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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둘 것인가, 이창호를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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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다시 술을 약간 먹는다. 내가 가까이하는 술은 자신만의 맛을 주장하는 술. 청주는 청주다워야 하고 막걸리는 막걸리다워야 한다. 고량주는 고량주다워야 하고, 맥주는 맥주다워야 한다. 좋아하는 술이야 따로 있을 수 있지만, 술도 편식은 아쉽다고 본다.
웬 술 얘기냐고 웃으시는 분들도 있겠다. 실은 며칠 전 연구생 P군과 바둑을 한 판 두었다. 그런데 바둑 스타일이 영 내 맘에 들지 않았다. 물어봤다. 누구의 바둑을 좋아하냐? 이창호를 좋아합니다. 그 참! 연구생 사범들의 얘기를 들으면 대부분이 이창호를 꼽는다 한다. 그의 바둑을 따른다 한다.
지난 여름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데리고 벤쿠버 세계 청소년 바둑대회에 갔을 때가 떠올랐다. 학생들이 서울의 맛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던가. 짜장면을 벗어난 중국 음식은 젓가락조차 대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참! 자신의 입맛이란 다루기 나름인데…. 모든 맛을 인정하지 않으면 모든 맛을 모른다. 사회가 주는 맛에 문화적으로 길들여지면 자신은 그 맛밖에 모른다.
소년이라 그럴 수도 있으리. 그러나 자신의 내면에서 다양성을 키우지 못하면 밖에서 만나는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미 바둑을 인생의 목표로 하는 이상, 내 바둑을 다양한 안목으로 키우지 못하고 이창호만 따르면 그건 이창호의 아류(亞流)가 되고 만다.
아류란 무엇인가. 배운 대로 행하되, 스스로 변하는 힘이 없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눈이 없는 것, 그것을 아류라 한다. 그러면 바둑을 둘지라도, 그리고 상대가 변하더라도 그 모든 바둑이 하나의 복사품만 될 뿐이다.
공부할 때는 이 안목 저 안목으로 스스로를 확장시켜야 한다. 단 하나의 안목에 붙잡히지 않아야 한다. 이창호가 바둑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바둑이 이창호도 오청원도 사까다도 후지사와도 포괄하는 것이 바른 이해 아니겠는가. 자, 그러면 바둑을 둘 것인가, 이창호를 둘 것인가.
쓸모없는 관점일까. 묘수로 접어두자. 백2 백4가 그 날 찾은 묘수다. 흑A는 백B 흑C 백D로 E와 F를 맞봐 산다. 백4에 흑C는 백E로 산다. 보이지 않는 곳에 활로가 있었다. 쉽게 눈에 잡히는 곳, 그 곳에 다양성은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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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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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은 독특성의 또다른 표현--맞습니다-- , 편중되면 도태될수밖에 없지요---사는길은 ,생존의길은 함께어울려저서-다양하게사는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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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999 |
｜ 2005-03-02 오후 11:3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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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다양함에의 추구나 의미..도전..조차도 결국엔 외길수순이다.. 외길을 벗어나려면 죽은지 사흘만에 부활한 예수같지 않으면 안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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