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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19줄을 넘나들면서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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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은 19줄. 그러나 과연 바둑은 19줄로 완성되는가. 그것으로 끝나는가. 아니다. 답은 ‘아니다’이다.
바둑판은 19줄로 끝나지 않고 1선에 의해 닫혀 있지도 않다. 뻗어 있고 열려 있다. 기보를 보자. 우상귀 흑1에 의해 백 한점은 잡혔다. 그런데 왜 잡혔는가. 그건 1선 밖의 그 어떤 존재가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상변의 1선인 횡선(橫線) x를 중앙으로 옮겨보자. 그 경우 백 한 점을 따낼 때 흑돌(▲)이 하나 있음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된다. 19줄 안에는 없지만 그 돌은 존재한다. 그것은 또 무엇을 전제하는가. 흑돌(▲) 주위의 a가 백에게 점거되지 않았다는 것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a 옆의 b는 어떤가. 하변의 x선을 1선으로 생각하자. b는 c를,그리고 a를 가진다. b는 A를,A는 B를,B는 C를 전제해야 존재한다. 심지어 b는 b 자신에 의해서도 재규정된다.
그렇다. 모든 것은 얽혀있고 반상은 1선에 의해 닫혀있지 않다.
바둑의 불확실성은 귀보다는 변,변보다는 중앙이 높다. 그러나 수의 관계는 귀→변→중앙의 순서로 모호하고 미묘하다. 불확실성과 수(手)의 다양한 표출이 왜 역(逆)의 관계에 있는 걸까? 모호하면 어지러울 것이고 그러면 더욱 다양한 수단이 나올 것으로 짐작되는데 말이다. 그 답은 1선의 담 너머와 담 안에 있다. 앞서의 a b c 등은 흑으로도 백으로도 바뀔 수 있다. 존재론에서 바라보면 1선은 이름일 뿐이다. 모든 돌과 자리는 자성(自性)이 없는 것이다.
간결하게 정의(定義)할 능력은 없지만,이 발견은 우리가 1선에 가로 막힌 19줄 반상에서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 이유를 말해준다. 4각형이 주는 편안함 외에도 저 담 너머의 세계가 끝없이 열려 있어 우리를 인도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는 인공지능 바둑을 디자인할 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좌상귀와 좌하귀의 모양을 보여드린다. 이는 1선 안팎의 다른 어떤 존재의 관계를 상정해서야 성립하는 걸까.
사변적(思辨的)인 유희에 그치는 것일까. 아니리라. 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우리에겐 그 인식에 도달하려는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믿는다.
(2004-02-26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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