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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가 아닌 쉼표를 찍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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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답니다.
추억은 있었던 일이 아니라, 있었으면 했던 일들의 정수(淨水)라고.
회고록 작업을 위해 선생님 댁을 출입한 것이 정확히 36개월이니 햇수로 3년이로군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3년의 시간.
알고 있었습니다.
많이 아쉬울 것이라는 예감.
늘 그렇듯, 쓰고 나면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하지만 이 아쉬움의 본질은 어쩐지 ‘조금 더 잘 할 걸’라는 질(質)의 문제가 아닌, ‘할 말이 아직도 이 만큼이나 남았는데 …’ 라는 양(量)의 쪽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의 마지막 장면은 1967년 10월 11일. 한국기원 종로 관철동 회관의 기공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3년 전 회고록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선생님께서 다짐해 두셨던 것이었습니다.
“종로회관 짓는 데까지만 하기로 하세.”
어쩐지 잘 나가던 노래의 후렴구 끝을 뚝 잘라 먹어버린 듯한 단절감.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여기까지.
마침표를 찍고 난 지금, 저는 외람되게도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고해 보건대 선생님께서는 종종 “종로회관을 지음으로써 바둑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는 소회를 털어 넣곤 하셨던 것입니다.
승부사로서의 조남철 개인을 이야기하자면 67년의 엔딩은 지나치게 가혹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비록 무적 조남철 시대가 막을 내리고 김인의 시대로 접어든 시점이라 하나, 60년대 말은 지키는 자와 도전하는 자의 위치만이 바뀌었을 뿐 조남철과 김인의 양웅시대로 보아 마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회고록의 끝은 1972년 제4기 명인전 도전기에서 당시 二단의 신분이었던 서봉수에게 극적으로 타이틀을 내어준 때 정도로 잡는 것이 타당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 글의 시간은 한국기원 종로회관의 탄생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정지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회고록이 단순한 조남철이라는 개인사의 순차적 나열이 아닌 한국 현대바둑의 여명기를 밝히기 위한 횃불이 되어 주기를 기대하셨던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은 조남철 개인의 회고록이라기보다는 조남철이라는 개인사를 투영해 고찰해 보는 「한국 현대바둑사 上권」 쯤으로 봐 주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선생님 댁을 출입하는 동안 모르는 새에 많은 것들이 변해갔습니다.
쉬었으되 카랑카랑하셨던 목소리는 언제부터인가 조금씩 잦아들어갔고, 귀 또한 많이 어두워지셔서 큰 목소리가 아니면 듣지 못하십니다. 스스로 ‘육십년 담배’라시던 담배를 끊으셨고, 하루 몇 시간은 응접실 한 쪽에 세워 둔 산소 호흡기의 도움을 받아야 가쁜 숨을 견디실 수 있으십니다.
회고록이 월간「바둑」에 연재되기 시작할 무렵만 해도 정정하셨던 두 다리에 힘이 빠져 그 좋아하시던 산책 또한 못하게 되신 지 2년.
건너 편 산 정상을 향해 소리를 치는 기분으로, 인터뷰라기보다는 선생님의 말벗이라도 되어드리고 싶은 심정으로, 누런 대학노트 위에 깨알처럼 내리 적힌 선생님의 글씨를 암호 해독하듯 읽으며, 담배를 권하시는 선생님 앞에서 화들짝 놀라 금연 중이라고 연기를 하며 이 글은 그렇게 한 줄 한 줄 완성이 되어 갔습니다.
이 글에는 마침표가 없습니다.
선생님께서 하실 말씀이 남아 있는 한, 한국 바둑사 속에 선생님의 그림자가 기일게 드리워져 있는 한 앞으로도 누군가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쓰고, 또 읽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마침표 대신 쉼표 하나를 찍으며 이 글을 접을까 합니다.
지난 3년의 세월.
제게는 영광이자 배움, 그리고 평생을 걸쳐 돌이켜 보고 또 볼 과분한 추억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선생님!
내내 건강 하십시오.
2004년 10월
양실짱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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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이 양실짱남의 글이라니 갑자기 사고싶은 충동이 느껴집니다.낼 당장 사서 정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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