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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의 힘도 이론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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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지난 주다. 4월의 1일의 아침 10시. 나는 놀랐다. 이창호 9단과 목진석 7단의 LG배 세계기왕전 제4국. 이창호 9단의 흑. 누가 이겼는가. 이창호 9단이 이겼다. 언제 끝났는가. 초반에 결정났다.
나는 뭘 보고 놀랐는가. 기보를 보자. 저번에 말씀드린 바로 그 진행. 다만 차이가 나는 것은 흑7이다. 지난 번 네 번의 대국에서 흑7은 언제나 A였다. 누가 흑이고 누가 백이었는가. 지난 네 번의 대국에서 이창호는 언제나 백이었다. 세 판을 지고 4국을 겨우 이겼다.
나는 단언했었다. 저 포석은 백이 절대로 불리하다고. 좌상귀에 백돌이 하나 있지만 우상귀와 우하귀만을 볼 필요가 있다고. 누가 유리한가도 거기에서 결정된다고. 흑돌 4개와 백돌 2개이니 불문가지(不問可知)라고. 착수교대의 원칙 때문에 4대2의 싸움은 곧 4대3이 되지만 또 흑이 두게 되니 5대3이 된다. 5대4,6대4,6대5,7대5,… 이런 식으로 점차 차이는 좁혀지지만 이른 초반에서 그 차이는 승부에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논리를 모르지 않을 이창호는 그런 바둑을 네 번이나 백으로 두어 마지막 한 판만을 이겼다. 물론 그 한판의 내용도 처음엔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흑을 잡은 이제,이창호는 자신이 세 번 지고 한 번 이겼던 그 포석을 역(逆)으로 쓴 것이다. 그리고 이겼다. 아니다. 흑이 이겼다기보다 백이 진 것이다. 그렇다. 그렇게 보아야 한다. 이 포석은 절대로 흑에게 유리하다. 백은 이렇게 두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두 기사 모두 흑백을 번갈아가며 이렇게 두었다. 이론 이전에 신념 있고,신념 이전에 기백인가. 이창호가 초점인가,목진석이 초점인가. 바둑은 심리가 크게 작용하는 게임. 그게 답인가.
도전기에서는 비슷한 포석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당사자도 그 시도의 이유에 대해서는 막상 물어보면 애매해하지만 이창호가 흑7의 자리를 바꾼 것을 보면 반상의 논리가 승부에 대한 오기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다. 그렇다. 프로의 힘은 이론에 기초한다. 이론 없는 실험은 맹목적인 오만에 불과한 것이다.
(2004-04-13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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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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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까닭은 이런 실험정신이 강하고 냉정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문사범님 이 보신 그 관점을 알것도 같고 모를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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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