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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1분, 오늘의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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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대국장. 제한시간 10분에 초읽기가 1분인 속기 바둑. 1시간 후에는 넓은 대국장에 기사들이 몇 남아 있지 않다. 아니, 끝난 대국이 대부분.
흥미로운 것은, 이런 얘기. “아, 이젠 말야, 1분도 길어. 언제부턴가 40초 초읽기 바둑을 두다보니까 이제는 1분이 길더군. 그 참!” “하하. 그렇긴 하지만 나에겐 1분도 빠르기만 한데, 상대가 둘 차례에는 그리도 1분이 더디게 가더군. 하하.” 동료들이 입가에 웃음을 담았다. 서로가 이심전심인 것이다.
젊은 후배들과 두는 40대 50대 기사들에게 1분의 시간은 실로 빨리도 흘러간다. 내가 잠깐 생각했다 싶으면 곧 1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아, 그런데 후배가 생각할 때는 왜 그리 1분이 안 가는 걸까. 더디게 가기는커녕 말이다.
그건 잠시 후 알게 되었다. 목진석 9단(백)과 조한승 8단의 대국이 마침 끝나지 않고 있었다. 가보니, 웬 걸. 이제 겨우 중반전의 초입이다. 우린 다 두었는데 말이다. 옆에서 지켜본다. 백의 1분이 지나면 백돌 하나 놓고 초시계를 누른다. 그러면 흑의 초시계가 1분을 시작한다. 그리고 1분이 지나면 초시계를 누르고 또 다른 시간이 백의 1분을 압박한다. 압박에 압박.
두렵도록 꽉 짜인 1분이다. 옆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데도 가슴이 꽉 막혀올 정도로 긴 시간. 1분. 무섭도록 느린 1분이다.
기보를 보자. 반상이 어지러울 것이다. 백1부터 백31까지. 내가 이 바둑 보는 게 백1부터 봤다. 그리고 백31을 보다가 물러나왔다. 그러니까 30분 정도 옆에서 저 바둑을 보았는데, 정말이지 가슴이 답답해서 못 보겠다. 그랬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들도 그리 느낀다 했다. 이거 참, 뭐라고 해야 할지….
백31은 정말 멋진 감각. 다음 흑A는 백F까지 흑이 망한다. 물론 흑도 물러서서 서로가 둘 만한 타개를 했다.
나는 보았다. 백1부터 백31까지. 그것으로 충분했다. 더 이상은 못 봤다. 생각의 조밀성이 높으면 시간의 가치도 커지는 걸까. 빨리 뛰는 자에게 시간이란 천천히 간다고 하니까, 반상의 신랄함이 깊어지면 생각의 속도도 빨라지는 걸까. 더디 느껴지는 걸까. 시간에 지친 걸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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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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