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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3장 태허(太虛)의 자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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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회/ 3장 태허(太虛)의 자리 (7)
2010-08-17 조회 4042    프린트스크랩

 

 

북관(北關).

'삼수' '갑산'과 '아오지' 그리고 육진(六陣)의 땅 북관은 조선의 서얼 중의 서얼이었다. 북관은 서당을 설치할 필요 없고 화폐의 사용도 국법으로 금하는 버려진 땅이었다. 김려는 최초 유배지 경성이 부령(富寧)으로 바뀐 것을 북관의 초입에 들어서며 통보를 받았다. 역에서 통기를 해주고 부령으로 등짝을 떠미는 '태천' 관아의 아전들이 김려의 등뒤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

"김이리 같은 놈."

"저런 놈이 참수를 면하다니...?"

김려는 그들의 욕설에 모골이 송연했다. '김이리'는 김하재(金夏材, 1745-1784)를 말하는 것으로 시대의 괴물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그런 인물을 아전들이 김려와 비교하고 있었다.

"아... 보통일이 아니다. 보통일이... "

김려는 생각보다도 최악으로 전개되는 상황에 더욱 긴장이 되었다. 아전들이 김려와 비교한 김하재는 조선 역사의 돌출분자다. 역사상에 상식을 깨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지만 김하재는 특별했다.

 

김하재는 번듯한 문벌의 경화사족으로 행복에 겨워 폭발한 사람이다. 김하재는 영의정을 지낸 김양택(金陽澤, 1712-1777)의 아들로 자신도 과거를 통해 등과하여 대사성과 대사간을 지낸 녹록치 않은 인물이다. 김하재는 1884년 7월28일 외직으로 나갔다가 내직으로 보임하여 군왕 인사차 궁에 들어와 엉뚱한 일을 저지른다.

"이건 뭐요?"

"왕에게 전하게."

"뭐라고요?"

"왕에게 전하라니까."

그날 당직이던 승지 '이재학'은 김하재가 내미는 쪽지를 받아보고 기겁을 한다. 쪽지에는 군왕을 욕하는 온갖 쌍소리가 가득했다. 이재학은 묵과할 수 없다고 보고 쪽지를 군왕에게 전한다. 쪽지를 받은 군왕 정조가 미친 듯 분노한 것은 당연했다.

정조는 세상에 이런 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기록이 그러니 그 쪽지의 강도(?)가 얼마나 강했을지는 짐작이 간다. 군왕은 대신들을 소집하고 부들부들 떤다. 그러나 그 쪽지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군왕의 체모에 관한 것이기에 대신들도 이재학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넘어간다. 김하재는 대역죄로 친국을 받는다. 그러나 대역죄치고는 친국의 진술서가 허전(?)하다.


-왜 그랬니?

-뭘요?

-왜 욕을 썼느냐 그 말이다.

-좋은 벼슬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한직으로 나도니 불현듯 이런 마음이 생기더이다. (조선실록)


감하재는 이런 진술 몇 줄을 남기고 효수를 당한다. 정조는 효수와 더불어 김하재가 살던 집을 파가(破家)하고 그의 사촌 혈족 내의 등과한 자들을 찾아내어 모두 파직시킨다. 정사는 이곳까지 기록하고 있으나 야사는 김하재의 쪽지 내용이 '미친놈 아들이니 저놈도 미친놈일 게다' 했다 전한다. 김하재가 돌출 사건을 일으킨 날이 7월 한여름으로 아마도 심하게 더위를 먹은 것으로 볼 수 있겠지만 참으로 믿어지지 않는 사건이라 하겠다.

"저기가 부령이요."

한양에서 부령까지 삼천리길을 호송하고 온 형리들이 부령성문 앞에서 큰짐을 벗어 놓은 듯 기뻐했다. 부령은 군읍(軍邑)이었다. 성은 높고 튼튼했다. 성루인 북장대(北帳臺)는 보는 이를 압도했다. 북장대의 현판이 김려의 눈에 들어왔다.

산고수장루(山高水長樓).

그랬다. 부령의 북문의 현판은 산고수장루였다. 산고수장루라 써 있는 현판은 육이오 전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려는 한양을 떠난 지 27일 만인 12월10일(을사일)에 부령에 도착한다. 눈내리는 겨울 들판과 험준한 산악을 등판에 바둑판을 지고 걸어 걸어 유배지 '부령'에 도착한 날 김려는 이렇게 기록한다.

 

이십칠 일 만에 부령에 도착했다. 길은 험하고 독했다. 추위와 눈은 차가웠고 지나오는 관장들의 닥달은 독사 같았다. 그 고통과 모멸을 어떻게 필설로 표현할까. (凡二十七日到富寧 其行路之險咀 風雲之凌兢州縣之逼迫 輿撞之侵회 難以筆說磬也) -김려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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