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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정석과 반상의 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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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2월 20일 누군가 외쳤다. 오청원이 정석을 틀렸다! 기보를 보자. 좌상귀 백6. 그때까지는 A 바깥으로 미는 것이 정석. 그러나 오청원은 백6을 두었고 주위는 놀랐다. 소위 20세기 혁명정석의 탄생. 포석을 바꿔버린 눈사태정석. 흑의 2연성 포석을 그 후 20년 간은 둘 수 없게 만든 정석. 그것이 좌상귀 백6으로 그 영향은 20세기 바둑의 한 장을 새로이 열었다.
지난 15일 22세의 청년 이세돌이 인터뷰를 했다.
이창호 9단이 안정된 스타일이라면 내 바둑은 스타일이라고 부를 만한 패턴이 없다. 그래서 초반 상대 페이스로 흘러 괴로울 때가 있는데 작년에 눈사태 정석이 유행하면서 성적이 나빠진 것이 그 예다. 바둑에 변화가 있어야 좋은데, 그 정석은 초반에 바둑판의 1/4이 채워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터뷰어가 물었다. 그럼 그 정석을 피하거나 안 쓰면 되잖아요? 그런데 바둑을 두다 보면 나쁜 것을 극복하고 싶은 생각에 오기가 생긴다. 피하고 나서 만족하면 좋은데, 그것보다는 부딪쳐서 이기는 것이 좋다.
우상귀를 보자. 작년에 대유행했던 눈사태정석의 한 갈래다. 반상의 1/4 정도가 아니다. 이 변화는 우변과 상변의 지향점마저도 결정하는 경향이 있으니 실제로는 반상의 1/2을 결정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 혁명정석의 제창자인 오청원도 하변의 변화를 즐겼다. 좌하귀 흑13을 B로 밀면 눈사태 정석으로 흘러간다. 반상의 1/4을 먹어버리는 눈사태. 바로 그 변화로 피할 수 없이 무너져간다. 그래서 오청원은 B를 손 뺄 때가 많았다. 그러면 백14 흑15가 보통. 흑B 미는 변화가 남아있기에 14가 아니라 하변에 먼저 두기는 백도 곤란하다. 눈사태는 사라지고 들판은 남는다.
그런데 오청원도 이세돌도 왜 그 정석을 싫어할까? 그건 실력이 강할수록 모호한 곳에서 싸워야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수는 굳어지지 않은 길로 나아간다. 그곳이 그들의 쉴 곳이요 활동 공간이다.
그렇다면 하수는 눈사태정석을 추구해야 유리할까? 음…, 쏘리. 그건 아니다. 하수는 어떻게 변화해도 하수다. 정석 변화로 이길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그건 진실이다. 정석 하나로 반상을 평준화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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