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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도 프로에겐 노동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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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아는 게 하나 있으니, 인간에겐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휴식은 어떻게 취해야 하는지 안다는 말인가?
아니다. 솔직히 거기까진 모른다. 잠을 자도 개운치 않고,대국 후의 긴장 푸는 법도 모른다. 글 읽고 쓰는 것도 노동인데 노동 후 어떻게 쉬어야 할지도 안배웠다.
지난 4월27일부터 사흘간 오키나와에서 열린 제2회 CSK배 아시아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은 1승 2패로 일본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일본에 4대1로 지고,대만에게도 3대2로 졌다. 세계대회 24회 연속 우승은 물거품처럼 날아가고,뉴스는 이를 두고 ‘쇼크’ ‘망신살’의 표현까지 사용했다.
그런가. 그렇게도 한국이 강했던가. 강하긴 하다. 이창호는 언제나 희망이었고,3연승과 4연승을 거두었던 박영훈과 송태곤은 약관도 안된 소년이었다. 조훈현과 유창혁의 승부기질은 말할 필요도 없으며 이세돌도 빼어났다.
그런데 말이다. 사실 23연승은 정말 이상하고도 이상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그토록 이길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한 건 불과 10년. 그 시간에 일본과 중국을 저 뒤로 제칠 만큼 강해졌을까. 정상급의 수준이나 바둑계의 바탕을 고려한다면 그럴 리가 만무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편으로 이번의 패배를 다행으로 여긴다. 성장에 대한 사회적 강박과 일에 대한 중독성이 유독 높다는 우리나라. 부자에겐 여행이 있고 가난한 자에겐 병상이 있듯이 패배를 휴식으로 보라 한다.
승인과 패인의 분석은 언제나 쉬운 법. 기보를 보자. 지난 1월 박영훈 4단(흑)과 원성진 4단의 대국인데 흑2 백3의 교환을 어떻게 보시는지?
묘하지만 흑2는 자신을 먼저 자제하는 호흡이 긴 수법. A의 침입을 방지한 백3과 교환해 이득이다. 흑2를 가벼이 여기면 백a 미는 수가 있어 b 끊는 수 등의 뒷맛으로 앞길이 피곤하다.
승부도 휴식을 즐겨야 한다. 여유가 부족하면 긴장을 못이겨 즐거운 바둑도 강박이 되고 의미 또한 반감된다. 물론 일상에서도 흑2를 맛볼 정도의 여유는 가져야 하리. 바둑의 세계를 폭넓게 즐기는 태도는 우리들 삶의 지평과 별개가 아닐 테니까.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200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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