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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3장 태허(太虛)의 자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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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3장 태허(太虛)의 자리 (6)
2010-08-14 조회 4236    프린트스크랩

 

유뱃길은 삼천리 길이었다. 김려가 가고 있는 길은 조선 8로 중 제2로(路)로 동대문에서 함경도를 북동진 하다가 끝내 두만강과 바다가 만나는 꼭지점인 서수라(西水羅)까지 2459리였다. 제4로인 남대문에서 동래 부산에 도착하는 길이 960리길이고 보면 제2로가 얼마나 먼길인지 알 수 있다.

김려가 금강산을 지나 흑석령을 넘어 드디어 장백정간(長白正幹)에 접어든 것은 한양을 떠난 지 이십일 만이었다. 하루 백리길을 걷는 강행군이었다. 장백정간은 백두산이 뻗어낸 줄기가 동북방향의 '거문령' '정탐령'을 지나 '회령'의 '엄명산'과 '종성'의 '녹야평'을 지나 '경흥'의 '백악산'을 만들며 마지막 용틀임을 하다가 두만강의 끝인 서수라곶에서 멈추는 짧고 굵은 조선 제일의 산악이었다.

 

김려는 장백정간의 초입에 있는 만일보(萬一堡)에서 관북지방의 각 관아로 내려가는 '조보'를 얻어 볼 수 있었다. 그 속에는 강이천의 무리를 재 추국하라는 논의가 있다는 기록도 있었다.

"아...!"

김려는 불안했다. 강이천사건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군왕은 더이상 재론하지 말라며 다짐을 하고는 있었지만 사건의 발단을 소품문체(小品文體) 때문으로 돌리고 전국 관장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었다. 도대체 소품이 무엇이기에 일국의 군왕이 하나의 글쓰기 형식에 불과한 것을 두고 공안사건을 연관시켜 말하고 있는 것일까. 정조21년 1897년 11월20일자 조선실록의 정조의 발언이다.

“경이 내일 대사성과 같이 성균관에 가서 승보시(陞補試)를 베풀되, 제생(諸生)에게 효유하여 문체를 가볍고 곱고 들뜨고 교묘하게 짓는 자와 필법이 뾰족하고 비뚤고 기울어지고 나부끼게 쓰는 자를 일체 엄금하라. 문체는 진실로 졸지에 크게 변화시키기 어렵다 하더라도 필법은 한번 보아도 그 전중(典重)하거나 가벼운 것을 알 수 있으니, 가르침을 따르지 않는 자는 곧바로 낙과(落科)시키도록 하라. 이와 같이 하였는데도 또다시 전처럼 하고 고치지 않는 자는 선비로 대우할 수 없다. 오직 담당관원이 다스리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강이천의 무리가 이렇게 된 까닭도 소품(小品)의 해독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소품을 하여 마지 않으면 장차 사학(邪學)이 될 것이니, 어찌 크게 근심하고 염려할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다스리지 않는 것으로 다스리는 과(科)에 부쳐주어 이미 살 길을 보여 스스로 새로워지는 방도를 도모하게 하였으니 비록 그들과 같은 무리라 하더라도 반드시 감사할 줄 알 것이다. 조정의 관원이나 선비를 막론하고, 간혹 경전(經傳)을 메어다 버리고 패서(稗書)에 빠진 자가 있어 기이함을 찾고 교묘함을 끌어내어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부형이 있는 자는 부형의 책임이니 진실로 따라서 통렬히 금하겠거니와, 만일 부형이 없는 자는 누가 그를 위해 금지시키겠는가. 가장 관심을 갖고 맹렬히 살펴야 할 자는 오직 세상에서 부형이 없는 자일 뿐이다.”

-주1. 정조실록.

 

 정조는 말한다. 문체가 가볍고 들뜨고 교묘하다고 필체는 뾰쪽하고 삐딱하며 날린다고 강이천의 무리들이 모두 이와 같은 문체의 소유자들이니 이런 풍토를 바로 잡지 않고는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없다고 말한다. 과연 정조가 말하는 소품문은 어떤 것일까. 정조의 소품문체 지목에 걸려 온갖 고초를 겪었던 이옥(李鈺 )의 글이다. 정조가 소품문을 지목하며 경상도 합천으로 유배를 갔던 이옥은 시장풍경을 이렇게 묘사한다. 

12월27일에 장이 섰다. 나는 무료해서 종이창에 구멍을 내고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눈이 내릴 태세로 눈구름인지 구름인지 분간이 안가는 오후였다. 소와 송아지를 끌고오는 자가 있고 소 두 마리를 끌고 오는 자가 있다. 닭을 안고 오는 자가 있고 팔초어(문어)를 들고 오는 자가 있다. 돼지의 다리를 묶어 오는 자가 있고 청어를 묶어서 오는 자도 있다. 청어를 주렁주렁 매달고 오는 자도 있고 북어를 안고 대구인지 팔초어인지를 손에 들고오는 자도 있다. 담배를 옆구리에 끼고 오는 자도 있다...그들이 서로 만나 허리를 구부려 인사를 하고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며 손을 잡고 희롱하는 자들도 있다.  - 이옥의 시기(市記)

 

이옥은 시골의 시장 풍경을 자신의 방안에서 창문의 창호지를 뚫고 그 구멍을 통해서 바라본다. 마치 1930년대 경성의 69다방에서 글을 쓰던 '이상'을 연상시킨다. 이옥은 이런 글을 문언문으로 쓰고 있다. 정조는 이런 형식의 문학에 열불(?)이 났다. 정조의 생각은 이렇다. 글쓰기는 현실을 담아내서는 안된다. 글쓰기는 이상과 희망을 말해야 한다. 그것도 미래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요순시대로의 복귀를 담보한 글쓰기여야 한다.

다시 말해 문인이 현실을 직시하기로 말하면 불평불만자가 되기 십상이다.  그런 생각이 아니라면 저 위의 문장을 보고 세상의 질서를 문란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가득 찬 공안(公安)의 눈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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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조선실록 文體之輕姸浮巧者, 筆法之尖斜欹飄者, 一切嚴禁。 文體則固難猝地丕變, 而至於筆法, 則一見可知其典重欹輕, 不率敎者, 直置之落科。 如是而又復如前不悛者, 不可以士子待之。 惟在主司者倡率之如何耳

姜彛天輩, 所以致此, 亦由於小品之害。 小品之不已, 則將爲邪學, 豈非大可憂慮者乎? 付之不治治之科, 旣示生路, 俾圖自新之方, 則雖如渠之類, 亦必知感矣。 無論朝紳章甫, 間或有擔却經傳, 沈惑稗書者, 搜奇抉巧, 一入而不復出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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靈山靈 |  2010-08-16 오후 2:41:4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올 여름 해수욕장 장사가 좀 됐거든요^^;;
올만~  
靈山靈 꼬리글좀 답시다 인간들 하곤~ ㅋㅋ
op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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