사실, 한창 잘 나가던 유창혁 9단이 삼성화재배 결승에서 천려일실의 패착으로 요다 9단에게 우승을 헌납하고 나서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던 기억, 거칠 것이 없었던 송태곤 프로가 응씨배 4강에서 창하오를 상대로 질 수 없는 바둑을 순간의 방심으로 패하고서 지금까지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는 모습 등 골수에 스며든 패배의 아픔이 잠재의식을 지배하여 승부사의 기를 꺾어 놓은 사례를 어렵지 않게 끄집어 낼 수 있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던 기성전 5국을 류시훈 9단이 이겼다면 류시훈 9단이 타이틀을 쟁취할 수 있었고 기세를 몰아 일본바둑의 역사를 바꿀 수 있었다.'라는 아쉬움이 머릿속에서 자꾸 맴돈다. 최근 엘지배 예선 대국 중, 공배를 메우는 과정에서 류싱 7단의 자충수를 관대하게 넘겨버린 마쓰모토 7단의 행동이 특별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류시훈 9단에 대한 진한 아쉬움 때문이다.


그러나 마쓰모토 7단이 기성전 같은 건곤일척의 대승부에서도 똑같이 미덕을 베풀 수 있을까? 그건 누구도 모를 일이고 어쩌면 마쓰모토 7단 자신도 모를 일이다.

결론은 역시 왕리청 9단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때의 상처가 류시훈 9단의 잠재의식 속에 응어리져 그에게서 승부의 기를 앗아갔다 해도 그건 류시훈 9단이 극복했어야 할 문제이다. 사무친 패배의 아픔을 발전의 발판으로 승화시켰던 승부사들도 많았다. 그런 고통조차도 넘어서야 진정한 대승부사가 될 수 있음이다.

그런데 선행을 베풀었던 마쓰모토 7단의 경력 중에 이채로운 점이 있다. 마쓰모토 7단의 스승은 바로 우리의 조치훈 9단이다.


마쓰모토 7단

생년월일  1980년 9월 8일

25세 본인방(二十五世本因坊) 조치훈 문하

제31기 신인왕전 우승

기도상 신인상 수상

※일본기원 홈페이지에서 참고


 

조치훈 9단은 1986년 기성전 도전기를 앞두고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해 휠체어 대국까지 벌였지만 결국 기성위를 고바야시에게 내주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다시 일어나 일본바둑을 평정했다.

대승부사 조치훈 9단은 류시훈 9단의 경우와 제자의 선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쩌면 그는 명쾌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한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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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shiki |  2010-05-09 오후 5:58:0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에길은 바둑기술이전에 큰인격에완성이 중ㅇ요하다고생각합니다...바둑에그릇은큰데 인간은 그릇이작으면 문제가생기죠...대기사에그릇을 작은인간에그릇에담으려니 탈이나는거죠...왕립성선생님도 훌륭한인격자이십니다...임해봉선생님에 제자이니요...  
yoshiki |  2010-05-09 오후 6:01: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것은 제가 일본에서 있으면서 느낀감정입니다...제가느낀바로는 고바야시.오오다께 선생님이 조금껄끄럽고 다른분들은 아주좋아요...류시훈사범도 조금은 까탈스럽지요...^^* 지금은어떤지 모르지많요...  
가죽商타냐 |  2010-05-10 오전 10:10: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카다가 하시모토에게 본인방도전에 실패한후 고절 10년의세월을 보내고 본인방 쟁취 이때가 그의나이 41세 그후 사상최초의 명인 본인방 등극.. 조치훈은 일본기원선수권전에서 아마추어도 보는수를 그만 실족하여 3대2로 역전패 그후 27연패에 빠졌지만 이를 극복하고 지금 일본 타이틀수 최다보유 신기록을 가지고 있읍니다. 유시훈프로 이겨내야 대기사로 발돋움 할수있지요.. 꼭 이겨내서 대기사로서 우뚝서기를바랍니다.  
la아리랑 |  2010-05-11 오후 1:21:5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음~~~  
la아리랑 |  2010-05-11 오후 1:38:14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마 하수들세계에서나오는 수들이프로에서도등장하는군요 시간패 반칙패 등등,
그걸당한사람은 마음속응어리가한참가죠~~그러나그대국을이긴사람은?~~  
PEACE |  2010-05-11 오후 2:30:52  [동감1]  이 의견에 한마디
안타깝지만 그런 것은 따야한다고 봅니다. 양보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개인대개인의 공식적인 대국에서는 규칙에 의해야죠. 규칙에 따라서 따냈다면 문제를 삼을게 아니라 계가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겁니다.  
AKARI |  2010-05-11 오후 11:16: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해모수go |  2010-05-12 오전 11:02:4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정말 좋은글이네요 잘 읽었어요...
"사무친 패배의 아픔을 발전의 발판으로 승화 시켜야한다".. 좋은 말이예요..  
新수의day |  2010-05-24 오전 12:59:4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떄를 생각하면 참 가슴 아픈일였죠...저 또한 그 일로 얼마나 왕리청을 욕했는지 모른답니다.다 끝난 바둑에 매너 없이 그게 뭔 짓이냐고...그러나 프로는 아마와는 다른점이 냉정아니겠습니까? 세월이 지나니 저 또한 냉정함으로 일관하여 보면 끝까지 최선을 다 하여야 하는것이 프로 세계의 본 모습같습니다.한맴 사붐님 늦게 나마 왔찌만 잘 보았습니다. 꼬복  
시대존속 |  2013-09-01 오전 2:48: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훔,,
역시 넘 조은 지식안고 휠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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