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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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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적을 상대하는 검객은 어떤 장소에서 싸울까. 무엇보다 등을 기댈 수 있는 언덕이나 벽,담을 찾을 것이다. 뒤에서 습격 당하는 것은 두려운 일.
바둑판을 들여다보면 선(線)이 끝나는 외곽에 제1선이 있다. 제1선이 무엇일까. 바둑을 전쟁의 모형으로 본다면 그 의미의 하나는 제1선은 언덕,즉 기댈 벽이나 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초반에 3선이나 4선 위주의 포석을 한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3선은 1선으로부터 매우 가깝다. 귀라고 부르는 영역은 1선을 두 개 갖고 있으며,변은 하나를 중앙은 하나도 갖지 않는다. 그래서 포석은 귀를 중심으로 변으로 중앙으로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 바둑은 근거를 가진 돌로부터 나무처럼 물처럼 자라나고 흘러가는 것.
자유치석제는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규칙이나 불확실한 상황은 불안하다. 그래서 3선과 소목 중심의 포석 이론이 등장했다.
시간이 지난다. 약 200년. 소목과 3선 위주의 포석 이론이 정점(頂点)에 다다른다. 그것이 19세기. 정리된 이론의 존재는 하수(下手)에게 유리한 현실을 제공한다. 질서는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혼인보(本因坊) 슈와나 슈보 등 실력자의 입장은 달랐다. 그들에겐 질서 잡힌 반상이 불만이다. 실력의 차이를 드러내기 힘드니까 말이다. 모호성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승률이 올라간다. 그 방법은 화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뚜렷한 이론적 기초를 가지게 된 것은 1930년대. 당대 1인자 오청원과 기타니가 주도한 중앙 패러다임. 4선과 5선,세력 위주의 포석 이론이다. 아니,반상의 이론.
이런 시각에서 보면 1930년대 신포석 시대의 개화(開花)는 우연이 아니었다. 3선 위주 이론의 완성으로 고수에게 불리한 현실,오청원과 기타니가 최고의 실력자라는 점,화점 등 4선을 넘는 불확실성에의 충동 등. 그런 지류(支流)가 모여서 중앙을 사고의 중심으로 하는 큰 대해(大海)를 이룬 것이다.
기보는 신포석 초창기의 모습이다. 어떤 인상(印象)이 드는가. 망연한가? 출렁이는가? 틀리지 않은 인상이다. 그러나 명인은 그곳에서도 질서를 세운다. 왜냐? 모호한 혼돈에서의 이론에 밝기 때문이다. 혼돈은 그들의 놀이터이다.
(2004-02-19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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