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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포석의 연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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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점(先占, preempt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미리 사둔다는 뜻의 라틴어 어원을 가진 것으로 사회과학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A정당이 a라는 정책을 제시했다면, B정당은 정책 a를 제안할 입지가 좁아진다. 유권자에게 어필할 참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노동조합이 있다면 새로운 노동운동의 발생이 제한 받는 것도 바로 선점효과 때문이다. 기존의 노동조합이 이미 많은 노동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자, 바둑으로 돌아가자. 중국식 포석을 좋아하시는지? 최근 10년은 온통 중국식 포석의 시대였다. 본래 이 포석은 1960년대 중국 기사들이 두기 시작했기에 그렇게 불렀으며 그 후 일본 기사들이 채용하고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러나 고금을 돌아보면 중국식 포석의 모태(母胎)라고 할 수 있는 포석이 발견된다. 그것도 아주 때이르게. 1683년 본인방 도샤쿠(道策)와 3세(世) 인세키(因碩)의 대국에서 나타난다.
기보의 백10이 바로 중국식 포석의 핵심이다. 당시의 관념으로는 A의 굳힘이 무난했지만 도샤쿠는 달랐다. 백10으로 벌려두면 흑은 A로 침입하기가 어렵다. 그 순간 백10에 의해서 협공 당하기 때문이다. 흑11, 백12는 실전인데, 도샤쿠(백)의 의도가 그대로 적중한 순간이다. 흑은 쫓기고 백은 하변을 넓힌다. 도샤쿠의 지략이 풍부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도샤쿠가 중국식 포석을 처음으로 시도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겠다. 왜냐 하면, 그는 소목에서의 세칸협공을 처음으로 발견했고 또 그 활용에 아주 뛰어난 기사였기 때문이다. 기보에서 흑11을 A에 두었다고 하자. 그 때 백10은 세칸협공의 자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중국식 포석은 세칸협공의 아이디어를 역(逆)으로 이용한 것이다. 상대가 A로 걸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변에의 벌림과 귀 굳힘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협공의 자리를 선점해서 상대의 걸침을 제한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칸협공은 바둑판이 19줄임을 인식한 수법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 전에도 바둑판은 19줄. 그러나 19줄을 활용하는 자만이 19줄임을 알지 않겠는가. 백10이 변의 중앙에 가깝다는 점을 눈여겨두자.
(2003-09-04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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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가는 문용직 박사! 얼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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