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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조커 이창호와 폭풍의 에이스 이세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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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된 천재대결의 매력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에서, 팬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황금카드'가 만들어졌다. 더러는 최연소 4강진출자였던 원성진 4단(18세)이 최고령 진출자인 이창호 9단(28세)을 밀어내고, 입단동기 라이벌전을 벌인 조한승 5단(21세) 또한 한발씩 앞서 가던 이세돌 3단(20세)을 따돌려 '언더 독(under dog·열세 예상 경쟁자-조선일보 이홍렬 기자의 표현)'들이 우승을 다투는 신선한 그림을 그려보기도 했으나 절대다수의 팬들이 원하는 결승카드는 '황금의 조커' 이창호와 '폭풍의 에이스' 이세돌의 격돌이었다.
눈앞으로 다가온 두 기사의 '빅쇼'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흥행대박을 예상케 하는 데는 몇 가지 확실한 근거가 있다. 두 기사의 격돌이야말로 한국이 배출한 다섯 명의 세계챔프(조훈현 9단, 서봉수 9단, 유창혁 9단, 이창호 9단, 이세돌 3단) 중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자'와 그곳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자'의 결전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뛰어난 기량, 상극(相剋)의 기풍, 외양으로 드러나는 상반된 개성까지, 그 하나 하나가 관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요소다. 그뿐인가. 세 차례의 정상결전을 포함한 상대전적에서 이창호가 12승 7패로 앞서있긴 하지만 지난해의 전적은 이세돌이 3승 4패의 박빙으로 따라붙고 있어 성원하는 팬들까지도 첨예하게 양극으로 갈라지는 갈등의 구조를 이루고 상태다.
물론, 세 차례의 정상결전(제5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5번기, 제20회 KBS바둑왕전 결승3번기, 제36기 왕위전 도전5번기)이 모두 이창호의 승리로 끝나 아직은 두 기사의 위치를 대등하게 올려놓아야 하는 '창세기(昌世期- 李昌鎬의 昌, 李世乭의 世자를 합성한 조어.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시는 분은 더 좋은 표현을 추천해주시길…)'는 아니라는 게 대다수 바둑관계자들의 진단이지만 그 시기가 임박했음을 부인하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창호는 틀림없는 천재
 요즘 여러 곳의 바둑사이트 게시판을 보면 적은 숫자이긴 해도 이세돌의 재능을 인정하는 데는 이견이 없으면서 이창호는 천재가 아니라는 목소리를 높이는 팬들을 볼 수 있다. 이분들의 의도가 이창호를 폄하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창호가 세계최강이지만 천재는 아니다. 재능보다는 노력이 오늘의 이창호를 만든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천재를 앞서는, 노력하는 보통사람. 참으로 좋은 말이다. 이분들의 소박한 마음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그 믿음은 반만 맞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창호가 성실하게 노력하는 프로라는 점은 맞다. 그러나 노력이란, 재능이라는 비단바탕 위에 꽃을 수놓는 한 땀, 한 땀의 바느질과 같은 것이다. 아무리 바느질을 잘 해도 무명바탕으로 비단병풍을 만들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쯤은 프로를 지망하는 연구생들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앉은자리에서 수십 판의 프로대국을 술술 외워서 재현하고 2, 3백 여수의 바둑알이 빽빽하게 그려진 기보 한 장을 놓아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고작 5분 안팎이다. 프로 입문을 꿈꾸는 연구생조차 이런데, 그 험난한 관문을 통과하고 다시 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다투는 사람의 재능이 어떻게 평범할 수 있겠는가? 어느 분야든 세계정상은 노력만으로 얻어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창호는 평범하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이창호가, 밖으로 재능을 드러내 번득이는 외적(外的) 천재가 아니고 안으로 갈무리해 숨기는 내적(內的) 재능을 가진 천재이며, 그런 류의 재능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알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 깊이 감춰진 재능을 알아보는 건 그만한 재능의 소유자나 가능한 일이다. 스승 조훈현조차 내제자시절 초기 이창호의 재능에 의문을 가졌다고 하니 평범한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자, 그럼 이들 두 천재는 어떻게 다를까. 고요할 때는 숲과 같고 움직이지 않을 때는 산과 같으며 흐를 때는 큰 강처럼 유장한 이창호와, 거침없는 화염의 열정을 드러내며 때로는 바람처럼 날래고 가볍게 때로는 거친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이세돌의 상반된 기풍과 개성, 그 이야기는 다음 주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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