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사이트를 이곳저곳 둘러보다가 바둑예절이란 게 나온 게 있어 한번 살펴보았다.
바둑은 예절이 매우 중시되는 예도(禮道)의 게임이다.
기본적인 매너를 갖추고 게임에 임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바둑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다.
예절에 예도를 버무려 매너를 살짝 드레싱 한 후, 다시 예의를 흩뿌려 품껵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정도면 문장의 풀코스라 하지 않을 수 엄따. 명문이로세~
요런 생각을 가지면서 밑에 나온 세세한 사항까지 읽어보기로 했다. 어디보자.^^
① 자리를 잡을 때는 연장자나 상수가 상석에 앉도록 한다.
② 단정한 자세를 갖춘다.
③ 바둑돌을 놓을 때는 하나씩 집어 놓되 올바른 손자세를 갖춘다. 즉, 집게손가락 위에 가운데 손가락을 가볍게 포갠 다음 그 사이에 돌을 끼워잡는다.
④ 바둑돌은 오른손으로 쥔다.......
앗! 화들짝~ 바둑돌을 오른손으로 쥔다? (⊙.⊙)
구럼 나 같은 왼손잡이는 어카라구? 우째 바둑예절에 이런 구절이 있단 말인가...오호 통재라...애재라...
그동안 왼손잡이로 살아오며 당해왔던 서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눈가에 눈물 한방울이 맺혀 자판으로 또옥~하고 떨어진다.
훌쩍ºㅠㅠ
어렸을 때로 넘어가 보자.
내 식사습관의 가장 큰 특징인 속전속결의 머슴스타일은 왼손잡이에서 비롯되었다.
아버님. 왼손으로 밥묵는 꼴 못보셨다.
밥 한 숟가락 묵고 욕 한번 묵고, 반찬하나 집어묵고 욕하나 집어묵고 물 한잔 묵고 욕 한번 마시고...
하야간 왼손으로 숟가락 젓가락에 손만 댔다하면 날배락이 떨어졌던 것이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날이면 날마다 끼니마다 반복되니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먹고는 살아야겠다 싶어서 오른손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하지만, 젓가락질 배우기가 그리 쉽던가?
3일 동안 오른손으로 젓가락을 포크처럼 찍어서 사용하다가 욕만 디지게 묵고 포기한 후 겨우겨우 숟가락만 오른손으로 바꿨다.
이쯤되면 상황이 오른손으로 숟가락, 왼손으로 젓가락...음양의 조화요, 중용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버님은 이런 나의 큰뜻을 몰라주시고 버러럭~ 소리를 지르셨다. 이렇게...
"니가 양놈이가?"
아~역시 음양을 조화시키는 것도 중용을 실천하는 것도 무쟈게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앞으로 분명히 다가올 국제화 세계화 시대의 성봉장임을 자처하며 꿋꿋하게 버텼었다.
어느 분야든 개척자에겐 시난과 고난이 따르는 법! 역사의 발전도 언제나 소수의 희생으로 얻어진 결과물에 다수가 무임승차 하는 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너무 오버넹...^^
이런 상황...욕을 묵고 헛배를 채우는 이런 상황이 어려서 계속 지속되다보니 나의 키는 평균을 밑돌았고, 체중 또한 기대 이하로 흡사 결식아동 비스무리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 참을수 없는 왼손의 슬픔이여!
뭐 그 밖에도
- 왼손으로 가위질해야 하는 아픔과(손잡는 굴곡이 오른손잡이용이라 디게 아푸다)
- 군대서 오른손으로 총을 쏜 후 낙제하여 피나고 알배고 이가 갈린다는 P.R.I(사격전준비동작?)를 자갈밭에서 하루 왼종일 했던 기억...
- 대학시절 아버님 앞에서 김일성 뒤에다가 '주석'자를 붙였다고 “이놈이 소 팔어서 대학 보내줬더니 빨갱이가 되서 왔다고...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어려서 왼손 쓸 때부터 니놈이 빨갱이 될 줄 알았다”며 아버님께 디지게 맞았던 추억들.
- 장인어른댁에 인사가서 혹시라도 욕먹을까 오른손으로 잡은 숟가락으로 국만 디립따 떠묵었던 그때 그 시절.
이러한 내가, 한국기원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바둑예절 4항!
바둑돌은 오른손으로 쥔다를 보는 심정이 어떠하겠는가?
새는 한쪽 날개로는 날수엄꼬, 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한손으로 손뼉 나올 수 엄따. 백짓장도 맞들면 낫고...(이건 아니구나.
)
하야간 오른손으로 바둑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바둑예절이라면 파리도 새요 모기도 조류가 되리라~
음모자, 한국기원 바둑예절 제4항을 이 땅의 모든 왼손잡이를 대표하여 이렇게 바꿀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④ 바둑돌은 오른손으로 쥔다. ==> ☞ 바둑돌은 발가락으로만 안쥐면 된다.
((덧글))
음모자가 밥묵을때 양손잡이라서 행복한 한가지.
오른손으로 잡은 숟가락으로 밥을 떠묵는 동시에 왼손으로 잡은 젓가락으루 맛있는 반찬을 찍어놓을 수 있으니까!! 헤헤^^
2003-10-09
얼랄라~~! 근디 프로기사도 왼손으로 바둑을 두넹....2008년 11월 6일 한국바둑리그에서
김기용 3단(울산 디아채, 왼쪽)을 상대로 박승화 3단(경북 월드메르디앙)이...
시인이자 사회평론가인 에드 라이트가 쓴 '왼손이 만든 역사'(말글빛냄 펴냄)는 이집트의 람세스 2세부터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이르기까지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왼손잡이 29명의 생애를 되돌아보며 그들이 갖는 왼손잡이들의 특성을 분석하며 "왼손잡이가 없었으면 역사는 시시해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가 분석한 왼손잡이들은 직관력과 감정이입 능력, 시각.공간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났으며 특히 인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수평사고력을 갖고 있다.
세상에 자신들을 맞추기 어려운 왼손잡이는 고독하다. 베토벤과 니체, 미켈란젤로, 뉴턴, 잔다르크가 그랬고 다 빈치와 빌 게이츠도 역시 자신을 세상에 맞추기가 어려워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듯이 행동하는 성향을 보인다.
송설희.송남주 옮김. 404쪽. 2만4천500원.
-연합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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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