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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한 걸음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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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무엇일까. 성장의 다른 표현인가.
1971년 이래 33년이 흘렀다. 어느덧 전문기사 72명의 큰 동문을 이룬 충암 바둑부. 7명의 9단을 포함하여 단위의 합계는 318단에 이르고….
그래서 아쉬움으로,기쁨으로,재출발의 새김으로 기념집을 한 권 만들었다. ‘여기서부터 한 걸음씩…’. 72명의 동문들이 각자 마음의 기보를 하나씩 고르고 그에 대한 감상을 몇 줄씩 적어 넣었다. “어느 누군들 입단 결정국이 마음에 남지 않으랴!”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안겨준 1국”,“졌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는 바둑”,“여기서부터 한 걸음씩…”.
감상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가 기사로서의 전환점을 가져다준 그런 바둑을 하나씩 꼽았다. 입단 결정국,첫 우승을 안겨준 바둑,기사로서의 자신감을 심어준 1국,기풍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준 바둑 등. 그래서 당연하게도 이긴 바둑만을 고르지는 않았다.
조혜연 4단은 루이 9단에게 패배한 올 봄의 제4기 여류명인전 제2국을 꼽았다. “여기서부터 한 걸음씩…” 이라는 내면의 감상을 곁들이면서.
필자는 어떤 바둑을 골랐는가. 한 때 신왕전에서 우승한 적이 있었고 조훈현 9단에게 박카스배 결승에서 3판 배운 적도 있었으니 그 중의 하나를 고를까도 했다. 그러나 서울 충암으로 오기 전인 1974년 여름 고향 김천에서 마지막으로 둔 바둑을 꼽았다. 59수밖에 기억하지 못하는 아쉬운 바둑. 평소 가르쳐주신 전병윤 님과의 대국인데 필자가 정선(定先)으로 두었다. 자평(自評)하자면 흑53은 그럴 듯한 감각이다. A와 B로 미는 자리가 급소로 남기 때문. 물론 백C의 반격이 남아 있어 약간 과한 착점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참으로 고마운 바둑과의 대화. 삶의 전환을 상징하는 그런 바둑이 나에게도 있구나. 마음속에 담겨져 있었구나.
그건 그렇고 조혜연 4단의 감상은 참 좋다. 내 것으로 하고 싶을 정도로 참 좋다. “여기서부터 한 걸음씩….” 내면의 응시,마음의 다짐이리라. 그런가보다. 모두가 한 걸음씩 그렇게 성장하는가 보다.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2003-07-10)
★충암동문기사 300단 돌파기념식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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