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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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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남대문 카메라 숍을 다녀왔습니다.
커다란 가방 속에 그간 고이 써 오던 카메라와 렌즈, 스트로보 따위를 잔뜩 집어넣어 가지고 갔습니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흥정은 짧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요즘 필카(필름 카메라) 가격이 … ”
“그냥 되는 대로 주시면 됩니다.”
나의 분신이자 가족이자 연인이었던 탱크는 이렇게 갔습니다.
뒤 한 번 돌아보지 않더군요. 무심한 녀석.
주인이란 사람, 나의 조강지처를 조물조물 만지작대더니 한 마디 합니다.
“무슨 일 하는 분이세요? 바디가 많이 낡았네요.”
“꽤 찍었습니다.”
탱크는 가고, 빈자리엔 움켜쥔 주먹만 한 디지털 카메라 한 대가 남았습니다.
가방 속에 이 놈 하나 덜렁 넣고 보니, 어쩐지 참 나쁜 놈이 되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여우같은 조강지처, 토끼 같은 자식 다 내버리고
화장빨 조명빨 아가씨에게 팔뚝을 내어 민 참담한 느낌.
주인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드르륵 진열장 유리문을 열고는
나의 T90을 올려놓았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나서는 등 뒤로 주인의 걸걸한 인사가 들려옵니다.
예상했지만,
종일 어둔 방에서 뒹굴다 나선 밖처럼
눈앞이 파랗게 빛나며 동공을 압박해 옵니다. 시큰합니다.
매정한 주인은 모르겠지요. 아니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나의 사랑, 나의 연인
나의 T90.
그들은 모릅니다.
나의 애기, T90의 낡은 셔터 막.
1/15초에서 1/1000초, 그 찰나의 순간을
대한민국 바둑국보 제1호 이창호,
영원한 바둑황제 조훈현,
세계최강의 공격수 유창혁,
들끓는 마그마의 승부사 서봉수,
비금도의 별 이세돌이
천 번씩 만 번씩 통과했다는 사실을.
한국바둑의 개척자 조남철 선생과
영원한 김인 국수,
철의 여인 루이 나이웨이,
독사 최철한과 여전사 박지은,
조혜연에 이르기까지
별처럼 빛나는 19로의 거인들이
찰나의 순간을 머물다 간 그곳.
T90에서는 아직도
영웅들의 붉은 핏자국과 체향이
아침 눈 위의 바둑이 발자국처럼 선연히 남아 있습니다.
잘 가렴, 나의 사랑.
아이의 칭얼댐이 없었다면
나는 너를 대신할 세상 그 어떤 기종도 찾아내지 못했을 거다.
어딜 가든지
누굴 만나든지
너는 세계 최강 한국바둑의 거장들의 영욕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 왔다는
굵은 자부심을 잃지 말아주렴.
이왕이면
바둑의 멋과 혼의 깊은 울림을 이해하는
좋은 주인을 만나 해로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또 바라마.
그 동안 함께 할 수 있어 기뻤다.
안녕.
나의 사랑, 탱크야.
양실짱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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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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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 이해가 갑니다 저는 접사를 주로 하는데 필카로 접사하는것은 고난도 기술이지요 그런데 디지털 카메라는 피사체 2센치 앞까지 그냥 되더군요 노출치도 변하지 않고 이제 저의 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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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F3도 헌 신짝이 되겠지요 그 많은 보조 장비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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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h428 |
｜ 2005-03-25 오후 2:1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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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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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ngbc |
｜ 2005-03-25 오후 5:1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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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 음...전 지질학이란걸 하던사람 이데여..^^;;;; 예전에 접사촬영이 마나서 카메라를 마니 썼답니당,,^^,,에궁,,,정말 이해가 되는데....그래두 가지구 계시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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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과도 같았을 탱크를 보내는 마음, 탱크도 양실장님 마음을 알거에요...아름답다는느낌을에 찡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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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래잡기7 |
｜ 2005-04-02 오전 7:2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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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애궁 아끼시던 애마를...아까버라,,,분명 창호와 황제의 혼이 그안에 서려있을 틴디..남대문의 어느집인지 알면 도로 찿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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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sse |
｜ 2005-04-11 오전 9:5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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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심정 이해가 갑니다. 아깝다 T90. 그냥 가지도 계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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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야시
굴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