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조영의 숨은 묘수, 생동감을 주다
|
|
|
|
|
필자도 나이가 들어간다. 이제 이 가을만 지나면 추수처럼 한 살 더 갖겠지. 두려운 건 정신의 쇠퇴. 기억력의 감소야 각오한지 오래다.
어느 분이 말씀하셨다. 40대의 바둑모임에서는 누군가 저녁 하러 나가자고 해도, 회원 중 상당수는 반상에 몰두했다 한다. 그러나 50대에는, 그 말이 무섭게 다들 일어선다고 한다. 그렇게 즐거웠던 바둑이…. 필자라고 다를까. 대국장에 앉으면 몸을 찌르는 생각. 제한시간이 1시간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 종일 앉아서 집중할 자신이 두렵기까지 하다.
지난 밤 숙취에 몸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고 잠은 아니 온다. 『현현기경』을 꺼내들고 묘수풀이에 잠겨본다. 예전에 다 보았던 것이니만큼 기억 속에서 답이 절로 드러난다. 따분만하다. 그렇다고 권오민 4단의 난해한 묘수풀이 책을 본다? 아, 그건 싫다. 생각을 넓힌다는 게 얼마나 힘든가.
눕기도 귀찮다! 자리에 앉아 컴을 두들긴다. 제47기 국수전 본선 안조영 7단(백)과 고근태 초단의 대국이 눈에 들어온다. 그럭저럭 따라간다. 백1,3까지 왔다. 음, 백3이 무슨 수? 흑4로 받으면 어떡하지? … 음, 백5가 있군. 그 수가 절묘하다. 백5에 흑A는 백B 이하 백F까지 패가 발생한다. 달리 흑a는 백B로 수가 나고, 흑b는 백a 흑A 백B까지 수가 난다. 백5를 B는 흑D로 수가 없다. 흑은 4가 아니라 흑C로 참고 백c로 넘겨줄 수밖에 없다. 실전이다.
참 멀리도 보는구나. 백5를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러니까 백1 이전에 이미 여기까지 읽어야한다. 그건 정말 넓은 수읽기라 아니할 수 없다. 좋다! 갑자기 힘이 솟는다. 숙취로 힘이 빠진 몸에서 피톨까지 활기를 얻는다. 백5를 발견하는 순간 필자는 얼마나 즐겁고 상쾌했던지! 발아래 숨겨진 보석을 캐내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 프로의 바둑은 많은 묘수를 숨기고 지나간다. 그들은 비켜가는데 불과하지만.
안조영의 수읽기는 바다처럼 넓고 깊다. 백1을 두기 전에 백5까지 훑는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 바둑이란 좋구나. 묘수의 발견이 주는 정신의 생동감! 생각하고 관념을 갖고 노는 데에서도 인간은 존재감을 느끼는가보다. 애기가 여러분과 함께 이런 절묘수를 맛보는 것은 정말이지, 유쾌하다!
(2003-10-09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
|
|
|
|
|
|
|
|
|
|
|
|
|
|
| ┃꼬릿글 쓰기 |
|
 ZERO6 |
｜ 2003-10-21 오전 11:29:00 [동감0] 
|
|
 이 의견에 한마디 |
생각하고 관념을 갖고 놀아보지만 여간해선 존재감이 안생기는군요. 이런 병에 걸린 사람들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쩝
|
|
|
기본 생각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어떻게 남의 글을 읽고 병에 걸렸다고 표현을 할 수 있나요? 정말 한심의 극치이군요. 님의 그런 병이라 고치셔야 겠네요.
|
|
|
|
|
|
.gif){kind=logo}
부끄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