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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붙이는 감각에 활력을 얻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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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가 있다. 나처럼 바둑을 저 멀리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도 바둑이란 정말로 활력을 준다. 내 일거리가 바둑인데 무슨 말이냐고? 하하하. 여러분은 다르신가? 자신의 노동에서 과연 항상 재미를 얻으시는가.
지난 일요일 밤 8시경 바둑TV에서 바둑을 봤다. 대국자는 잠시 후에 밝히겠다. 미리 밝히면 흥미가 떨어지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자,우선 기보를 보자. 흑1에 백2. 아마도 놀라실 것이다. 행여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르겠다. 저 수가 무슨 수냐고. 기록이 틀린 거 아니냐고.
하나 기억난다. 1963년 제1기 명인전 오청원과 사카다의 대국. 사카다가 흑93을 묘한 자리에 찝었다. 그 기보를 대국장 밖에서 받아보던 후지사와 9단이 놀랐다. 기록계의 실수가 아니냐고. 그러나 실은 그 흑93이 절묘했다.
저 기보의 백2는 그야말로 예리한 감각. 날을 붙인다고 표현할까,진부하게 달과 관련지어 표현해볼까. 산 위에 달이 하나 떠오른 걸까,물 밑에 달이 하나 잠긴 걸까. 오목에서는 저 흑1과 백2를 뭐라고 표현하더라? 달과 관계가 있는데…. 맞아! 그 변화를 두고 계월(溪月),잔월(殘月) 등으로 표현한다.
자,문제는 그런 옛이야기나 비유로 내가 저 이미지를 그리려는데 있지 않다. 초점은 이거다. 내가 저 백2를 미리 예측했다는 것이다. 아니다. 흑1도 예측하고 곧 이어 백2도 예상했다는 것이다. 딱 하나의 감각!
백2를 좌상 백을 살리려 A에 두는 것은 감각이 무딘 거다. 프로라면 저 백2를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약간 아깝긴 하다. 기보에서 A를 표시하지 않는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는 더욱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터인데!
자신만만하군. 문군. 자네 정말인가? 정말이다. 비록 저 백2를 둔 친구가 이세돌 9단이고 흑1을 둔 친구는 박영훈 9단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 친구들이 승부로는 오늘의 나와 2점의 차이에 있기는 하지만 프로의 정상과 산 밑의 프로가 그리 먼 거리에 서 있지는 않은 것이다. 40대 후반이 되면 정상 등산은 힘이 든다. 그러나 청년 때 설레며 바라보았던 그 일출,그 달맞이,그 새벽안개,그런 것도 기억 못하는 그런 불출은 아니다.
역시 바둑은 신선하다. 감각적이라서 너무나 삶에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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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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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에서 제일 즐거울때 문사범님의 글을 읽을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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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