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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개혁안 이렇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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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단과 시대의 흐름
다사다난했던 임오년(壬午年)이 가고 희망찬 계미년(癸未年)이 왔다. 이 세모(歲暮)의 아침에 희망의 메시지를 받았다. '승단대회는 각 기전 예선으로 대체하고 연구수당 지급제도는 전면 폐지한다'는 한국기원 기사총회의 결의는 정말 반갑다.
기쁘다. 이만하면 한국 바둑의 미래도 밝다는 생각이 든다. 반백년을 이어온 낡은 틀을 벗어 던져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의가 없었으나 한국기원 전체가 그 대안의 모색에 오랜 기간 속앓이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프로기사회는 지난 12월 26일 한국기원에서 기사총회를 열어 '승단제도 개정'과 '연구수당제 폐지' 등을 주요 골자로 한 개혁안을 통과시켰다(한국기원 소속 190명의 프로기사 중 과반수가 넘는 117명이 참석, 압도적인 찬성으로 결의된 이번 개혁안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된다).
개혁안의 핵심 내용은 '승단제도 개정'과 '연구수당제 폐지'인데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프로기사회에서 결의했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부결시킬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승단제도 개정의 핵심은 단위별로 승단대국을 치르지 않고 국내 주요기전 1차 예선전 10국을 승단대국으로 대체한다는 것. 여기에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대국료도 없이 오로지 승단 때문에 대회를 치르는 비효율성(승단대회에 출전하는 프로 각 개인과 대회진행에 소모되는 시간, 인력의 낭비)을 해결한다는 것. 둘째, 승단대국을 대체하는 주요기전 예선은 총호선이기 때문에 개정 이전 승단제도의 문제점(승단대국은 각 단의 차등에 따라 2집의 덤을 적용, 저단자가 크게 유리하다)을 자연스럽게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전기 성적으로 바로 본선시드를 받은 기사는 두지 않은 예선대국만큼 승점을 부여하며 세계대회 및 국내대회 입상자를 특별승단시키는 규정도 두었는데 개정 이전 승단 기준승률을 65%에서 50%로 낮춘 것은 그동안 신예들에 치여 사실상 승단이 불가능했던 고령자들을 위한 배려로 보인다. 즉, 실력과 연륜을 조화시킨 승단제도를 만들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승단제도 개정안은 나름대로 실력과 단의 괴리를 막고자 하는 파격의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필연적으로 단의 위상에 상당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직 개혁안의 시행도 결정되지 않았고 그 결과의 선악은 더더욱 알 수 없지만 기전성적, 타이틀획득 등의 기회가 많은 신예들이 몇 가지 제도적 장치로 배려된 선배기사들보다 승단속도가 훨씬 빠르리라는 사실만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사의 단위는, 실력보다 연륜으로써 권위와 명예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나 기호가 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적어도 이 시대의 흐름은 그렇게 보인다. 아니, 어쩌면 개혁의 문턱에 선 우리들의 더 큰 숙제는 실력의 단과 명예의 단 그 양면의 변화를 혼란 없이 받아들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연구수당 폐지의 배경과 효과
사실, 가장 주목받은 개혁안은 '연구수당 폐지'였다. 그동안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는 단위와 입단연차에 따라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의 연구수당을 받았는데 이번에 50세 미만의 기사들이 이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개개인으로서는 그다지 크지 않은 금액이 아니냐고 편하게 말하지는 말자. 이미 누려왔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게다가 총액규모가 연간 약 7억원에 이르는 거액이 되면 결코 포기가 쉽지 않은, 결단이다.
연구수당은 2000년도에 5억원을 넘어선 이후 매년 약 1억원씩 불어나, 한국기원의 재정을 크게 압박하면서도 정작 기사 개개인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우환덩어리였다. 한국기원의 거의 유일한 수입원은 기전 주관료인데 이것을 기사 개개인에게 10∼60만원씩 지급하다보니 한국기원 전체의 복지와 발전을 위한 활용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 50세 미만 기사들의 현명한 결단으로 조성되는 기금은 얼마나 될까. 매년 지급돼야 하는 약 7억원의 연구수당에서 50세 이상의 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연구수당만 제하면 될까. 시시한 산수 같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한국기원은 이 점부터 잘 헤아려야 한다.
그동안 연구수당이 꼬박꼬박 지급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돈은 넉넉하게 준비된 재원이 아니라 매년 거둬들이는 기전 주관료의 상당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연구수당 폐지가 한국기원의 적자해소와 재정운영에 여유를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고스란히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닐 것이라는 얘기다.
벌써부터, 기사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기금 또는 퇴직자연금 지급을 위한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거나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시니어기전을 만들어 선배기사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등 기금운영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 좋은 일이다. 또 기금운영에 대해 왈가왈부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연구수당을 폐지하게 된 배경이 무엇이었는가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모처럼 뜻깊은 결단으로 재정압박의 장애를 해결해놓고 성급한 의욕을 앞세워 또 다른 부담을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되겠다는 뜻이다.
사실, 승단제도 개정과 연구수당 폐지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기뻐하는 많은 분들의 건너편에는 좀더 강력한 개혁의 아쉬움을 토로하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분들께 '이제는 우려와 비난을 접고 성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낼 때'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한국기원은 이번 개혁안으로 비로소 21세기를 향한 희망의 첫발을 떼었다. 아무쪼록 비전과 시스템을 갖춘 진정한 21세기 세계바둑의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한국기원 파이팅!!
나도 한마디 / 바둑문화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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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가 작으면 싸움이 생기기 마련.. 일단 빵의 크기를 기우자! 아생연후살타? 그건 지독한 게임철학이지 사회철학은 아닌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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