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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교정(校訂)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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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의 교정지를 받았다. 어지럽게 써 내려간 내 글을 받았다.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수법에 대한 책을 써보았다. 내 실력으로 과연 어느 정도의 강의를 할 수 있는가. 그 점에 자신 반(半) 회의 반(半)이다. 막상 쓰게 되니 쓸 수 있었으되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다.
어떤 책은 이틀 만에 한 권을 썼는데, 과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문이 들 것이다. 물론 나는 오래 전에 이런 말을 했었다. 수법에 관한 것이라면 1주일에 한 권 쓸 수 있다. 나는 그 말을 증명해보인 셈이다. 단, 책의 수준에 대해서 묻는다면 자신감은 사라진다. 소리 없이 사라진다.
내 보기에 우리 나라 베스트셀러 - 바둑이 아닌 - 수준은 전문가라면 1주일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내용도 1주일이면 넘칠 것이다. 왜 그런가. 깊이 탐색하고 넓게 다듬으며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자, 내 글로 돌아가자. 어떻게 짧은 시간에 끝마칠 수 있었을까? 첫째, 나는 좋은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저 읽을 만한 책으로 다른 바둑책의 수준에 미치겠다는 정도만 하겠다고 먼저 결정했다. 둘째는 내가 사용한 자료에 있다. 내 뒷받침이 된 자료는 대부분 일본의 바둑책이었다.
일본에서 나온 바둑책은 자료로 활용하기 매우 좋다. 기본적인 정리가 잘 되어 있는 것이다. 일본명인전전집을 예로 들자. 그 책은 한 판의 명국을 수순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게끔 기보를 적절히 나누었고, 국면의 숨겨진 맥에 대해서도 기본 이상으로 기보 옆에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나는 그런 책을 이용했을 뿐이었다. 그것으로 그만인가? 아니다. 난 그 이상의 정리를 했다. 그건 자신한다. 일본책의 정리에 힘입어서 좀더 나은 정리를 했다고 본다. 일본책보다는 안목이 있다고 본다.
기보는 책 내용의 일부. 나는 저 장면을 늦추는 수법의 예로 활용했다. 흑2와 백3은 첫날의 마지막 수순. 신문독자로부터 기록이 틀린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것인데, 사실 맞는 맥점이다. 다른 수는 좋지 않다.
기초적인 정리야말로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는 기준의 하나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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