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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리！ 그냥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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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이기에 약간은 낯간지러운 때가 종종 있다.
지난 금요일 바둑TV에서 대학 동문전 해설을 했다. 이번 동문전은 독특하게도 동문 프로도 참여한다. 단,프로가 백을 잡고 덤도 2집반 준다.
프로와 대학은 거리가 멀다. 바둑은 단순하지 않으며 어릴 때부터 일로매진하지 않으면 입단이 불가능하다. 재능과 노력,어느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프로의 세계. 예전에는 대학 졸업 후 프로 입단도 더러 있었지만 이제는 없다. 다만 프로가 된 후 대학 진학은 가능하다. 요즘엔 그런 경향이 있다.
대학이란 뭘까. 편향된 가치관 때문에 대학졸업장에 대한 강박이 강한 우리나라. 솔직히 말해 우리의 대학은 아직도 멀다. 제대로 되려면 교수들의 경쟁은 필수적이다. 학연과 인연에 얽히면 상자 속의 세계만을 만들 뿐이다. 그러나 바둑은 다르다. 실력과 경쟁이 프로 바둑의 세계를 만든다.
안타까운 문제는 깍듯이 접어두자. 청춘의 우울한 자화상이 있던 대학. 그래도 그 한 때는 힘든 세상살이의 쉼터가 된다. 그 때 바둑은 휴게실이었다.
자,다시 돌아가자. 숭실대 대표와 건국대 대표 이상철 7단의 대국을 해설하는 중에 묘한 멘트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말했다. “과연 프로다운 한 수입니다.” 순간 붉어진다. 얼굴에 열이 느껴진다. 왜냐? 나도 프로니까.
이7단의 백3이 쉽지 않은 착점으로 프로다운 수. 백3을 두지 않으면 흑A 백B 흑C 백D까지 흑이 선수로 두터워진다. 그 역을 찌른 한 수가 백3! 백3이 오면 흑A에 대해 백a로 막을 수 있다. 백b 건너붙임의 맥도 엿보고…. 이 좁은 자리를 찾아내고 공격의 호흡을 조절하는 것은 과연 프로의 실력. 흑2로 A를 먼저 젖히면? 그건 백3이 좋다. a와 b를 맞본다.
물론 아마추어도 백3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마의 정상이 찾으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과연 정상급의 아마답습니다.”
같은 수라도 표현이 달라진다. 이것을 부정하고픈가?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러면 당신 자신도 부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름과 차이도 필요한 게 우리 인간의 사회. 우리나라의 사회가 아니라 우리 인간의 사회이다.
물론 나도 프로라 내 얼굴에 금칠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쏘리다. 그냥 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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